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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Dec 28. 2023

1226@Forteresse de Chinon


관건은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였다. 평소 여행의 3不 스폿-성당, 미술관, 성-을 아빠가 존중해 주길 바라는 아이들였다. 아이들은 전날 슈농소성을 갔는데 하루 만에 또 성을 가는 건 신사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루아르 강변여행 와서 고성 안 는 건 여행 기획의도 무시라고 맞섰다. 결국 오늘의 목적지 쉬농성은 샤토가 아닌 포트리스, 즉 산성이라고 우기며 애들을 끌고 갔다. 쉬농성은 루아르강 유역 고성 중 가장 오래전에 지어진, 11,12세기의 성이며, 백년전쟁 전엔 영국왕 헨리 2세가 소유했지만, 잔다르크의 신심 어린 전투력으로 프랑스가 뺐어온 곳이다. 오래됐으니 성 보존 상태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쉬농성 측은 대신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를 무료로 대여해 줬다. 텅 빈 공간을 패드로 스캔해 당시 성의 풍경을 감상하라는 건데,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신의 한 수였다. (파리 시테섬 컨시어리주리-마리 앙투아네트가 죽기 전 투옥됐던 곳-가 딱 그랬고 애들은 신나서 구경했다) 보물찾기 같은 모드가 있어서 애들은 나보다 더 분주하게 성곽을 뒤졌다.(보물을 다 찾는다고 주는 건 없다) 실제 성은 남아있는 게 없어 일부 방은 조악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채워놨지만, 애들 방해 없이 성을 찬찬히 볼 수 있는 것도 좋았고, 성 위에서 쉬농 지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서, 슈농소성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물론 이 날은 날씨가 좋아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잘 나왔 게 이유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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