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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Jan 02. 2024

1230@St-Bavo Cathedral


2023년의 마지막 여행지로 헨트를 선택한 건 이 그림 때문이었다. <아르놀피니의 결혼>으로 유명한 디테일 최강자 얀 반에이크의 ‘헨트 재단화’. 플랑드르 지방은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부유한 동네였고, 먹고살 만하면 문화 예술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얀 반에이크는 피렌체의 르네상스가 시작되기 전에 활동한 화가로, 플랑드르 미술 수준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높았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약탈당한 예술품을 되찾던 부대를 소재로 한 조지 클루니 감독의 <모뉴먼츠맨>을 보면 플랑드르 미술 2개가 핵심 작품으로 나오는데, 하나가 브뤼헤 성당의 미켈란젤로 성모상, 다른 하나가 헨트 제단화다. 브뤼헤 여행 갔을 때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못 본 것이 두고두고 아쉬워, 이번엔 애들 여론 따윈 무시하고 왔다. 여러 번 도난당해서인지, 방탄유리 안에 보관 중이었는데 최근 복원을 해 색감도 강렬했고, 얀 반에이크의 디테일도 잘 살아있었다. 여닫을 수 있는 제단화이다 보니, 뒷면에도 작품이 그려져 있는데, 미술 지겨워하는 아이들도 제단화의 독특한 구조를 신기해했다. 물론 그림을 보려면 무료입장이 가능한 성 바보 성당에 들어와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아(12유로), 이 그림이 이렇게 대단한 거냐고 푸념할 수 있지만, 돈이 아깝다면 아까운 만큼 오래 뜯어보면 된다. 워낙 세밀해서 오래 봐도 볼 게 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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