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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Dec 30. 2023

1229@Ghent


파리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여행지가 벨기에다. 차로 3시간 좀 넘게 달려서 옛 플랑드르 지역의 도시 헨트(프랑스어로는 강 Gand)에 왔다. 예전 브뤼헤 여행 왔을 때 못 들렸던 게 두고두고 아쉬워서, 성당, 미술관, 맥주가 가득한 중세도시로 아이들을 끌고 왔다. 오는 내내 흐리고 비가 오다 해도 잠시 뜨는 이상한 날씨가 이어졌다. 헨트 구도심은 중세의 무질서함이 잘 보존된 곳이라, 운전이 만만치 않았고 이리저리 헤매다 무지개를 만났다. 브뤼헤처럼 헨트도 마을 가운데로 작은 운하가 흐르는 곳이었는데, 그 규모가 커서 암스테르담을 더 닮은 느낌이었다. 물론 건축물 스타일은 브뤼헤와 비슷하고, 과거의 흔적이 잘 보존 돼, 베네치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플랑드르 지방이 생산하던 양모는 영국 프랑스 백년전쟁의 실질적인 원인으로 평가될 정도로 이곳은 당시 유럽 경제의 중심이었고 운하를 따라 교역이 이뤄지니 르네상스 이전부터 문화 예술 수준이 높을 수밖에. 경제적 파워에 비해 군사력은 약해 프랑스에 시달렸지만, 헨트는 산업혁명 이후에도 대륙의 맨체스터라 불릴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아주 오랜 시간 유럽의 경제적 중심을 유지해 오다 보니, 오래된 건축물도 문화 유적도 많아서, 매력적인 여행지가 됐다. 좋은 조상이 후대에 선사해 준 역사의 선순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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