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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Jan 16. 2024

이것은 미사인가 공연인가

0114@Église de la Madeleine


예전에 마들렌 사원에 관해 이곳에 글을 남기며, ‘페디먼트에 새겨진 부조 조각도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며 ‘관광객도 갈 수 있는, 근사한 성당 미사를 제공하는 게 사원의 가장 큰 효용이 아닐까’라고 평한 적이 있다만, 솔직히 미사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첫 번째로 인상적인 건 그 규모. 세 개의 돔으로 구성된 높은 천장과 52개의 거대한 코린트 양식 기둥이 사람을 압도한다. 다음으로는 그 넓은, 텅 빈 공간을 가득 메우는 파이프 오르간의 웅장한 음색. 심장을 울리는 장대한 저음이 성당 안에 울려 퍼지면, 자연스럽게 신에 대한 인간의 의심은 사라지게 되고,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다.

압도적인 파이프 오르간 소리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의 음색도, 성가를 부르는 안내자의 노래 실력도 너무나 탁월해서, 한 순간 내가 미사를 드리고 있는 건지, 공연을 보는 건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인간의 이성을 잠재우고,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불러일으키려면, 최소한 절대자의 존재를 떠올릴 수 있는 압도적인 공간이 필요한데, 교회는 그 방법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지는, 이곳의 전기선은 어떻게 설치했을까

다만 그럼에도 사원처럼 생긴 외경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건, 건물의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건은 교회인가, 그리스 신전인가, 아니면 그 중간쯤의 정체불명 건물인가. 실제로 마들렌 사원은 공사 책임자들이 중간에 바뀌면서 여러 번 건축 기획 의도가 흔들렸다. 맨 처음 공사를 지시한 루이 15세는 교회를 계획했지만, 곧 프랑스혁명이 일어났고, 그 뒤에 등장한 나폴레옹은 군대의 승리(혹은 자기 자신)를 위한 신전으로 건축 방향을 바꾸라 지시했다.

군대의 승리(=나폴레옹)를 기념하기 위한 천장화. 황제를 넘어 신이 되고싶었던 사나이.

그러다 루이 16세의 동생이었던 루이 18세가 콩코드 광장에서 목 잘려 죽어간 왕족들을 기리기 위한 속죄의 교회로 최종 결정하여 지금의 마들렌 사원이 탄생했다. 하지만 루이 18세도 7월 혁명으로 쫓겨나면서, 마들렌 사원을 기차역으로 사용하자는 파격 안까지 나왔지만, 결국 무난하게 마리아 막달레나를 위한 성당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하지만 애매모호한 외경과 달리, 가톨릭 성당의 미사를 드리는 장소로는 완벽했으며,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꼭 시간 내서, 과거 프랑스가 인식하던 종교의 존재를 이곳에서 한 번쯤 느껴보길 권한다.  


(미사가 끝나고 퇴장할 때 연주되던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감상해 보자)


성당을 나서면 역시나 멀리 콩코드 광장이 보이는 인상적인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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