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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Jan 12. 2024

89년생 아탈

0111@Centre Pompidou


지금은 이제 완전한 파리의 일부가 된 퐁피두 센터이지만, 지금도 Renard거리를 걷다 불쑥 튀어나온 물탱크 비스름한 주황색 설치물을 보면, 저건 뭐지 싶을 때가 있다. 지금도 이런데, 당시로선 얼마나 파격이었을지 생각하면 이걸 받아들인 정책 결정자들의 심미안이 놀랍긴 하다. 지금이야 너도 나도 따라 하는 특별할 것 없는 스타일이 됐지만. 퐁피두 앞을 지나면서, 프랑스의 새 총리 가브리엘 아탈을 떠올렸다


이번주에 전해진 또 다른 파격. 89년생, 34세로 프랑스의 총리가 된 가브리엘 아탈. 역대 최연소 총리 기록이란다. 종전은 37세. 29살에 대변인, 교육부 차관을 역임한, 마크롱 정권의 핵심 실세다. 게다가 커밍아웃한 동성연애자. 로이터 등 외신도 마크롱과 아탈의 나이를 합쳐도 바이든보다 어리다며, 어린 총리의 등장에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진짜 뜨거운 반응은 한국 댓글이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총리라니 프랑스 망했네류의 댓글이 20%, 호모포비아적 댓글이 80% 정도였다. 정작 프랑스는 덤덤하다.


바르델라(좌)와 아탈(우)

민 좌파 성향 언론 <리베라시옹>은 극우 성향인 르펜의 정당 국민 연합을 소환했다. 국민연합 당대표가 아탈보다 6살 어린 95년생, 28살  바르델라기 때문이다. 젊은 대통령 마크롱 입장서는 지난 대선 2위를 한 마린 르펜이 젊은 당대표를 내세우는 게 신경 쓰였을 수도. 사실 30대 총리는 이제 북유럽에서는 놀라운 일도 아니다. 지난주 헬싱키에 갔을 때, 한 정치 모임에서 국방부 장관을 만났는데, 대학을 갓 졸업한듯한 핏덩이였다. 버르장머리가 여전히 정치인의 주요 덕목인 우리나라에선 전부 다 기대하기 어려운 현상들이다.


늙은 사회에 대한  아쉬움은 둘째 치고. 프랑스가 부러운 게 있다면, 남들 신경 쓰지 않고, 타인의 시선 신경 안 쓰는 어쩌라고 분위기다. 총리가 어리건, 동성연애자건 간에 어쩌라고 하는 무심한 분위기. 이런 어쩌라고 의식이 프랑스가 다양한 파격을 만들고, 새로움을 주도하는 원동력일지 모른다. 휴가 꼬박꼬박 챙기고 주 35시간도 겨우 근무하는, 63세에 연금 받는 이들이 아직도 안 망하고 승승장구하는 이유겠지.


**

마크롱 대통령이 어제 꽤 큰 폭의 개각을 했는데, 외교부 장관에 스테판 세주르네, 아탈 총리의 전 동성 연인(동거까지 했던)이 임명됐다.(<리베라시옹>은 세주르네를 '아탈과 서로 아는 사이'정도로 표현하고 넘어감) 이쯤 되면 슬슬 정신이 어질. 하긴 유부녀였던 친구 엄마와 결혼한 분이 대통령이니.. 호들갑은 우리만 떨 뿐, 전부 다 프랑스인들에겐 '어쩌라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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