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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Feb 19. 2024

에스토니아 뽀얄라의 발틱포터

0131-0202@Tallinn


바다와 붉은 지붕이 리스본을 닮은 탈린의 겨울은 전형적인 북유럽의 우울함을 담고 있었다. 그래도 올드 타운은 진짜 오래돼서, 1500년 정도 건물은 새 거에 속했다.


에스토니아는 발트 3국으로 분류되지만, 사실 민족, 언어적으로 가까운 나라는 핀란드다. 덴마크-스웨덴의 지배를 거쳐, 러시아의 통치를 받은 역사도 상당 부분 공유하는데, 두 나라의 역사가 갈리게 된 지점으로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저항을 꼽는다. 핀란드가 패배에도 불구하고 소련과 두 번이나 싸운 것과 달리, 에스토니아는 현실적 한계를 이유로 포기하면서 본인들은 소비에트의 일부가 됐다고 에스토니아인들은 생각한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곧 본인들의 전쟁인 이유다. 두 번 후회할 수는 없다는 거. 그래도 헬싱키만큼이나 올드 타운엔 러시아를 연상시키는 러시아-소비에트 시절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사실 비장한 역사를 살짝 걷어내면 스카이프를 탄생시킨, 그 이후 우버를 위협하는 볼트 등 다양한 스타트업의 본산지이자, 모바일 투표를 실시하고 e-시민증을 발부하는 힙한 테크 국가다. 유명한 클럽과 가게도 많은데 무엇보다 맥주가, 그것도 발틱 포터가 끝내준다. 다크 초콜릿의 맛이 살짝 느껴지는.


특히나 한국에도 알려진, 맥주 라벨 디자인을 예술로 승화시킨 크래프트맥주 브루어리 뽀얄라의 본부를 탈린에서 만나니  그저 손이 모아지고 경건한 마음이 우러나온다.




 역사는 온통 우울했지만 디지털 시대의 기술을 바탕으로 에스토니아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역사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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