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은 프랑스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한 곳이며, 전통적으로 좌파-노동자-공산당 지지가 강한 곳이지만 이번엔 르펜의 극우 정당이 승리했다. 비유하자면 광주를 뺀 전라도에서 국민의 힘이 압승을 거둔 셈이다. (브르타뉴 대도시 헨느 Rennes에선 사회당이 승리했다)
브르타뉴 갱강Guingamp에서 열린 극우정당 반대 시위
하지만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이 승리했지만 거리에서 극우 정당 지지자를 찾아볼 수 없다. 반극우 집회가 열리고, 극우를 욕하는 사람은 시장 여기저기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정작 승리한 정당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허름한 카페에 들어갔더니 극우정당 국회의원 후보가 구석에서 기자들과 얘길 하고 있다. 다른 정당 후보들은 전단지도 나눠주며 선거운동 하는데, 여기서 뭐 하는 거냐고 물으니, 전단지를 나눠주면 눈앞에서 찢어버리는 사람이 많아서 안 만든단다. 시장에 나가 유세하는 걸 조금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카페에서 만난 극우정당 국회의원 후보
극우 국민연합이 30% 넘는 득표를 올린 지역이지만 정작 국민연합을 지지했다고 밝히는 사람이 없고, 국민연합 후보조차 험한 꼴 당할까 싶어 함부로 시장유세를 하지 못하는 현실. 프랑스인의 관념 속 국민연합이 어떤 모습인지 이보다 더 정확히 보여주는 사례가 있을까. 샤이극우를 넘어 하이딩극우다. 말 그대로 전부 숨어버렸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극우 국민연합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에서 국민연합을 씹던 사람 중에 일부는 조용히 투표장에 가서 국민연합을 지지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