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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Jun 20. 2024

기후변화는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0611@El Massira, Morocco


     파리에서 남쪽으로 3시간만 날아가면 다른 세상이 나온다. 바다와 사막을 양손에 쥐고 있는 모로코. 아프리카지만 열대작물들을 유럽에 수출하는 농업 강국이다. 유럽과 다른 지리적 이점을 활용, 유럽에서 키우기 힘든 과일을 키워 비교 우위를 확보했다. 건조하고 황량한 풍경 사이로 보이는 올리브 과수원과 대추야자나무들.


올리브 과수원

     모로코의 수확물은 자연이 공짜로 준 선물이 아니다. 모로코 토착민들은 부족한 물을 찾기 위해 늘 자연과 투쟁해 왔다. 댐을 짓고 지하수를 뽑아냈다. 또 다른 농업 강국 프랑스, 이탈리아와는 사정이 다른 것이다. 모로코 땅에 최적화된 방식을 찾아내 후손들에게 전달했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기후변화. 2013년 이래로 멈추지 않는 폭염과 가뭄. 그들의 선조들이 싸워 온 일시적 기후 재난과 차원이 다른, 만성적 위협이다. 모로코에서 두 번째로 큰 댐은 바닥을 드러냈다. 용수량의 0.8%의 물만 차있는 수준이니 말라버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그 부족한 물을 카사블랑카, 마라케시, 두 대도시 주민들이 사용한다.


엘 마시라 댐 저수지

     농사도 문제지만, 모로코인의 단백질원 부족이 더 큰 위협이다. 저수지가 말라버리니, 어부들은 망할 수밖에 없으며, 방목해서 키우던 양들은 점점 야위어 갔다. 사료를 사서 먹여야 하니, 가난한 농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진다. 우리한테 물 부족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 문제다. 프랑스,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가혹한 여름 겨울이 있는 산악지형 한반도가 축복받지 못한 땅처럼 보이지만, 가뭄이 디폴트 변수인 모로코와 비교하면 그래도 운 좋은 셈이다. 말라버린 엘 마시라 댐 바닥을 직접 보니 물 부족 문제의 심각성이 확 와닿는다.


모로코 양치기

     '너네 나라가 석유를 비축해 놓는 것처럼 우린 이제 물을 저장해놔야 할 시기가 올 거다'란 모로코인의 얘기까지 들으니, 이 문제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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