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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Aug 04. 2024

8년을 준비한 센강 수영 프로젝트의 결과는?

0730-0731@Pont Alexandre Ill

흐린 센강


     파리 올림픽의 뜨거운 감자이려나. 센강 수영 계획의 성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한 주가 시작됐다. 출발은 역시나 불안했다. 월요일, 예정 됐던 선수들의 훈련 일정이 취소된 것. 이유는 수질 악화다. 전 세계에 중계된 화려한 센강 개막식이 이례적 폭우로 기대보다 실망스러웠을 때, 파리 조직위는 한 주 뒤에 있을 센강 수영을 걱정했을 터. 비에 취약한 센강 수질이다.


     파리는 오래된 도시다. 1800년대엔 최신식 하수시스템을 자랑했겠지만, 지금은 센강 수질 관리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됐다. 파리 하수 체계는 빗물과 가정 하수가 뒤섞이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불어난 하수 일부가 처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강으로 방류된다. 길에 있는 쓰레기와 개똥이 들어가는 것도 당연한 일. 센강 정화에 2조 원을 투입해도 강이 쉽게 깨끗해지지 않는 이유다.


경기 시작 전, 썰렁한 알렉상드르 3세 다리


     결국 남자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취소됐다. 파리는 아주 아슬아슬하게 기준치를 통과되지 못한 거라며, 다음날 여자 경기와 남자 경기를 동시에 치르겠다고 밝혔다. 남자 경기 당일, 센강은 얼핏 봐도 더러워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분변에서 나온 대장균 수치. 선수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다. 이날 아침 경기를 보고 저녁 비행기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 많은 팬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트라이애슬론 연기에 바빠진 파리시 부시장

     

     남자 경기가 취소된 날 밤, 파리엔 비가 내렸다. 비는 여자 경기 시작 직전까지 내렸고, 2016년 발표된 센강 수영 프로젝트는 이대로 좌절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자전거를 끌고 선수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 중 몇몇은 강에 들어가 몸을 풀었다. 그렇다. 수질 상태가 경기를 치를 수준으로 양호해졌다고 발표한 것. 다들 비가 이리오는 데 하루 만에 뭔 일이 일어난 건가 어리둥절하면서도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기뻐했다.


물에 선수들이 들어갔다는 게 중요하다


     파리시의 설명은 이랬다. 2조 원을 투입해 비가 와도 수질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파리에 구축했지만, 센강 상류는 여전히 통제 불가다, 그런데 개막식날엔 상류에도 비가 와서 수질이 악화됐지만 그 뒤 날씨가 좋아 수질이 양호해지는 추세였다, 파리는 이제 1-2일 정도의 비는 버틸 수 있는 하수 시스템이 갖춰졌다. 설명을 들어도 여전히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지만 파리 한가운데서 경기한 선수들은 대만족이다.


사이클, 마라톤도 무사히 완료


     사실 깨끗한 한강을 지닌 우리 입장에선 답답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수심이 깊은 센강은 산업화 시절, 해상 물류의 핵심였으며, 지금도 산업용 배들이 오가는 곳이다. 그대로 뒀다면, 회생 불가의 더러운 강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파리 시장이었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90년대에 센강 복원을 시도했지만 예산 문제로 실패하고 말았다. 파리시 입장에서 올림픽은 막대한 예산과 모든 정부 부처의 도움을 끌어낼 절호의 기회였다.


빗길에 넘어진 몇몇 선수들


     일단 수영 경기 2경기는 무사히 마쳤다. 이제 2경기가 남았다. 어제도 파리엔 비가 제법 내렸지만, 일단 파리는 센강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큰 도약에 성공했다. 지금도 한강과 비교하면 더럽기 짝이 없는 센강이지만, 5년 전 센강 보단 훨씬 깨끗해졌으며, 2025년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만들겠다고 한다니, 파리의 무모한 도전을 효율의 관점으로만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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