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을 마주 보는, 상도 마르스 광장의 끝엔 그랑팔레 에페메르가 있다. 번역하면 임시 그랑팔레. 오랜 기간 공사가 진행 중인 그랑팔레를 대신해, 대규모 엑스포나 전시회를 여는 공간이다. 올림픽 준비 기간 이곳을 방문했을 때, 2층 창문에서 바라본 에펠탑 풍경은 멋졌지만, 유도와 레슬링이 펼쳐질 경기장은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창문 사이로 나폴레옹이 나온 군사학교가 보인다는 점, 그랑팔레 에페메르의 대형 기마상이 그나마 기억에 남았다. 텅 빈 곳에 공사판 비계와 임시 발판 등을 활용해 초대형 관중석을 세웠다는 게 한편으로 불안했지만, 한편으론 놀라웠다. 거대한 임시 설치물이 과연 안전하겠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 초대형 스탠드를 세울 수 있다면, 그야말로 파리가 움직이는 미래의 경기장 모델을 제시한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공사중인 상드마르스 아레나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기대했지만
유도 경기가 시작된 날, 원래 대형 전시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라 그런지, 입장이 아주 편리했다. 하지만 경기장에 들어섰을 땐 기대보다 실망스러웠다. 일단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빛을 완전히 차단했기 때문에, 창문 사이로 보이던 군사학교의 고풍스러운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경기장에 조명이 집중되면서, 대형 기마상은 열심히 찾아야 겨우 발견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냥 유도경기장
반면 임시 발판으로 설치한 대형 관중석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관중들이 걸을 때 발생하는 임시 설치물의 소음도 문제 될 게 없었다. 오히려 관중들은 철골 구조의 관중석 바닥을 발로 구르며, 스탠드를 탬버린 같은 응원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상드마르스 아레나 경기장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를 표방했던 파리의 야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법한 평범한 유도 경기장이랄까.
유도광팬 프랑스인
파리 순환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프랑스 유도 협회 건물이 보이는데, 건물의 규모가 엄청나다. 건물의 크기만큼이나 프랑스는 유도를 사랑한다. 아마추어 선수의 수도 일본보다 많을 정도. 인상주의 화가들이 일본 우키요예 판화에 매료된 이후로, 프랑스는 늘 일본을 좋아했으며, 그 애정이 유도 사랑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유도를 단순한 체력 운동이 아닌, 정신 수양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유도를 즐긴다. 이번 올림픽에도 프랑스인들은 자국 유도 선수가 나올 때마다 팝스타의 공연을 보는 팬처럼 환호했으며, 올림픽 4연패에 성공한 유도 무제한급의 리네르는 거의 프랑스의 손흥민 같은 존재였다. 한때 유도 강국이었던 한국은 이번에 프랑스를 만나 거의 모두 패배했다. 프랑스는 유도에서 일본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며, 별 특징 없는 상드 마르스 아레나는 매일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찼다. 역시 경기장보다 중요한 건 성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