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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Me Jun 01. 2020

내가 상상하던 '아마존'은 이게 아니라고!!

고생은 하기 싫으면서도 개고생도 해보고 싶고 왜 이러는건지 . 


아마존이 어디에 붙은 건지도 모르고 대강 아프리카 쪽에 있으려나 하고 생각했던 무지한 인간 하나가 있었다. 

그럼에도 아마존이라는 명사가 주는 호기심과 기대감은 어마무시했다. 



가기만 해도 막 영웅이 될 것만 같은, 마치 김병만이라도 된 기분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곳이랄까? 



하지만 아마존이 속해 있는 그 도시는 꽤나 아니 매우 큰 번화가에 속하는 도시중 의 도시로 

이미 관광화가 되어버린 아마존은 사기를 떨어뜨리기 딱 알맞은 곳이었다. 




데이투어로 어딘가 도시 냄새 물씬 풍기는 부족들을 만나고, 

반갑다고 기념사진 촬영하고, 특별하지 않은 형식화되어 있는 공연을 보았다. 




그럼에도 미련을 못버리고 2박 3일 돈지랄 투어를 나서고 

이내 2박3일이었음에 감사했다. 



안락한 별장스러운 숙소에 다 차려져 있는 밥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유쾌한 환경은 아니었다. 

계속해서 내리던 비 때문에 침구는 늘 한껏 물을 머금은듯 눅눅하고 

즐겁게 나선 피라냐 낚시마저 비가 오는 바람에 애꿎은 닭고기만 물에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비 때문에 고어텍스였던 나의 신발은 물을 가득 머금곤 그 기능을 상실해버리곤 

그 뒤론 가랑비에도 물이 새어들어오는 샌들과도 같은 신발이 되어버렸다. 



아마존을 벗어나는 날,

남은 돈을 정리할겸 여유있게 아침 6시부터 집을 나서선 

보기좋게 버스 타는 곳을 못찾아 도로 중앙에 서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를 수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한참이나 그러기를 반복하고 있을 때, 본분을 잠시 미뤄두고 불쌍한 여행객을 거두어준 어린 학생 덕분에 

버스 타는 곳을 겨우 찾았다.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지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온 그 아이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음..아무래도 걱정이 되서, 가는거 보고 갈게!" 



아, 이 천사는 어디에서 오신거죠? 



그래도 학생의 본분을 지켜야 하니 시계를 한번 들여다보곤 걱정스레 물었다. 



"학교 안가??" 


"괜찮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괜찮다고 등교하느라 바쁜 학생들 사이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으니 

왜 내가 더 걱정이 되는걸까 



천사님의 배웅을 받고 공항에 무사히 도착해 의기양양하게 체크인을 하러 카운터로 다가섰다. 

별 대화 없이 여권을 내곤 기다리고 있으니 앞에 있던 아줌마의 눈이 분주하게 바빠졌다. 



모니터를 한번, 내 여권을 한번, 그리고 다시 모니터를 한번, 내 여권을 뒤적뒤적 거리기를 한번 

마지막으론 내 얼굴을 한번 



"아웃티켓 있어?" 


"아, 잠깐만" 



아웃 티켓을 요구하는 경우는 행여나 내가 불법체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요구하곤 하는데, 

내가 다른 나라에 입국했다가 아웃 티켓이 없어 쫓겨나게 되면 나를 태워준 항공사에서 책임을 지게 되기에 

종종 이렇게 요구하는 곳들이 있었다. 

 


혹시나 이러한 사태를 대비해 발급해뒀던 대한항공의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아웃티켓을 건내주었다. 

실제 티켓이지만, 무료취소가 가능한 비싼 티켓을 결제한 후 항공권만 인쇄하곤 다시 취소해서 만든 

약간 양아치 스러운 티켓으로 장기 배낭여행객들이 주로 쓰는 방법 중 하나였다. 




"아니, 너 지금 콜롬비아 가잖아. 콜롬비아 아웃 티켓 없어?" 


"아, 나는 콜롬비아 갔다가 멕시코 갔다가 다시 브라질로 와서 한국으로 돌아갈거야" 

(멕시코를 간다는건 진실, 브라질로 와서 한국갈거란건 거짓말이다.)



"안돼. 콜롬비아 아웃티켓줘" 



"나는 아직 멕시코 티켓팅을 하지 않았어. 

여기 한국가는 티켓 있잖아. 이게 얼마인지 안보여?? 300만원짜리 티켓이라고, 

나 돌아갈꺼라니까?" 



아줌마의 대답은 굳건했다.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애처롭게 바로 옆 체크인 카운터 남자직원을 쳐다봤지만 

자기가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듯 어깨를 살짝 들어올렸다 내리곤 곤란하단 표정으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이런 망할. 어쩐지 이 아줌마한테 서기 싫더라니!!!' 



이 아줌마는 이제 내 말은 이제 듣지도 않고 나를 옆쪽으로 치우더니 다른 승객들 체크인을 하기 시작했다.




급한대로 와이파이를 잡아서 아무 티켓이나 예약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미친듯이 와이파이를 잡아보지만, 와이파이조차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는 상황에 

설상가상 체크인 카운터 마감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지금 예약하려는데 와이파이가 안돼... 나 진짜 돌아갈거야. 체크인좀 해주면 안될까?.."


최대한 애원하며 매달려봤지만, 힐끔 내 휴대폰을 보고는 다시 무시하곤 5분 남았단 친절한 안내를 건낸다. 




'악!!!!!!!!!!!!!!!!!!!!' 

이 자리에서 미친년마냥 소리지르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조급한 마음 때문일까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남은시간 5분남짓. 

겨우 연결된 와이파이로 나중에 취소하고 다시 끊지 뭐 하는 생각으로 급하게 티켓팅을 마치고 

그 티켓을 보여주자, 애쓴 보람도 없이 보는둥 마는둥 휙- 보곤 대강 넘기곤 

보딩패스에 도장을 쾅- 찍어선 건낸다. 



'망할. 이 따위로 볼거면 대충 티켓 예약한척 하고 아무거나 보여주는건데' 



티켓을 받아들고 나니 핸드폰이 가르키는 시간은 이미 보딩타임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런 ㅆ발라먹을'  

욕할 새도 없이 행여나 비행기 놓칠세라 미친듯이 뛰기 바빠 남은 돈 처리할 새도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하아, 망했어." 

한껏 머리를 쥐어 뜯으며 혼자 욕짓거리를 내뱉고 있자니 

모든 이목이 집중되어 동물원 원숭이가 따로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급하게 끊은 나의 비행기 티켓은 

콜롬비아에서 직항 멕시코시티까지 가는 비행편들도 널리고 널렸는데 

멕시코 칸쿤에서 환승이 끼어 있는 거지같은 티켓이었다. 

그것도 '수화물추가도 없는'



19시35분 한창 저녁밥 먹을 시간에 칸쿤에 도착해 

다음날 아침 7시40분 비행기로 어디 공항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환장할 노릇인 아주 환상적인 

노숙하기 좋은 환승 시간. 



누구 탓을 하겠나, 아웃티켓 하나 제대로 준비못한 내 탓이지 

근데 자꾸 그 아줌마 욕이 나오는건 어쩔 수가 없다. 



'뒷 일은 나중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아 시선을 돌리자 

낡은 비행기가 눈에 들어온다. 



브라질에서 콜롬비아 까지 가는 'Abior 항공'으로 두번의 환승을 거쳐야만 하는 비행이었다.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바르셀로나 그리고 발렌시아 그 후에 보고타 도착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암만 스페인이 옆쪽이긴 한데 너무 돌아가는거 아닌가..? 

그래도 스페인 들렀다 간다는 비행편에 나는 새삼 들떠있었더랬다. 





베네수엘라에 똑같은 도시가 있다는걸 알기 전까지.





누가 스페인 식민지 아니었다고 할까봐 이렇게 이름을 독창성 없이 지었냐

괜히 사람 설레게



모르고 베네수엘라에 왔었더라면 아웃티켓에 이은 2콤보 멘탈 폭격이었겠지만, 

다행히 그 전에 알았기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왔음에 앞서 깨진 멘탈정돈 붙들 힘은 있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환승지는 그야말로 최악중에 최악이었다. 

와이파이는 될리 만무했고, 물 한모금 못 먹은 상태에서 뭐라도 먹을까 싶어 

지갑 속 고이 모셔두었던 5달러를 꺼냈다. 

이곳의 인플레이션을 모르는건 아니기에 5달러가지고 나는 기대치가 높았다. 



'이 돈이면 여기에서 제일 비싼거 정돈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안녕? 이 돈이면 여기서 뭘 살 수 있어?" 


매점 메뉴판에 빼곡히 적힌 베네수엘라 화폐단위를 계산하기 어려웠기에 

자신만만하게 5달러를 내보였다. 



낯선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가로이 수다떨던 직원들이 내 앞으로 모였다. 


"음..5달러면.. 여기 샌드위치 하나랑 아이스티 한잔을 줄 수 있어" 

그가 가르킨건 햄이랑 치즈 얇게 저민 한입거리 빵쪼가리와 아이스티 한 병도 아닌 한 잔이었다.


"에..? 말도 안돼! 여기에서 5달러면 뭐든 먹을 수 있을줄 알았어.." 

 


급속도로 실망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곤 안쓰럽다는듯 말을 건낸다.



"만약 니가 밖이었다면 그랬겠지만, 여긴 공항 안이라..." 

그의 안쓰러움엔 니가 가진 5달러는 이 나라에서 꽤나 큰 돈이지만

이 곳이 공항 안이라, 그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 라는 뜻이 담겨있었다.



미안해 하는 직원들을 원망할 일은 아니니 그냥 괜찮다며 웃으며 나와 공항 의자에 걸터 앉았다. 



'5달러에 말도안되는 빵쪼가리에 아이스티라니, 돈아까워' 



실연의 아픔 덕에 밥을 잘 먹질 않아 그런지 위가 줄었나, 

미칠듯이 배가 고팠던 것도 아니었기에 맛없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보단 돈 아끼는 편을 택했다. 





"아......하루가 너무 길다.." 


간혹 몇몇 보이는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나 이외의 탑승객은 보기 힘든 텅빈 공항 의자에 앉아 

반쯤 넋이 나간듯 중얼 거렸다. 



그럼에도 아직 갈길이 멀다는 사실을 깨닫곤 

남아있는 넋마저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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