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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양 Jan 15. 2021

고전문학의 매력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향수"와 단편집"깊이에의 강요"


압도되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글이 가져다주는 문체나 소재
그리고 완벽한 엔딩까지
난해 하나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까지
고전문학과 소설을 찾아 읽고 있는 지금
그냥 다른 소설을 하나 끝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뒤늦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 "향수"와 

단편 "깊이에의 강요"를 읽었다.

평소에 송은이와 김숙의 팟캐스트를 좋아하면서

그들이 제작하거나 참여한 프로그램들을 즐겨보는 편인데

이번에 새롭게 론칭된 북유럽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인데 내 취향에 맞을지 몰라

일단은 이 두 권의 책만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다.


"깊이에의 강요"라는 단편은 정말 짧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기에 부담 없이 집어 들었다.

근데 처음에 읽을 때에는 이 책의 활자가

그냥 둥둥 떠다니면서 도저히 집중이 안되고

내가 그냥 활자를 읽고 있구나를 느꼈다.

첫 번째 불우한 젊은 여자 천재화가의 이야기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그리고 두 번째 체스 젊은 청년과 노장의 이야기는

체스의 룰을 잘 몰라서 조금 더 난해하게 다가왔지만

대충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알겠다 느낌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단편에서는 문학에 대한 우리의 건망증,

문학의 의미를 우리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에 대해

읽으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읽은 많은 양의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 굵직굵직한 이야기 뼈대만 생각날 뿐

디테일은 생각이 안 나게 됨에도

문학은 우리의 삶을 바꾸는가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많은 책들을 읽지만 그 책들이 어느 틈에

내 가치관과 생각을 지배하고

어떻게 나를 바꾸었는지에 대해서는

콕 집어서 이렇다 저렇다 할 만큼

유력한 증거는 찾아내기 어려우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하기에도 사실은 책이 나의 생각들을 바꾼 지점들도 많았다.

그래서 짧은 단편이지만

오히려 읽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게

고전의 매력이 아닐 가 생각한다.

어딘가 모르게 우울하고

어딘가 모르게 소심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야기 속에서

보편적인 것을 말하고 있지 않는

고전 문학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 "향수"도 마찬가지이다.

읽는 내내 지루하고 장황한 설명 탓에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읽은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그 뒤가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엔딩까지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책을 덮는데

이 작가가 구축한 세계, 그리고 인물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왠지 눈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라스 마을과

맡은 적이 없는 그 도시의 냄새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문장력과 묘사에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그들이 입었을 법한 옷과 그들의 행동

그리고 그 분위기까지도 눈에서 그려질 수 있는 게

이 작가의 필력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왠지 이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나야만 될 것 같은

그리고 이 인물의 끝이 이렇게 끝날 것 같은

어느 정도의 예감과 안도감까지도

이 소설을 여행하는 나에게

이 책은 큰 소용돌이를 만들어주었다.

아직도 이 두 작품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글로 기억이 될지 더 소화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은 이 압도당한 기분을 뭐라도 쓰지 않으면

이 순간의 느낌과 기분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봤다.

아무래도 고전은 몇 번을 더 읽고 읽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들 하는데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느끼는 이 압도당한 몇 안 되는 기억과 체험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이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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