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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양 Jul 10. 2020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

영화 "소년 시절의 너" -  “少年的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 떠오르는 문장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참담하다.
거리에 내몰린 아이들에겐 도와줄 어른이 없었다.
약자를 괴롭히는 악마 같은 아이들
그리고 방관하는 학생들과 학교
도움이 되지 않는, 신뢰할 수 없는 경찰
더 큰 강력사건으로 번지는 학교폭력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중국에서 교육용으로 만든 것 같다. 우리가 학교폭력을 방관할 때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너무 리얼하게 다뤘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들이 실화라는 것에 더욱더 경악할 수밖에 없다. 입시만 중요시하는 사회가 어떻게 아이들을 망가뜨리는지 그 비참한 폐해들을 똑똑히 보게 한다. 학교폭력은 더 이상 아이들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임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나오듯이 어느 과목 하나도 어떻게 어른이 되어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부모에게 버려져 혹은 방치된 아이들과 반대로 극성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악마가 되어가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피해자 같은 가해자를 만들어 내는지 잘 보여준다. 이 참담한 현실이 너무 리얼해서 보고 나면 씁쓸해지는 영화다.


학교폭력으로 한 아이가 자살을 하고 경찰 조사가 시작된다.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가 죽고 나서 악마 같은 가해자들은 또 다른 희생을 찾았고 그 희생양이 이번에는 주인공 소녀 차려로 된다. 주인공 소녀는 학교에서 10등 안에 드는 공부도 잘하고 조용하며 수줍음이 많은 아이다. 같은 반에는 얼굴도 이쁘고, 집안도 좋으며, 공부까지 잘하는 폭력 주범이 있는데 이 아이는 예쁜 얼굴과는 다르게 악마같이 지속적으로 반의 조용한 애들을 괴롭힌다. 사실 애초에 피해자 소녀가 조용해서 괴롭혔다기보다는 그냥 자기 눈에 띄는 아무 희생양을 골랐는지도 모르겠다. 같이 따라다니면서 학폭 주범 여자애를 도우는 무리가 있는데 그들도 자신이 선택되지 않은 것에 감사할 뿐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큰 죄책감을 느끼진 못한다. 적어도 초반에는 말이다. 아이들도 자신이 피해자가 되기 싫어서 내키지 않지만 같이 그 끔찍한 일들에 가담한다. 이유가 어찌 됐든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아이들의 학교폭력은 진짜 악마들 같다.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못된 짓들을 할까 도저히 그들의 심리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그의 부모를 보니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부유하지만 자식을 올바르게 키울줄 모르는, 일말의 양심과 인격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뻔뻔한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부모를 보면서 이 아이의 폭력들을 다 정당화할 수 있을까? 과연 악마로 태어나는 것일까 아님 악마로 길러지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한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보면 악마는 태어날 때부터 우리와 다르게 태여나고 사고할 수도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아직도 난 그 경계선이 어떤 것들인지 그 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과연 이런 학교폭력은 정말 가해자 한 사람의 문제 일가?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의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쫓기다시피 사는 엄마와, 공부밖에는 배운 게 없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신고를 해도 제대로 처벌이 어려운 경찰 시스템과, 자기 아이를 감싸느라 폭력의 원인을 제공한 게 아니냐고 오히려 뻔뻔하게 나오는 학부모나, 그리고 그런 부모의 모습에 안심하며 악마 같은 옅은 미소를 띠는 가해자나 과연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할까? 입시를 앞두고 날짜가 좊혀지는 특수한 시기 고3의 삶 가운데는 이 모든 것들이 버겁기만 하다. 그래서 어떻게든 입시 날짜까지만 참고 버티고자 하는데 이 악마 같은 아이들이 폭력 수위가 나날로 심해져만 간다.


그렇게 매일 두려움에 떨면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소녀는 방과 후 집에 가는 길에서 불량배들에게 자신과 똑같이 매를 맞고 있던 소년을 만나게 된다. 도와주려고 신고를 하려다가 오히려 그 불량배들에게 폭력을 당할 뻔한다.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려고 했던 소녀가 못마땅했던 불량배들은 그 양아치 소년을 좋아하는 게 아니냐며 뽀뽀하라고 강요한다. 뽀뽀를 하지 않으면 소년을 더 때리겠다고 협박하는 불량배들 앞에서 소녀는 뽀뽀함으로 겨우 풀려난다. 핸드폰도 박살 나고 돈도 뺏긴 여자 주인공에게 그 매 맞던 소년이 이튿날 찾아와 돈도 돌려주고 핸드폰도 고쳐주면서 둘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난 너와는 달라. 시험을 볼 거고 명문대 칭화대학을 갈 거야!"


거리의 무법자처럼 지내는 양아치 같은 소년과 명문대를 꿈꾸는 소녀의 삶의 방식은 너무 간극이 컸고 둘은 그 차이만을 확인하고 헤어지게 된다. 나중에 여러 가지 계기로 친해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관계로 발전한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중에서 소년이 말하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너는 나에게 처음으로 다친 상처가 아프냐고 물어봐준 사람이라고"

부모라는 보호막이 없이 거리에서 거칠게 자란 소년에게는 한 번도 아프냐고 물어봐준 사람이 없었다. 한지민 씨가 출현했던 영화 “미스 백” 와 같이 그리고 얼마 전 기사로 접한 학대받은 9살 아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방치된 채 영혼이 파괴되는 아이들이 많음을 우리는 안다. 얼마 전 봤던 “인간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도움을 적절하게 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면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그렇게 잘못된,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으로 내몰리게 되면 범죄의 악순환들은 겪으며 심신도 몸도 망가져간다. 소녀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고 엄마는 사기를 쳐서라도 학비를 벌어야 하기에 늘 도망 다니며 겨우 전화통화로만 아이의 상태를 살핀다. 그러는 사이에 소녀는 자연스럽게 방치되게 되었고 엄마는 아이가 학교에서 끔찍한 일들을 당하고 사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이런 폭력이 무방비로 노출된 소녀의 주위에서 유일하게 위로가 되는 존재가 동네 양아치 거리의 무법자 같은 소년이 되어준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옆에 보잘것없고 거리의 늑대 같은 아이라도 옆에서 이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소년은 거리에서 거칠게 자라온 삶이지만 이 소녀에게만큼은 애인처럼 때로는 큰오빠처럼 폭력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도운다. 선생님도, 엄마도 해주지 못한 보호자 역할을 이 힘없고, 돈도 없는 소년이 감당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둘이 노력해서 한 명은 원하는 명문대를 가고 소년도 제대로 된 직업은 아니더라도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삶을 누리기를 바랐지만 악마 같은 아이들이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으며 극은 또 다른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왜 어른들인 자신들(경찰들)에게 신고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고 했는지 따져 묻는 여경에게 주인공 소녀가 말한다. "누가 나를 도울 수 있는 건데? 당신들도 나를 도우겠다고 하면서 왜 나에게 지금 진술을 강요하는 건데? 당신이 말한 도와주는 세상이 이런 거라면 당신은 지금 품고 있는 뱃속의 아이를 이런 세상에 낳고 싶은지 생각해봐" 이 소녀가 못내 못마땅했던 여경은 그제야 입을 닫고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 신고했을 때 제대로 처리고 되었고 그 악마 같은 아이들이 죄를 뉘우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면 이런 비극적인 결말은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과연 사법처리 이외에 이 아이들을 훈육하는데 관심이나 가졌을까? 뻔뻔한 부모도, 경찰도, 징계받은 담임도 사건 처리가 되고 나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더 큰 비극으로 치닫게 방관한 셈이다.


만약에 이 영화가 미국에서 제작이 되었다면 아마 다른 결말 혹은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화끈하고 화려한 범죄 드라마로 탄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어두운 톤과 그 실상을 보여주는 무게를 실었고 중국 영화들의 검열 수준과 생각한다면 당연한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엔딩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또 그렇게 끝나야만 하는 결말일지도 모르겠다. 양심을 지키는 일은 대가를 필요로 하지만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영혼을 갉아먹지 않아도 된다. 대가는 무겁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있지만 양심을 버리고 선택한 삶은 아마도 두 사람을 평생 불행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 엔딩에는 이 사건이 어떻게 중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들을 가져왔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주연배우가 직접 나와 간곡하게 호소한다. 국가에서 법으로, 사회가, 그리고 우리가 관심 가져야 그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학교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의 각자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씁쓸한 영화였다. 영화의 톤이 좀 무겁지만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라 한 번씩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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