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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양 May 19. 2020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

연대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들의 역할

이 책을 읽고 나서 충격을 좀 받았습니다. 

그 충격의 의미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조차도 죄스러울 만큼

책 내용에서 소개되는 우리나라 범죄의 온상이 이렇게나 심각하다는 것과 

내가 어쩌면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살았구나를 느끼면서 죄책감도 들었습니다.  


내가 낭만이나 로망이 나를 얘기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의식주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누릴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정의로 가는 길이 아직도 갈길이 먼 것처럼 보이나 그럼에도 조금씩 변화되고 있으니 

우리가 방관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의 약자가 범죄의 길에 들어서면서 가해자가 되고 그 가해자가 자라서 더 큰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이 악의 대물림을 사회와 정부나 나서서 관심 갖고 끊어줘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자 캐릭터들이 소비되는 방식이나 

아동 성범죄나 강력범죄들이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는 이 사회의 구조도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할 범죄자들이 체벌을 받지 않아 다시 사회에 돌아와 범죄를 이어가는 것도 

사선에 몰린 아이들을 착취해 부를 축척하는 IT 회사들도

그리고 그 부조리에 방관하는 우리들도 어쩌면 범죄에 일조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 

결국은 내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더라도 이 모든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아직도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듯한 법체계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범죄의 온상은 내가 상상한 그 이상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던 지점은 

기사에서는 따로 추적해서 찾을 수 없던 실제 사건들의 판결 사례들이 들어있어서 

범죄자들이 드디어 제대로 된 형을 받았구나를 보면서 안도하게 됐습니다. 

법이 이미 조금씩 강화되었고 내가 기사로 접하지 못했던 사건들에도 

제대로 된 처벌을 한 사례들도 많구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수정 교수님이 말한 대로 사건이 터져야 

이 나라의 법이 변하는 점들을 보면서 아직도 갈길이 멀구나를 통감합니다.  

옛날보다 과학수사도 진보하고 여론이 감독관리 역할을 해준 탓에 이제는 옛날만큼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일어나는 현상도 적고 처벌이 강화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이 사회의 어두운 면에 관심 없고  

법의 구멍들을 피해 늘어나는 범죄들에 무지했음을 느낍니다. 


얼마 전에 봤던 넷플릭스 "인간 수업"에서도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성매매 포주가 되어서 

보디가드 역할을 할 사람들을 고용하고 성매매를 조직적으로 하는지에 대해 보여줍니다. 

고등학생들이 포주라는 점이 쇼킹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고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한 미성년자들이 자기네끼리 가출팸을 만들어서 

연대하지만 실상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갖은 폭력이나 성매매들이 

얼마나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키워지는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악을 고발하는 영화가 필요하고 제대로 된 탐사보도로 된 기사가 필요합니다. 

피해자와 피해사실을 선정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자극적인 문구와 잔인하고 구체적인 범죄사실만을 강조한 기사들이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는 끝까지 찾아내서 처벌하는 것을 보여주는 

법적 체계 구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책은 지적합니다.  

어쩌면 이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언론인은 언론인답게 영화인은 영화인답게 소신 있는 시선으로 이런 주제들을 신경 써서 다루고

이런 피해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때 방관하지 않고 본질적인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약자를 도우라고 말해줍니다.


우리가 이런 약자를 외면하고 방임할 때 

또다시 끔찍했던 일들이 바로 내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입니다. 

과연 내가 어디까지 도울 수 있을까 괜히 타오르는 불에 뛰여 들어 

나한테도 피해가 생기면 어쩌나 라는 생각을 이기고 

기꺼이 이런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야만 합니다.

적어도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 때 사법제도에 대해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에 문제제기를 하려면 

먼저 뭐가 문제인지에 대해 알아야 하고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각자의 역할에 대해 한번이라도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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