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이양 Jun 27. 2024

만 시간의 법칙

그래서 포기할 수 있는 꿈인가?

이번 주 유퀴즈의 주제가 만 시간의 법칙이었다.

옛날 같은 제목의 책을 읽으면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내가 그리던 꿈도 만 시간은 아니더라도

10년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버텼던 기억이 난다.

근데 할리우드가 정말 어려워진 지금

진로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고 지금은 아이도 있다 보니

이런 오프타임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이 많아졌다.


이 시점에서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할리우드 현장

한가운데서 일한 건 어쩌면 나한테

마음속으로 트로피 같은 거였는 지도 모른다.  

그 화려함을 경험한 것이 어쩌면 나한테 독이 된 것 같다.

지금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기가 너무 어렵다.

내가 이만큼의 사명감 없이 아무 일이나 시작해도 되는가돌아보게 되고 어렵게 쌓아 올린 내 커리어가 아까웠다.


나는 라디오를 정말 사랑하고 자주 듣는데

사연에 오랜 꿈을 접어야 할까요? 같은 사연들을 들으면

늘 나는 나에게 이입해 생각하는데 돌이켜 보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위해 꿈을 꿀 때

그건 포기할 수 있는 꿈이 아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늦은 나이에 공부해서 집에서도

대외적으로도 압박감이 있었지만 그냥 했었고 버텼다.

미생에 대사처럼 “이 바닥은 버티는 자가 이기는 거야”

라는 것처럼 꿈도 펼쳐보기 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꿈꿔온 현장에서

3년 내내 안 쉬고 일해봤고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하면서

그 모든 과정이 행복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많이 지쳤었고 아시아인이 한 명도 없는 백인들 사이에서

늘 내가 프로듀서 자리까지 갈 수 있을 가 한계를 느꼈다.  

지금 고민은 오히려 꿈을 쫗아가는 단계가 아니라

내가 과연 아이를 양육하면서 옛날 같은 스케줄인 삶에서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이 있을까?이다.


바쁜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나 나영석 피디도

한창 바쁠 때 집을 못 가는 날이 더 많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은 건 그들이 다른 일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와버렸고 이 일 외에는 가슴 뛰는 일이

없어서이지 않았을 가 짐작해 본다.

물론 그들이 아빠들이라 와이프의

전적인 희생과 서포트가 있었겠지만 말이다.

나는 엄마라 아이가 어릴 땐 엄마의 손길을 제일 많이

필요로 할 때인데 내가 과연 그 미친 스케줄의 삶을

감당해 낼 수 있을 가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정리된 내 결론은

그때 나한테 물어본 질문처럼

그래서 과연 포기할 수 있는 꿈인가?이다.

아니라면 이 힘든 시즌도 다 지나가고 다시 광야에서

하나님이 맛나를 주던 그때처럼 내가 꿈을 펼칠 날들이

하루속히 오길 기대하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을 거 같다.

다행인 건 우리 IASTE 영화노조가 파업을 안 하고

잠정적인 합의를 봤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아마 곧 이런 힘든 시기가 끝이 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버티자! 버텨내는 자가 이기는 자라 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인 거 같다.

그리고 아직은 포기하기엔 10년을 못 채웠으니

조금만 더 버텨볼란다.

다시 복귀하고 나서 도저히 아이와 이 일을 함께하기엔

무리라는 판단이 들고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면

그때 가서 포기해도 늦지 않을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리우드 파업 그 이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