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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양 May 21. 2024

할리우드 파업 그 이후

어쩌다 다시 취준생

작년 할리우드의 작가노조와 배우노조가

100년 만에 같이 힘을 합쳐서 파업을 했다.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AI산업과 작업환경

그리고 작업보수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다루느라

파업이 6개월 이상 이어졌고

드디어 작년 말 때쯤 파업이 정리됐다.

요즘은 AI로 쉽게 배우나 유명인들의

목소리를 딸 수 있고 영상도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다

배우들의 개런티보다 AI 배우를 쓰는 게 더 저렴할 수 있고

시나리오도 AI가 쓰면 더 매끈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당연히 걱정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파업으로 인해 처우가 달라진 경험을 한 나로서는

참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 여파로 생계 걱정이 앞서니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파업의 여파로 스튜디오 제작사들도

쇼를 론칭하기를 주춤하고 있고

무엇보다 올해는 IASTE(International Alliance of Theatrical stage Employees) 노조가 계약조건을 다시 조율하고 있어서 또 다른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에

더욱더 제작을 꺼리고 있다.

내가 일했던 Nickelodeon이 속해있던

Paramount studio에서도 대대적인 해고가 있었고

더 이상 어린이들 프로들을 제작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이게 왜 그리 중요한 뉴스 인가 하면

Nickelodeon 키즈쇼를 제작하면 보통은

몇백 개 에피소드로 내가 아는 프로듀서는

7년 내내 시즌을 이어가면서 일한 적이 있다.

그 말인 즉 그 쇼에 딸린 수백 명의 스텝들도

똑같이 다 직업을 잃게 된 셈이다.

출산휴가가 끝나고 나서 이제 복귀하고 싶은 지금

같이 일했던 프로듀서들한테 연락을 해봤는데

하나같이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렇게 어려웠던 시기는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나랑 같이 일했던 프로덕션 코디네이터도

지금은 그 아래 포지션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일한다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파업 전에

드라마를 찍다가 지금 다시 이어가는 사람들뿐이었다.

이렇게 참 어려운 시기이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 쪽에서 1년 내내 쇼가 끝나면

바로 일하던 사람들이 다들 취준생이 되어버렸다.

다들 나처럼 가족이 있고 자녀가 있을 텐데

생계는 다들 어쩌고 있는지 생각하면 참담하다.

그래서 건강보험도 파업 때문에 일을 하지 못했어도

기본 6개월 연장해 주는 정책이 나왔고

그 덕분에 조금은 숨통이 트이지만

그럼에도 프로듀서들이 일이 없으니

그 산하에서 일하는 우리도 일이 없는 답답한 현실이다.

출산을 하고 나서 1년 쉬면서

경력단절이 될까 봐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본의 아니게 경력단절이 되고 나니

다시 몇 년 전 취준생이 된 것처럼

일자리를 열심히 넣어보고 있다.

그때 마음가짐은 이력서 100통을 넣으면

인터뷰 볼 수 있는 기회만 있으면 된다는 마음이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아무리 많은 이력서를 넣어도

결국에는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았던 걸 알지만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일자리도 부지런히 넣으면서

영어실력도 업그레이드시키고

이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나도 같이 광고현장에서 일했던 사람을 통해서

지금 하는 할리우드 드라마 프로덕션 일이 연결 됐고

이력서를 통해서 일을 잡았던 기억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래도 좋은 기억 하나는 있기에 좌절하지 않긴 한데

답답하고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옛날 맨 처음에 맨땅에 헤딩할 때

모든 할리우드에 있는 회사들 리스트를 보면서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 웹사이트에 들어가

그냥 무작정 이력서를 보냈었는데

그때 감사하게도 한 회사에서 마침 사람을 구했고  

운이 좋게 첫 영화 예고편 직장에 들어갔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취직이 되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안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 된다고 위안 삼고 있다.

어서 이 파업의 여파가 끝나고 모두가 활발하게

일을 하던 그때로 돌아가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모든 취준생과 경력단절인 분들도 함께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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