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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빗헌터 Apr 28. 2023

(인터뷰) 병원 10곳 다닌 물리치료사의 이직썰

잦은 이직은 커리어에 독이 된다는 말, 진짜인가요?

2nd Interview. 피리소년


Profile

#물리치료사 #도수치료사 #프로이직러 #9번의이직 #10곳의병원


제 오랜 친구인 피리소년은 지방의 한 전문대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한 다음,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첫 병원에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매번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며 1년에 1~2차례, 많게는 3차례 씩 병원을 옮겨 다녔다. '잦은 이직은 오히려 커리어에 독이 된다.'라는 말이 과연 진짜일지, 7년 동안 총 9번의 이직을 통해 10곳의 중소형(의원급) 병원을 경험한 물리치료사의 솔직한 마음과 느낀 점을 들어보았다.



왜 이렇게 이직을 많이 하게 되었나요?


매번 같은 사유로 이직을 한 것은 아니었고, 할 때마다 다른 꼬리표가 붙었던 것 같아요. 저와 같은 의원급 병원에 속한 의료 인력의 이직은 상대적으로 일반 대기업에 비해서는 훨씬 잦고 일반적이라고 알고 있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동료나 대학 동기/선후배들과 비교하면 이직을 훨씬 많이 했던 것은 맞아요(ㅎㅎ)


초반 4번 정도의 이직은 제가 물리치료사로서 일을 더 잘 배울 수 있는 환경, 그리고 동시에 월급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결정했어요. 그 과정에서는 물리치료사 중에서 보수의 수준이 조금 더 높고 제가 하고 싶었던 도수치료로 업무를 전환하기도 했어요. 4번 정도의 이직 이후로는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기도 했고, 물리치료팀장/실장급으로서 조직 관리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병원을 옮겼어요. 팀장급으로 개업 병원에 초기 합류해서, 치료 동선, 도수치료 매뉴얼 등을 세팅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었어요.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고, 병원을 조금 더 큰 관점으로 바라보는 역량과 치료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팀장/실장 직책으로 일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고, 후반기에는 직책 없이 도수치료사로서 환자와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 다시 또 몇 차례 이직을 했습니다.



지나고 돌아봤을 때, 모든 이직이 성공적이었나요?


솔직히 말해서, 그렇지 않았습니다. 후회되는 이직도 여러 번 있었어요.
다만, 그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을 잊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직장에서 어떤 것을 원하는지, 그리고 직장을 선택하는데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성향도 여러 차례 이직을 결정하는데 한몫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굳이 이직하지 않고도 미리 깨달을 수 있을 부분들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직접 찍어먹어 봐야(?) 하는 성격이 또 잦은 이직에 한 몫한 게 아닐까 싶어요.


긴 시간 지켜본 지인으로서, 실제로 이 친구는 같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오래 일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기회가 있다면, 큰 고민 없이 실행하고, 바뀐 환경에도 어렵지 않게 적응하는 편인 것 같아요.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성향이 잦은 이직에도 한 몫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감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잦은 이직은 커리어에 독이 될 수 있다고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맞는 말이에요. 저 또한 과거 재직한 병원에서 일한 기간이 계속해서 짧았기 때문에, "내가 더 이상 새로운 병원에 받아들여지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내가 충분히 뛰어난 실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취업할 수 있다'라고 믿어요. 도수치료사로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이직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이직하고 최대한 성장해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면접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본인이 잘하는 부분을 충분히 어필한다면,
거쳐간 병원이 많다고 해서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선택했던 대부분의 이직이(다는 아니지만) 제 커리어 성장을 위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도수치료는 특히 같이 일하는 동료나 실장님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뛰어난 동료나 실장님 옆에서 치료를 더 잘 배우기 위해, 팀장으로서 개업하는 병원의 프로세스와 매뉴얼을 세팅하는 경험을 해보기 위해, 더 다양하고 많은 환자를 만나 나의 치료 실력을 높이기 위해 이직을 결정했던 것 같아요.


이러한 이직의 사유를 충분히 어필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여러 차례의 이직은 본인의 커리어 개발을 위해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태도로 내세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도수치료사의 경우는 서류 심사뿐만 아니라, 한 두 차례 해당 병원을 직접 방문해서 치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면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순 제 이력서에 나와있는 병원의 개수로 떨어지기보다는, 면접에서 본인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어렵지 않게 주어집니다. 이직이 매번 성장과 연결되지 않는 도피성이라거나, 본인의 귀책으로 기존 병원에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결정한 것이 아니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혹시 9번의 이직 중에 가장 후회되는 이직은 어떠했나요?


앞서 도피성 이직은 좋지 않다고 말씀드렸지만, 저 또한 그렇게 결정한 이직이 있었네요(ㅎㅎ) 당시 병원에서는 물리치료실장으로 있었는데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저와 제가 담당하고 있는 구성원들과 마찰이 있었고, 대표원장님 또한 저보다는 나머지 구성원들의 편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새로운 병원으로 이직을 결정했어요. 당시에는 실장임에도 저의 영향력과 권한이 없다고 느꼈고, 그 병원 안에서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섣부르게 도피성으로 이직을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새롭게 옮긴 병원은 신설되는 암 전문 재활 병원으로, 이전보다 좋아지는 처우와 동시에, 다시 한번 실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합류 후 알고 보니 근처에 큰 규모의 정형외과가 있었고, 이미 그 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더라고요. 미리 잘 알아봤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제가 놓친 거죠. 그래서 명목상의 처우는 올렸지만 병원 초기에 환자가 거의 없다 보니 월급의 많은 부분은 차지하는 인센티브가 굉장히 낮게 나왔고, 결과적으로 오히려 수입이 훨씬 나빠지게 되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도수치료사로서 암 전문 재활병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른 재활의학과 의원에 비해서 정말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의사의 처방으로 치료가 이루어지는데 해당 병원의 의사분은 도수치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 보니(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치료법들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어요. 성장과 보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되어버린 결정이었던 거죠. "제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신중하게 고민했다면, 병원을 옮기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과 후회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덧 커리어를 시작한 지도 8년 차가 되었는데요,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비슷한 커리어를
생각하고 있는 사회초년생들에게, 도수치료사로서 성공적으로 이직하기 위한 팁을 알려주세요.


저도 매번 성공적인 이직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참고만 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ㅎㅎ) 그리고 저는 물리치료 중 ‘도수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도수치료사이기 때문에 이 부분 또한 감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만약 본인이 환자를 대상으로 섬세한 맞춤 치료를 제공하고 싶다면, 물리치료사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다음 도수치료를 배우면 좋을 것 같고, 이를 위해서 저연차에는 본인이 도수치료를 배울 수 있는 여건의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병원마다 도수치료실의 치료실(방) 개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T/O가 없으면 저연차가 도수치료를 배워서 전담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직하기 전 미리 여건을 파악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병원마다 실장/센터장님이나 다른 선배들이 후배를 잘 육성하고 알려주는 문화인지, 내가 믿고 의지하고 따를 수 있는 선배 치료사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중요해요. 초반에는 처우보다는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의 일터인지를 파악하고 합류하자'라는 마인드로 좋은 직장을 빠르게 찾아야 해요.



지금 병원에서의 좋은 평판이 곧 좋은 이직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기존 병원, 혹은 과거에 함께 일했던 다른 물리치료사 동료나 선배가 새로운 포지션에 저를 추천을 한다거나, '본인과 함께 새로운 병원으로 이동하자'는 제안이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평판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병원 입장에서도 구인 사이트에 먼저 공고를 올리는 것보다는 근처 지인을 통해서 추천 채용을 진행하는 것을 훨씬 선호하는 것 같아요. 비용과 시간 절약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인력을 검증하기에도 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같은 물리치료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시기 바랍니다(ㅎㅎ)



유동인구가 많고 병원의 입지가 좋을수록,
도수치료사의 보수도 올라갈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급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솔직히 말해서 '처우 상승' 또한 성공적인 이직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서울 외곽에 위치한 병원보다는 업무지구(광화문/강남 등)에 위치한 병원의 처우가 훨씬 좋았어요. 병원을 유지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치료 비용 또한 높게 받을 수 있고, 물리치료사의 처우 또한 비례해서 높아지는 편이에요. 감사하게도 과거 병원에서 일하던 선생님께서 저를 추천해 주셔서 강남으로 병원을 옮긴 적이 있었는데요.(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비슷한 입지의 병원만 다니게 되네요) 몇 년 전이지만, 당시 의료수가 자체가 서울 외곽, 강남을 비교했을 때, 2배가 넘게 차이가 나서 정말 놀랬었어요. 도수치료사는 본인의 치료를 통해 발생시킨 매출(의료수가)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의료 수가가 높은 곳일수록 도수치료사의 월급 또한 높은 편이에요.


초반에는 도수치료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도 이직을 판단하기에 중요한 부분이지만, 월급 또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솔직하게 말해서) 이직을 통해 빠르게 월급이 올라가니 자신감도 생겼고, 직업 자체에 대한 만족도 또한 훨씬 높아졌던 것 같아요. 물론, 그 몸값이 거품이 되지 않도록 본인의 치료 실력을 계속해서 키워나가야 하는 점은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이 글을 볼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자면


이직의 횟수가 많아지는 것이 걱정되어서,
본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 경험이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에, 좋은 반면교사이자 레퍼런스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다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면 안 되듯이 이직의 횟수가 많아지는 것을 걱정해서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제가 직접 부딪혀보고 또 실패도 해보면서 많이 느꼈지만, 독자 분들은 좋은 콘텐츠나 선배들을 통해서 간접 경험을 통해 느끼고, 실패한 이직 경험은 최소화하시면 좋겠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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