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후 22개월이 되었다.
임신기간 합쳐서 엄마가 된 지 32개월이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작년 영상을 보고 있으면 아이에게 한없이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거는 내가 나온다. 요즘은 아이에게 반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거 하지 말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은데, 무엇이 달라진 걸까.
조리해서 건넨 음식을 받자마자 “맛없어!”라고 외치거나 밥과 반찬을 국그릇에 섞어서 촉감 놀이하는 아이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나쁜 엄마가 된 것 같아서 자책하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엄마 놀이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22개월 동안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저녁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밥 먹는 속도가 남편보다 빨라졌다)잠도 편하게 자지 못하고 (혼자 잘 자다가 왜 새벽에 엄마를 소환하니) 여유롭게 밤공기를 마시며 마실 나가지 못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숨이 막힌다.
길을 지나가다가 주민센터 앞에 걸린 플래카드에
임산부에게 교통비를 지원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저걸 출산장려대책이라고 내건 건가???
아이를 온전하게 기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힘들다 (집 마련),하원, 방과 후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교육비를 비롯하여 양육비가 많이 든다 등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이렇게나 많은데
그 어느 것과 연관도 없는 대중교통비 지원이라니.
위에 나열한 문제 외에도 산후/육아 우울증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인 것 같다. 지금 같은 기분으로는 우리 딸한테 나중에 절대로 출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육아 우울증으로 검색해보니 하루 종일 육아만 하는 사람이 육아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를 등원시켜놓고도 온종일 아이가 어지럽힌 장난감 정리, 아이 빨래, 아이 반찬 만들기 등 아이를 위한 활동만 하다 보니 “나”는 없어지고 만다.
아이가 하원하고도 문제다. 집안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아이가 없을 때 미리 할 수 없는 집안일들이 있다.)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부른다. 조용할 때는 어디 구석에서 치울 거리를 만들고 있다.
어른 3명이 있을 때 육아가 버겁지 않다고 느껴진다. 2명은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
집에서 전담으로 아이를 보는 이라도 홀로 육아를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물리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육아 우울증이라도 걸리면 정말 먼지가 되어서 없어지고 싶은 심정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싱가포르인지 동남아시아에서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외국인 시터를 고용을 통해
누구나 육아 도움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임산부 교통비 지원처럼 있으나 마나 한 제도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존재하지도 않는 정책을 희망하는 것은
지금 당장 나의 우울감을 해소시켜주지는 않는다.
상담을 받아봐라, 가족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기분전환을 해라, 이론적인 해결책도 지금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은 간단한 것부터 해봐야겠다. 아이가 없는 시간 동안에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기.
(눈에 밟히는 집안일 무시하기, 온라인 장보기도 금지) 귀찮아도 집 밖으로 나가서 바람 쐬고 오기.
사라진 나부터 찾고 나서 육아 피로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