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면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해간다.
친정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
20대 후반에 겪은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이지만 직장생활, 연애하고 집안일, 가족 챙기느라 바빠서 상실감도 차차 괜찮아졌다.
무엇보다 엄마 몫까지 사랑해준다는 현 남편과 그에 못지않게 많은 사랑을 주시는 시부모님을 만나서
마음 허한 줄 모르고 살았다.
엄마의 부재가 내 마음을 괴롭히기 시작한 건 임신하면서부터다.
친구들은 임신하면 엄마랑 데이트도 하고 출산 준비도 같이 하는데, 나는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19 시대 도래로 임신 기간 동안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친구도 못 만나고 홀로 칩거했다.
조금씩 엄마를 원망하기 시작한다.
말도 못 하는 아이랑 둘이 있다가 말동무가 그리울 때, 육아하다가 투정 부리고 싶을 때,
엄마의 빈자리가 참 크다.
자녀와 친정 엄마랑 산책하는 다른 엄마들을 보면 그게 또 얼마나 부럽던지.
아이의 교육 문제를 고민하다 보면
원망은 고조된다.
우리 엄마는 왜 이런 거 안 해 줬지?
엄마는 왜 이런 거 안 가르쳐 줬지?
엄마는 왜 안 말렸지?
어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렸을 때 강제 진로 변경당한 친구가
오랫동안 엄마를 원망했지만
얼마 전에 대화로 풀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친구는 기억을 못 하고 있었지만
체력이 약했던 친구는 매일 밤 코피가 났고
자식의 건강이 걱정되었던 어머니로서는
유망주라는 선생님의 말도 친구에게는 비밀로 부친 채 다른 경로를 밟게 하셨다고 한다.
어머니께서는 친구에게 어느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을 미래를 걱정하지 않겠냐고
그 순간에는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말씀하셨다.
친구는 이제는 엄마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니, 엄마는 나에게 그 공부를 권했는데 내가 싫다고 했다.
내가 하겠다고 한 건 학원비, 교재비, 독서실비
다 지원해주셨다.
우리 엄마의 선택도 엄마로서는 최선이었던
건 아닐까?
엄마가 안 해준 것은, 안 해준 게 아니라
엄마도 그런 게 있는지 몰라서 못해준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 누구보다 결혼과 출산, 아이를 키우는 순간에
딸 곁에 있어주고 싶었던 건 당신이었을 텐데.
엄마의 부재와 엄마의 선택들을 너무 미워하기만
했던 것 같다.
나는 영영 엄마에게 답변을 받을 수 없다.
내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의 심정을 헤아릴 뿐이다.
부디 우리 딸은 엄마에 대한 궁금증들을 나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도록
내가 오래오래 곁에 있어줄 수 있기를 빈다.
#친정엄마
#엄마와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