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
칩거하고 지내던 임신기간.
무료함을 SNS와 온라인 쇼핑으로 달랬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꽤 있었는지
SNS에서 같은 년도 출산을 앞둔 예비맘들의
비대면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병원에 검진 다녀온 이야기,
태교를 한 이야기도 올라왔지만
무엇보다 출산을 기다리며
준비한 육아용품에 대한 피드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다.
아무래도 외출을 꺼리다 보니
맛집, 태교여행이 차지했을 부분을
육아템 쇼핑 콘텐츠가 장악했던 것 같다.
이와 맞물려 이 네트워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업체들과 공구를 시작하는 계정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화려한 광고와 똑똑한 엄마 코스프레 인증에
나도 모르게 조급해져
공구 일정, 상품 출시 일정에
맞춰 알람 설정과 클릭질을 반복했더랬다.
한 번에 몇십 만원씩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집 앞에는 택배 상자가 쌓여만 갔다.
그렇게 구입한 물건들이 정말 필수템이었는가?
아이에게 맞지 않아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물건도
많고, 사용기간이 짧았던 물건이 부지기수다.
2년이 지난 지금, 애를 태우며 구입했던
그 물건들을 정리하려 보니 내가 왜 그랬나 싶다.
버리자니 아깝고 누구 주기도 애매하다.
중고시장에서는 헐값으로 내놔야 하니 속이 쓰리다.
한정, 핫딜, 나도 샀어요에 홀렸던 게 분명하다.
그래도 물건을 구입하고 펼쳤을 때
즐거웠으니 제값은 다했던 거라고 애써
위로해본다.
이제 엄마들은 SNS에 내가 구입한
핫한 육아템 자랑을 하지 않는다.
내 아이를 이렇게 잘 먹였고, 잘 놀렸고,
우리 아이가 이 것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자유부인 시간은 이렇게 지낸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그러고 있다)
관심사가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열정을 쏟아붓는 대상이 달려졌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나처럼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지 않을까.
출산 준비하는 이들에게
인터넷상에 떠도는 출산 준비 아이템 목록보고
미리 준비할 필요 없으니
그 시간과 노력으로
나가서 부부끼리 데이트나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