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퇴는 다 마시지 못할 맥주캔과 함께
3월부터 뀨리의 여름옷을 준비했었다. 키 클 것을 대비해서 큰 사이즈로 구입했는데 벌써 옷이 작다. 친구와 나란히 서 있는데 그 아이보다 키가 더 커 있었다. 한 달 전만 해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둘 보고 쌍둥이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체격이 비슷했었다.
(근데 왜 우리 아이 몸무게는 몇 달 전부터 제자리걸음이지?)
사실 한 달 동안 아이가 내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육아가 버거웠다. 밥을 먹을 때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기본이고 배가 부르면 식판을 엎어버렸다. 금방 잠들던 아이가 취침 준비를 하고도 1시간은 돌아다녔다. 어린이집에서도 선생님에게 계속 안겨 있고 다른 친구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하니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아이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훌쩍 커버린 키만큼이나 정신도 성장했는지 다시 활발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특히 아이의 언어구사력도 눈에 띄게 발달했다. 아이가 문장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앗차 싶었다. 힘들다고 넋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성장하느라 힘들었구나 하고 응원하고 인내해줘야 했다.
예전에 봤던 육아서에 아이가 발달 사이클에 대한 부분이 떠올랐다. 아이의 육아가 힘들었다가 편해졌다가 주기적으로 사이클이 찾아오는데 이는 아이가 한 단계 성장할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아이가 성장하는 기간 동안은 양육자가 너무 힘들고 성장이 이루어지면 양육자가 한동안은 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기는 계속 성장하니까 이제 편해졌나 싶다고 방심하면 다시 아이는 급격하게 변한다.
아이의 투정을 받아주지 못했던데는 19개월 차 엄마의 매너리즘과 체력 고갈이 큰 일조를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맥주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어서 민망하지만 스트레스를 야식이 아니라 운동으로 푸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또 다음 성장 사이클이 오면 당황하지 않고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엄마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말이다.
#육퇴는맥주와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