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을 마치고 나면 늘 비슷한 공허함이
찾아온다.
끝냈다는 안도와,
더 다듬지 못했다는 아쉬움,
그리고 오래 바라보던 세계가 눈앞에서
천천히 멀어지는 느낌까지 함께 몰려온다.
책상 위엔 형광펜 자국,
수정하고 복사하고,
다시 밑줄 그어놓은 자료들....
손때 묻은 문장의 흔적,
마지막으로 그려놓은 표지와 포스터,
그리고 도표들이 뒤섞여 있다.
그 모든 흔적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를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끼게 했던
것들이었는데.....
이제는 전투가 끝난 뒤의 잔해처럼
고요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눈이 먼저 항복을 선언했다.
컬러를 다루는 책을 쓰면서,
내가 가장 많이 바라본 건 결국 모니터 속
수백 개의 색상 코드와 팔레트였다.
RGB의 미세한 차이까지 구별하며 한 줄,
한 페이지를 수정하다 보니
빛과 컬러를 지나치게 오래 들여다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피로가
눈에 켜켜이 쌓였다.
눈에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였다가,
눈 알이 아팠다가,
눈이 시리다가,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까지 했다.
눈을 쉬어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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