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깃함 앞에 선 나

by 남궁인숙

중년이 되면 갑자기 어제까지 괜찮던

피로가 며칠씩 이어지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아픈 데를 딱 집어 말하기도 애매하다.

병원에 가면 “큰 이상은 없어요”라는

말을 듣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더 불안해진다.

이때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면역. 항노화. 세포주사.

이 단어들은 묘하게도

의학 용어이면서 동시에 위로의 언어다.

“당신이 약해진 게 아니다.”

“관리의 시기가 왔을 뿐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 메시지가 한 번에 담겨 있다.

면역 주사에 흔들리는 이유는

사실 주사 때문이 아니라 통제감 때문이다.


젊을 때는 몸이 알아서 회복했다.

조금 무리해도 며칠 지나면 돌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회복이 느려진다.

이때 사람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포기하거나, 관리하려 하거나.

대부분은 후자를 택한다.

그리고 관리의 가장 즉각적인 상징이

면역세포주사’다.

주사는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관리처럼

보인다.

운동처럼 꾸준함을 요구하지 않고,

식단처럼 인내를 강요하지 않는다.

한 번 맞으면

내가 뭔가를 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이 중요하다.

중년에게 가장 무서운 건

늙음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감각이다.

면역이라는 단어가 강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면역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많은 의미를 덧씌울 수 있다.

면역이 떨어졌다는 말은

“요즘 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과학적으로 번역한 표현처럼 들린다.

항노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세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은유다.

문제는 이 모든 단어가

기대치를 너무 쉽게 키운다는 점이다.


중년의 몸은 극적인 변화를 약속받기

보다는 천천히 조율되어야 하는 시기인데,

마음은 자꾸 빠른 답을 찾는다.

그래서 설명회에서

“지금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말은 사실 몸이 아니라 마음을 정확히

겨냥한다.

중년의 불안은 죽음보다도

‘이 상태로 계속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에 가깝다.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질까.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겠지.

중요한 건

주사를 맞느냐, 맞지 않느냐가 아니다.

그 선택이

불안에서 나온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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