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교사 이민지 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
유튜브를 켰다.
‘휴먼다큐 진짜 극한직업 – 유치원교사
이민지 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이었다.
처음엔 웃었다.
장면마다 과장된 설정, 빠른 편집,
익숙한 다큐멘터리 톤의 내레이션.
“아, 요즘 이런 패러디가 유행이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콘텐츠였다.
천재 개그우먼 이수지 영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웃음이 오래가지 않았다.
새벽 6시.
남들보다 조금 이른 시작.
밝은 목소리로 연습하는 모닝 인사.
“텐션이 낮다고 하셔서 한 옥타브 더
올려보고 있어요.”
그 말이, 농담처럼 들리다가도 문득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아침부터 ‘톤’을 조정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 대상이 아이가 아니라, 현관에서 맞이하는
부모라는 사실이 낯설지 않다.
맞벌이가 일상이 된 시대다.
아이를 맡긴다는 것은 단순한 ‘등원’이
아니다.
그건 하루의 절반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일이다.
그래서 부모는 당부가 많아진다.
조심해 주세요.
잘 챙겨주세요.
오늘은 기분이 좀 예민해요.
그 말들 속에는 걱정과 함께, 미안함이
섞여 있다.
교사는 그것을 안다.
그래서 귀가 아플 정도로 반복되는 당부
속에서도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더 이상 ‘교육기관’
만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아이의 하루를 설계하고,
부모의 불안을 흡수하며,
사고를 미리 막아야 하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교사는
교사이면서
상담자이고,
관리자이며,
때로는 감정의 완충 장치가 된다.
영상 속 내레이션은 조금 과장되어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진짜 어려운 것은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문제가 없었던 하루는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하루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긴장과 선택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개그우먼 이수지의 부캐,
이민지 씨는 오늘도 웃는다.
불평 대신, 다정한 표정으로.
그건 성격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역할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맡긴 부모의 마음을 알기에,
그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한 번 더 접는다.
오후엔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
줄넘기를 한다.
우리는 “어린이집 선생님, 힘드시죠?”라고
종종 묻는다.
어쩌면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텨내고 계신가요?”
아이들은 자란다.
그리고 그 성장의 배경에는 늘 기록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눈에 띄지 않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루를 조용히 완성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는 우리의 미래다.
그 말은 너무 많이 들어 익숙해졌지만
그 미래를 실제로 ‘빚어내는’ 사람들의
하루는 여전히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웃음으로 시작한
영상을 끝까지 보고 나서야 조용히
생각하게 된다.
https://suno.com/s/eBxUKfJpVy7RDlYM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
새벽 여섯 시, 아직 어두운 거리
조용한 골목에 불이 하나 켜지고
웃는 연습부터 하루를 시작해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아침이 돼
작은 손들이 나를 향해 오면
세상 전부를 맡겨놓은 눈빛들
괜찮아, 괜찮아 속삭이며
나는 또 하루를 안아
루루루루
끝나지 않는 하루 속에 서 있어
웃음 뒤에 숨겨둔 나의 마음들
괜찮다는 말로 나를 다독이며
아이들의 세상을 지켜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나는 오늘을 버텨내고 있어
사랑이라는 이름 하나로
다시 내일을 시작해
2
쏟아지는 말들, 걱정의 무게들
귀가 아플 만큼 쌓여가지만
그 마음이 사랑이란 걸 알아서
나는 또 미소로 답해
예기치 못한 작은 순간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괜찮아, 다 지나갈 거라고
내 마음을 다잡아
루루루루
끝나지 않는 하루 속에 서 있어
웃음 뒤에 숨겨둔 나의 마음들
괜찮다는 말로 나를 다독이며
아이들의 세상을 지켜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나는 오늘을 버텨내고 있어
사랑이라는 이름 하나로
다시 내일을 시작해
아무도 모르게 흘린 하루가
아이들 웃음으로 남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나는 또 나를 설득해
루루루루
끝나지 않는 하루가 이어져도
나는 여기 이 자리에 서 있을게
작은 손을 놓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를 다해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는 이 길을 걸어가
끝나지 않아도 괜찮아
이건 나의 선택이니까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