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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r 31. 2024

엄마가 김밥을 쌌다

 토요일 새벽이다.

어젯밤 운동하고 귀가 한 아들은 냉장고를 열면서 는 말이 "엄마! 김밥 언제 싸주실 거예요?"라고 하였다.

"뜬금없이 웬 김밥을 싸달라고 하니?"라고 반문하였다.

"지난주에 마트에 가서 김밥재료  왔잖아요?"라고 다.

순간 마트에서 김밥재료 사다 놓은 것이 생각이 났다.

"아, 맞다. 시간이 없었잖니.......

시간 되면 싸줄게."라고 대답했다.

대답은 했지만 과연 내가  김밥을 언제 싸줄 수 을지 장담할 수는 없었다.



 새벽에 눈을 뜨자 어젯밤 아들의 김밥 얘기가 떠올랐다.

일어나서 밥솥에 밥을 안치고 김밥재료들을 꺼냈다.

당근, 우엉, 단무지, 어묵, 계란 이렇게 있었다.

초록색 시금치나 오이가 있으면 색의 비율이 맞을 텐데 아쉬웠다.

청량고추가 있기에 잘라서 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빼 두었다.

먼저 당근은 채 썰어 올리브기름을 두르고 았다.

어묵은 잘라서 뜨거운 물에 한소끔 끓여서 기를 빼고, 다시 간장과 참치 액젓, 매실액을 넣고 졸였다.

계란은 넓게 피자처럼 부쳐내고 길게 잘라주었다.

마침 그때 밥솥에서 밥이 다되었다고 저어 달라는 멘트가 나왔다.

밥솥 뚜껑을 열고 주걱으로 밥 퍼서 볼에 담았다.

참기름, 소금, 식초, 참깨를 넣고 살살 어 밥을 식혔다.

김발 위에 김 한 장을 펼쳐놓고 식혀 밥을 한 주먹 올려서 넓게 고, 그 위에 각종 재료를 올려서 김발을 돌돌 말아주어 완성하였다.

김발을 돌돌 마는 것이 김밥을 쌀 때 제일 어려운 일 같았다.

김밥 고수들은 김발을 돌돌 마는 일을 제일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밥을 싸다가 강의하러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바빠졌다.

 양을 더해 신속하게 김밥  줄을 쌌다.

김밥 두 줄을 잘라서 접시에 올려놓고 꽁지 개를 먹어보았다.

약간 싱겁고 시중에서 사 먹던 맛이 아니었다.

남은 김밥은 한 줄씩 은박지에 쌌다.

다섯 줄을 쇼핑백에 담아서 아들에게 주었다.

"아들이 쌌다고 하고 선생님들과 나눠 먹으렴."

왜 굳이 그렇게 말을 해야 하냐고 묻는다.

"엄마가 먹어보니까 맛이 별로 인 것 같아서."라고 하였다.

엄마가 요리 똥손인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가져가면 맛있다고 하면서 먹을 거예요."라고 다.

그렇게 쇼핑백을 들고 아들은 출근을 하였다.



 가끔씩 아들은 간식거리를 생님들과 나눠먹는다고 가져갔기에 엄마가 싸준 김밥도 귀찮아하지 않고 가지고 갔다.

아들을 출근시키고 빠르게 뒷정리를 하고서 나도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메이크업을 하다가 빙그레 웃음이 터진다.

한 시간 동안 맛도 없는 김밥을 싸느라 난리 부르스를 췄던 내가 너무 웃겼다.


 오전 강의를 끝내고 김밥이 궁금했다.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김밥 어땠니?"

"엄마, 맛있던데요?"

선생님들이 맛있다고 하면서 먹었다는 답 문자가 왔다.

입가에는 속절없이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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