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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r 30. 2024

제법 다정한 봄

박수근 화가의 작품을 보며

오늘은 황사가 심해서 운전하는 내내 가시거리가 짧게 느껴졌다.

넋 놓고 운전해 가는데 아침마다 보내주는 지인의  Morning Gallery 문자에서 박수근 화가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수근 화가의 그림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국에도 프랑스 화가, 빈센트 반고흐나 밀레 못지않게 위대한 화가가 있었음을 다시 깨닫게 된다.



 강의시간보다 20분 먼저 도착하여 주차장에서 차를 파킹하고서 박수근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였다.

수근 화가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의 그림을 그렸던 화가였다.

시리즈로 그린 '아기 업은 소녀'가 재미있었다.

누이는 뾰로통하게 부은 얼굴로 검정 고무신을 신고서 성의도 없이 아기의 엉덩이를 힘 있게 잘 받쳐주지도 않는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동생을 보게 되어 화가 난 것 같다.

그래도 누이의 등에 업힌 채 포대기 안에서 아기는 새근새근 잘도 잔다.


아기 업은 소녀, 1950년

                 

 위의 그림과 비교되는 아래 그림에서는 그 후로 그린 그림인데 '아기 업은 소녀'로 같은 제목이지만 누이가 능숙한 솜씨로 아기를 포대기로 둘러업고 뒤를 돌아보면서 아기의 안위를 살피는 모습이다.


아기 업은 소녀, 1963년

                   


 빈센트 반고흐가 밀레의 영향을 받아서 농부들의 애환을 담아 현장에서 직접 그들의 삶을 체험하면서 '감자 먹는 사람들'과 같은 작품에 몰입했었다.

박수근 화가도 밀레의 '만종'이라는 작품을 통해 감명을 받았으며, 화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나도 밀레의 '만종'을 어린 시절부터 자주 봐 왔지만 단 한 번도 화가가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이렇게 천재성이 있는 사람은 사물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남다른 것 같다.

밀레의 '만종' 덕분에 그는 독학으로 그림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밀레는 '이삭 줍는 사람들', '만종'등을 그리기 위해 하루일과를 보내는 농부들의 겸손한 모습을 관찰하면서 세밀하게 표현하였다.


'박수근화가는 밀레의 어떤 면이 좋았을까?'


빨래터

 

 박수근 화가여인과 아이를 주로 그리면서 전형적인 서민들의 삶을 화려하지 않게 절제된 표현기법으로 그렸다.

단단하고 거친 질감을 표현하는 프랑스에서 유래된  마티에르기법을 이용했다.


나무와 두 여인(1956)이라는 그림 속에서 녹진한 겨울 냄새가 났다.

박수근 화가의 토속적인 작품을 보면서 이제 봄도 멀지 않음을 작품 안에서 느끼게 된다.

이병률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나무와 두 여인, 1956년

  잎이 다 떨어진 바람이 휘감고 간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고목나무 아래, 두 여인의 모습은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병률 시인의 '몇 번째 봄'의 시구(詩句)처

저 나무는 불꽃을 동강동강 쳐내는 동백나무였으면 싶었고, 눈을 삼킨 벚나무가 되어 종이눈을 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병률 시인도 언어의 마법사였구나!'


무 아래 칼을 묻어서

동백나무는 저리도 불꽃을 동강동강 쳐내는구나.

겨울 내내 눈을 삼켜서

벚나무는 저리도 종이눈을 뿌리는구나.

봄에는 전기가 흘러서 고개만 들어도

화들 화들 정신이 없구나.

내 무릎 속에는 의자가 들어 있어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앉지를 않는구나.


-이병률,   '몇 번째 봄'-


 봄은 이렇게 예술가들의 영혼의 창조를 이끌어내면서 제법 다정하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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