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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y 07. 2024

용사의 모자

Vicia cracca


 연휴에 많은 계획들을 세우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길에 나선 이들이 많다.

공교롭게도 연휴 내 내 종일토록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제주도에 골프를 치러 간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친구가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도 나는 무척 부러웠다.

여차저차하여 연휴가 길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었다.

연휴동안 할 일 없이 무계획의 시간을 보내려니 암담했다.

며칠 전 나의 마음은 친구를 따라서 김포공항 앞에 가 있었다.

친구는 모처럼 시간 내어 제주도에 골프 치러 왔는데 비가 와서 9홀 치고 숙소에 들어와서 옷을 말리고 있다고 했다.

그 모습이 상상이 되어 웃음이 나왔다.

일 년 열두 달, 늘 내 글에 긍정적으로 지지해 주고,  눈 팔지 않고 진짜로 일만 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

'모처럼 휴가에 늘이 도와주지 않는구나......'

나는 창 넓은 창가에 앉아 비 내리는 한강을 내려다보면서 맛있는 것 시켜놓고, 주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자랑을 했다.



  이른 저녁을 뷰가 좋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먹고, 우산을 쓰고 운동 삼아서 비 오는 한강변으로 산책을 나섰다.

광진교 다리를 지나 구리방향으로 한참을 걸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강변은 연두색 화단으로 일렁였는데 어느새 아름다운 들꽃들이 피우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직 봄인 것 같은데 짙은 녹색 풀들이 아악거리면서 성큼 다가온 여름임을 알려주었다.

내 마음은 아직도 봄인데, 계절은 급하게 내 곁을 떠나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라벤더꽃처럼 보이는 이름 모를 보랏빛 꽃들이 한강변에 카펫을 펼쳐놓은 듯 폭넓게 자기 영역을 군데군데 차지하고 있었다.

얼른 핸드폰을 내 꽃검색을 해보았다.

'등갈퀴나물꽃'이라고 검색되었다.

꽃이름에 나물을 붙인 이유는 봄에 나오는 새순을 나물로 해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등갈퀴나물꽃은 '녹두두루미'라고도 불리며, 명은 Vicia cracca, 오늘 처음으로 내 눈에 띄었지만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라고 한다.



 등갈퀴나물의 꽃말은 ‘용사의 모자’라고 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핸드벨 같기도 하고, 고깔모자 같기도 했.

잎은 어긋나기로 짝수깃모양 겹잎으로 되어 있었다.

콩과에 속하며 다년생 덩굴식물이다.

갈퀴처럼 생긴 덩굴손으로 다른 나무나 식물을 감싸면서 1.5m까지 올라가면서 자라는 식물이다.

덩굴손이 있어서 '등갈퀴나물'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갈퀴'는 농촌에서 사용하는 농기구의 일종으로 대나무를 쪼개서 마치 손가락처럼 엮어서 만든 도구다.

시골에서 자랄 때 친구들과 함께 가을이면 야산에 모여서 땔감으로 쓸 솔잎을 갈퀴로 긁어모아 집에 가져가곤 했었다.

갈퀴는 떨어진 소나무의 솔잎을 긁어모을 수도 있고,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떨어진 낙엽들을 긁어모으는 농기구였다.

 등갈퀴나물의 덩굴손의 형태가 갈퀴모양과 유사하다는 형태적 특징에서 이름을 붙인 것 같다.

꽃의 색깔이 꽃마다 보라색 같기도 하고 푸른색을  띠기도 해서 달라 보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북미권에서는 침입종으로 보며, 잡초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으나 고임물에는 민감하여 배수가 잘되는 곳을 선호한다.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어서 한강  하천변에 많이 피어난다.

생태계 교란 방지 및 서식지 복구를 위해 모종 판매를 제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에 가축의 사료로 쓰기 위해 도입하였으며, 한방약재로도 쓰인다.

그런데 번식력이 너무 좋아서 습지나 물가 등 공터만 있으면 돈도 지불하지 않고 급속도로 자라고 있어 생태계의 위협적인 존재로 본다.


 전국적으로 들이나 산기슭에 자라며, 벌과 나비의 꿀 채집용 식물로 유용하게 사용한다.

식물의 잎 아래에는 검은 반점이 있는데 꿀을 내는 밀선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꽃은 꽃술에서 꿀을 만들어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그러나 등갈퀴나물은 다른 꽃들과는 달리 잎이 붙은 부분에 꿀을 준비하여 개미를 유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개미는 무리를 지어서 꿀을 찾아서 유혹하는 등갈퀴나물에 몰려들게 다.

개미들은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처럼 등갈퀴나물의 잎이나 줄기를 갉아먹는 해충을 부지런히 쫓아낸다.

달콤한 꿀이 나오는 등갈퀴나물의 밀선을 지키기 위해 개미는 해충을 내쫓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결국 개미가 식물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다.



 들꽃예쁘다.

달 사이에 한강변은 노랑이었다가 하양이었다가 분홍이었다가 보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보는 마음에 따라 꽃들은 각기 다른 형용사를 만들어 낸다.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보니 한없이 사랑스럽고,

관심이 없으면 에 띄지도 않고, 꽃의 존재조차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들꽃은 누가 알아주든 말든 겨우내 힘들게 살아남아 봄이 되면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한 달을 못 견디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한강을 걸으면서 앞으로 이 아름다운 들꽃들을 몇 해를 보다가 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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