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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y 09. 2024

 사랑스러운 토끼풀

 

 '사람들은 토끼풀에 꽃이 핀다는 것을 알까?'

우리 동네는 별로 볼 것은 없지만 한강이 가까이에 있어서 사계절 내내 자연 현상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요즘 들어 토끼풀이 한강변에 많이 피어나 번지고 있다.

토끼풀은 번식률이 아주 좋은 들꽃이다.

예닐곱 살 때 우리 집에서는 사랑채 밖으로 지어 있는 돼지우리 위칸에 케이지를 만들어서 토끼를 키웠다.

오빠들은 아침마다 토끼풀을 베어다가 토끼에게 먹이를 주고 학교에 가야 했다.

풀을 잔뜩 뜯어서 토끼장에 넣어주면 토끼들은 맛있게 먹었다.

요즘 사람들은 마트에서 쌈채소가 건강에 좋다고 사 먹는다.

옛날 내가 어렸을 때는 동물들의 먹이로 주었던 채소들이다.

몸에 좋다고 하니까 사람들은 물 불을 가리지 않고 잘못된 *튜브 등의 검색을 통해서 소중한 건강을 맡기고 있다.

 토끼풀, 왕고들빼기, 민들레, 아카시아 잎사귀, 레드 치커리, 비름나무 등 논둑, 밭둑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풀들을 뜯어다가 토끼를 먹였다.

토끼는 토끼풀을 주재료로 먹지만, 충분히 배를 채우기에는 부족해서 여러 가지 들풀을 먹이로 주었다.



  끼풀(클로버)은 원래 유럽, 북아프리카, 서아시아 등이 원산지였다.

우리나라에는 목초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귀화되어 식물이었다.

번식력이 좋다 보니 햇빛만 잘 들면, 길가 어디에서나 번식하면서 야생화로 자랐다.

클로버를 토끼풀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토끼가 잘 먹는 풀'이었기 때문이다.

클로버, 흰 토끼풀, 백자추초, 목초, 삼판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토끼풀의 동글동글하고 사랑스러운 하얀  봉오리가 마치 토끼 꼬리의 생김새와 같아서 토끼풀이라고도 했다.

동물들이 많았던 우리 집에서는 토끼보다 오히려  뒤꼍에서 크는 토종닭들 토끼풀을 더 잘 먹었다.

그러나 토끼가 먹으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성분도 있어 그다지 좋은 풀은 아니라고 한다.

 


 어린 시절 장난감이 별도로 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친구들과 만나면 들판에서 토끼풀을 뜯어서 고급진 장신구 놀이로 자급자족을 하였다.

토끼풀에 꽃이 피면 은은한 향기가 났다.

그 향기가 좋아서 꽃을 따서 꽃끼리 엮어서 화관을 만들어 쓰기도 했고, 꽃목걸이, 꽃모자도 만들고 꽃을 서로 꼬아서 꽃반지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서로 나누어 다.

토끼풀 꽃을 '시계꽃'이라고 부르면서 송이를 양쪽으로 교차하여 시계처럼 차고 다니기도 했다.

나는 '추억'이라고 포장할 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슬픈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토끼풀은 다년생으로 매년 봄이 되면 같은 자리에서 또 만나볼 수 있다.

 5 , 6월 경에 흰색과 분홍색 두 종류의 꽃을 피운다.

잎은 보통 세 잎으로 되어 있지만, 간혹 가다가 잎이 네 개 달린 네 잎 클로버를 찾을 수 있다.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이 온다고 다.

로또를 맞은 것처럼 행운을 찾으려고 클로버 밭을 샅샅이 뒤져보지만 잘 발견되지는 않는다.

잎 클로버가 생기는 원인은 처음부터 기형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잎이 분화하기 전에 줄기 끝에 상처가 생길 경우 네 잎 이상이 될 수 있다.

일시적으로 형질변형으로 만들어진 기형적인 식물이다.

몽골에서는 네 잎 클로버가 훨씬 많고, '행복'을 상징하는 세 잎 클로버가 귀하다고 한다.



 붉은색 클로버는 일반적인 클로버와는 다르게 꽃이 붉고 송이가 더 크다. 

토끼풀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학명은 서로 다르다.

꽃은 아름답고, 줄기가 덤불을 이루고 하얀 꽃 클로버 잎에 비해서 넓고 뾰족하다. 

하얀 꽃과 다르게 붉은 꽃은 네 잎짜리 돌연변이는 없다. 

허브 과 일종으로 약효가 있으며, 식물 자체에 단백질이 풍부하여 식용으로도 가능하다.

노랑꽃을 피우는 토끼풀도 간혹 볼 수 있다.

'애기노랑토끼풀'이라고 부른다.


 

 토끼풀과 유사한 잎 모양을 가진 '괭이밥'이 있다.

비빔밥을 만들어 먹거나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고,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노란색 꽃을 피우며 시큼한 맛이 난다.

클로버 잎은 원형에 가깝고 잎에는 흰색 무늬가 있는 반면에 괭이밥 잎에는 아무것도 없고, 붉은색이 감도는 개체가 있다.

잎이  갈래로 클로버와 같지만 짧고 작으며, 클로버에 비해서 좀 더 뚜렷한 하트 모양의 잎이다.

잎 가운데에 접은 듯한 선이 있고, 밤이 되면 잎이 반으로 접혀서 시든 것처럼 보인다.

괭이밥은 '고양이밥'이라는 뜻이다.

'고양이가 배 아플 때 뜯어먹는 풀'이라고 하여 '괭이밥'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진출처- 다음백과

 누군가 만들어낸 이야기겠지만 나폴레옹이 전쟁통에서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그가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네 잎 클로버를 줍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가 적의 탄알을 피했다고 한다.

그래서 '행운이 있는 풀'이라고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꿀벌들이 제우스 신에게 "제우스님! 독이 많은 풀들이 많아서 좋은 꿀을 찾기가 힘이 듭니다. 제발 쉽게 찾게 해 주세요.!"라고 간청을 드렸다.

그러자 제우스 신은 커다란 붓으로 하얀 물감을 묻혀 꽃을 하나 그려주었다.

바로 그 꽃이 '클로버'였다.



  예민사람들에게는 토끼풀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자극을 줄 수 있다.

산기슭에서 만나는 토끼풀 무더기는 하나의 줄기에서 넓게 퍼진 개체로 토끼풀이 여럿 더미로 보일 수 있지만 한 줄기에서 이어져 뻗어나간 것이다.

줄기를 끊어내도 자생력이 있어서 뿌리가 한 개만 살아 있어도 되살아난다.

야생화의 특징은 바로 끈질긴 생명력이다.

주변환경이 아무리 척박해도 햇빛만 잘 들면 잘 자라고, 꽃을 피우며 씨앗도 많이 만들어내어 세력을 넓혀 간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꽃잎들이 모여 존재감을 빛내주고 있다.

토끼풀은 말간 얼굴을 들이밀며 사방팔방으로 자리를 채웠다.

나는 어느 날 우연히 자연이 주는 무한한 혜택의 순간을 토끼풀에게 선택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그냥 지나치지 말고 토끼풀이 내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삶이 풍요로워진다.

바람도 서성이다가 돌아서 가는 토끼풀의 향기와 동글한 꽃봉오리의 사랑스러움에 반한다.


 


토끼풀

    - 유미희 -


12월 눈밭에

옹기종기 모인

토끼풀


꼬옥 쥔

새파란 조막손 보고


바람도

서성이다

돌아서서

간다.


<짝꿍이 다 봤대요> 유미희, 사계절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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