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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y 22. 2024

달맞이꽃이 활짝 핀 어린이집


  작년에 시골에 갔다가 시골집 화단에서 퍼 온 달맞이꽃, 돌나물꽃, 애니시다 등이 오늘 아침에 활짝 피어 화단에서 파도처럼 일렁거린다.

긴긴 겨울을 모두 이겨낸 용감한 식물이다.

아침 일찍 등원하는 아이들은 노란색 꽃을 활짝 피운 달맞이꽃 앞으로 달려가서 인사를 한다.

 '달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유는 저녁에 피고 이른 아침에 지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해방될 무렵 들어왔다고 해서 '해방초'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큰달맞이꽃, 긴잎달맞이꽃, 애기달맞이꽃 등 종류도 다양하고, 노란색, 흰색, 분홍색 등 색깔도 다양하다.

 노란색꽃이 너무 예뻐서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이렇게 예쁜 꽃이 겨우내 시들어있다가 다시 자라나서 이렇게 예쁘게 재탄생할 수 있다니 감탄스럽다.

겨우내 뿌리가 죽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생명을 이어가면서 예쁘게 세상을 향해 빙그레 웃어준다.

사람도 이렇게 두해살이풀처럼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쇄신하여 재탄생하기를......


돌나물과 애니시다

 애니시다는 유럽의 전설에 나오는 마녀가 빗자루를 만들어서 밤하늘을 타고 다녔다고 한다.

빗자루를 만들었기에 Scotch broom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꽃이 너무 사랑스러운 '근면'이라는 꽃말을 가진 돌나물은 섬유질이 적고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초고추장과 함께 밥을 비벼 먹어도 몸무게 느는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의 칠레가 원산지로 바늘꽃과(Onagraceae)에 속한다. 

한국 곳곳에서 자라나는 다른 외래종들과 함께 귀화한 식물이다.

번식력이 좋아서 다년생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두해살이 풀이어서 2년 동안만 살 수 있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오므라들어 있다가 밤이 되면 활짝 피고, 이른 아침에 지는 특성이 있다.

저녁에 피는 이유는 식물도 유전적인 형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빛의 세기에 의해 온도차를 느끼는 감열성과 감광성을 지녔기에 밤에만 꽃을 피운다.

밤에 향기를 피워서 밤에만 활동하는 곤충들유혹한다.

곤충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해 노란색으로 피어나고, '박각시'라는 나방이 꽃가루받이를 도와준다.

박각시는 주둥이가 길어서 꽃잎 밖에서도 작은 꽃들의 꿀을 잘 먹을 수가 있다.


 대부분의 외래종들은 번식력이 활발하여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오늘 신문에 실린 '큰 금계국으로 노랗게 물든 낙동강 해평습지'에 대한 기사는 단일식물로만 생장하는 낙동강 습지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양한 식생이 자리 잡을 곳에 오로지 큰 금계국만 단일생물로 뒤덮여 있는 것은 '생태폭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달맞이꽃은 우리에게 아주 유익한 식물자원이다.

어린잎은 단백질, 섬유질, 무기질 등 영양물질이 풍부하여 감기몸살, 기관지염 등을 예방할 수 있다.

가을에 채취한 뿌리를 말려 차로 끓여 마시면 감기로 인한 인후염 치료에 좋다.

체로키 인디언들은 치질이 발생하면 달맞이꽃 뿌리를 데워서 마셨다고도 한다.

아메리카에서는 피부염증 치료제로 쓰거나 종기 치료의 약재로 사용하였다.

한의학에서는 뿌리를 달여서 약재로 사용한다.

또한 화장품 성분으로 달맞이꽃 오일을 이용하여 여성들의 피부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달맞이꽃 씨앗은 감마리놀레산이 풍부해 혈액을 맑게 하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혈압을 떨어뜨린다.

여성들에게는 생리 전 증후군으로 인한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달맞이꽃에는 여러 전설이 존재한다.

인디언 마을에 로즈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다.

태양신을 숭배하기 문에 마을사람들은 주로 낮에 활동을 하는데 유독 로즈는 낮보다는 밤에 활동하면서 달을 더 좋아했다.

로즈가 사는 인디언 마을에서는 매년 여름이면 결혼하는 축제가 열린다.

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사냥을 잘했다든지, 특히 전쟁터에서 승리하는데 공이 있거나 하면 마음에 드는 처녀를 골라서 청혼을 할 수 있다.

축제에서 청혼을 받은 처녀는 절대로 거절을 하면 안 되는 엄격한 규율이었다.

로즈는 추장의 작은아들과 1년 전부터 사귀고 있었기에 그가 자기에게 고백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추장의 작은아들은 다른 처녀를 선택하였고, 로즈는 다른 남자의 청혼을 받게 된다.

로즈는 너무 화가 나서 청혼을 건넨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나가버리는 바람에 축제는 엉망이 되었다.

결국 로즈는 병사들에게 잡혀서 인적이 드문 '귀신의 골짜기'로 추방되었다.

추방된 로즈는 귀신의 골짜기에서 밤마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면서 추장의 작은아들만을 사모하였다.

추장의 작은아들은 축제가 있은 후 1년 만에 몰래 '귀신의 골짜기'를 찾아와서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지만 메아리만 되돌아올 뿐 아무도 오지 않았고, 달빛을 따라 피어난 한 송이 꽃만 남아 찾게 된다.

꽃은 로즈가 추장의 작은아들과 사귄 지 2년 만에 죽었기 때문에 두해살이풀피어난 달맞이꽃이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별을 사랑하는 요정들 틈에서 달을 사랑하는 '님프'가 한 명 살고 있었다.

님프라는 이름은 '젊은 아가씨'를 뜻한다.

님프는 영원불멸하는 신은 아니었지만 수명이 길고, 잘생긴 남자를 보면 납치도 하면서 남자들에게 매우 친절했다고 한다.

님프는 이로 인해서 여성의 과잉 성욕을 뜻하는 ‘님포마니아’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님프는 별이 뜨면 달을 볼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무심코 혼잣말을 하였다.

 "별이 모두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매일 달을 볼 수 있을 텐데......"라고.

이 말을 들은 다른 님프들이 제우스에게 고자질을 하자, 화가 난 제우스는 달빛이 없는 곳으로 님프를 쫓아버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달의 신'은 자기를 좋아했던 님프를 찾으려고 했지만 제우스의 방해로 끝내 만나지 못했다.

달을 사랑했던 님프는 달의 신을 그리워하다가 병들어 죽게 된다.

달의 신은 님프가 죽고 나서야 찾아오고, 너무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님프를 땅에 묻었다.

이를 본 제우스는 죽은 그녀의 영혼을 달맞이꽃으로 환생시킨다.

그래서 달맞이꽃은 달빛을 좇아 밤에만 꽃을 피운다고 한다.


 어린이집 앞마당에 피어난 노란 꽃들로 기분 좋게 시작한 수요일이다.

점심 밥상은 초고추장을 넣은 돌나물 비빔밥으로 매콤 새콤하게 맞이하고,

밤하늘을 타고 다니는 빗자루를 만들 수 있는 유용한 애니시다를 기특하게 바라보며,

말없는 사랑, 영원한 사랑을 할 것만 같은 달맞이꽃의 포근하고 따뜻한 감성에 눈길을 주면서 한잔을 들고 여유롭게 화단 앞을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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