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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y 23. 2024

클라우디 베이 쇼비뇽 블랑

 2년 전 친구로부터 '클라우디 베이'라는 와인을 추천받았다.

링크까지 보내주면서 "너 와인 좋아하잖니? 너무 맛있으니까 꼭 마셔봐."라고 하였다.

그 후로 '클라우드 베이'라는 와인은 내 기억에서 싹 지워졌다.

모처럼 장을 보기 위해 온 코스트코에서 와인을 구경하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와인코너에서 '클라우드 베이'를 찾아보았다.

레이블에 써진 '클라우드 베이'라는 글씨를 발견하자마자 무척 반가웠다.

종류별로 여러 병을 구입하였다.

산맥이 그려진 레이블에서 청량감이 느껴졌고, 투명한 보틀의 엷은 초록색과 노란색은 풀내음이 금방이라도 병 속에서 '툭' 쏟아질 것 같은 빛나는 컬러를 가졌다.

나는 스파클링 와인은 좋아하지 않지만 와인병을 손에서 들자마자 한 번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와라락 달려들었다.

얼마나 맛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렇게 극찬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TV프로그램에서 클라우드 베이 와인을 박진영, 하정우, 김완선 등 연예인들이 좋아한다면서 소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맛에 비해 가성비가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는데 코스트코  와인 가격에 준해 보면 결코 녹록한 가격은 아니었다.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고 하여 모둠회와 멍게, 훈제 연어를 샀다.

치즈코너에서 각종 치즈를 고르고, 피클과 올리브도 여러 개 담았다.

일코너에서는 먹고 싶은 과일들을 종류별로 카트에 담고, 유제품들을 사고, 정육코너에서는 재어 놓은 갈비와 양곡 코너에서는 카무트를 샀다.

계산대에서 팔이 빠지도록 카트에 가득 담긴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놓고 계산해 주기를 기다렸다.

이미 쇼핑하면서 심신이 지쳐버린 나는 '오늘 정말 미친 짓을 했구나' 싶었다.

마트에 와서 계획 없이 장 보는 일은 하지 말자고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지만 지름신이 또 속절없이 강림하였다.

와인을 마시는 즐거운 입을 위해 너무 많이 투자를 한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었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카트 가득 장보기의 신공을 펼치면서 신용카드를 힘껏 긁었다.

주차장에서 너무 많은 짐들을 제대로 싣지도 못하고 '생쇼'를 하고 있는 나를 보다 못한 아르바이트 요원은 카트 안의 짐들을 꺼내서 자동차 트렁크에 싣는 것을 도와주었다.



 1980년대 뉴질랜드는 와인 생산국 중에서 가장 늦게 와인을 생산하였다.

1837년경에 뉴질랜드는 금주법이 있어서 호텔에서만 와인을 판매하였고, 일반소비자에게는 판매를 금지시켰다.

1960년대에 와서 겨우 레스토랑에서도 와인을 판매하기로 허락하였다.

날씨가 독일과 비슷하였기에 1960년대에는 독일에서 재배하는 품종들을 심었다가 Sauvignon Blanc, Chardonnay, Pinor Noir 등을 심게 되었다.

그 후로 이들은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와인 품종으로 효자노릇을 하게 되었다.


 1985년 '클라우디 베이'의 창립자 '데이비드 호넌'과 와인제조 전문가 '케빈 쥬드'에 의해 와인사업이 시작되었다.

'클라우디 베이'는 뉴질랜드의 말보로 지역에서 최초로 설립된 와이너리 중 하나였다.

1980년대에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은 소비뇽 블랑을 심어서 재배하고 생산하는 대표적인 와이너리로 빠르게 성장한다.

 뉴질랜드를 방문한 호주의 '데이비드 호넌'은 소비뇽 블랑을 연구하며 '클라우디 베이'를 설립하여 뉴질랜드의 와인산업에 영향을 주게 된다.

설립 후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인수되면서 '클라우디 베이'는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을 대표하는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였다.

클라우디 베이 와이너리는 뉴질랜드 남쪽 섬의 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서 기후가 서늘하고, 적당히 바람도 불고, 일조시간 또한 길었다.

시원한 남태평양 기후는 포도 재배에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이상적인 특징을 지녔던 것이다.

'클라우디 베이'는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피노 누아 등의 스틸 와인으로 더욱 유명해진다.

그중에서도 뉴질랜드산 Sauvignon Blanc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청포도로 만든 소비뇽 블랑 와인은 과일의 풋풋한 향이 풍부하고 드라이하면서도 상쾌하며 기분 좋은 산도를 지녔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뉴질랜드 와인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발달했다.

2008년에 와인산업이 위기를 맞았지만 쇼비뇽 블랑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뉴질랜드는 포도를 재배한 지 5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부르고뉴 와인이 있는 프랑스와 비교해 보면 많은 잠재력이 숨어 있었다.

뉴질랜드는 2050년 내 제로(0) 탄소배출량을 목표로 포도밭, 토양, 물, 폐기물 등의 관리를 통하여 지속가능한 와인 재배로 품질향상을 꾀하고자 하였다.

생산자들은 포도 찌꺼기 등 각종 유기 폐기물을 퇴비로 사용하였고, 비닐 포장 재활용, 산업 폐기물의 최소화, 재사용을 생활화하였다.

오염되지 않은 땅에서 재배되는 포도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만족하고,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 와인을 더 많이 생산해 내는 것이 목표였다.


 와인 애호가들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뛰어난 와인의 양조기술로 만들어진 고품질의 뉴질랜드 와인에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하였다.

한국인에게 제일 좋아하는 화이트 와인을 물으면 당연히 '클라우드  베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려서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입 안의 교향곡, 신의 선물이라고 불리는 와인!

포도는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상하기 쉬운 식품으로 저장성이 없었기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와인을 제조하여 먹게 되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새로운 땅에 정착하면서 마실 물과 먹을 것이 부족하여 장기적으로 저장해 놓고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할 수 있도록 와인을 제조한 것이다.


 코노(KONO)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소유의 대표적인 와인 브랜드다.

코노 와이너리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여 만든다.

마오리족은 땅을 보전하기 위해 2002년에 코노 와이너리를 설립하여 자연의 수호자로서 윤리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뉴질랜드의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여 만든 뛰어난 품질의 와인은 그들만의 독특한 특성을 인정받았다.


 장 본 것들을 정리한 후 클라우드 베이를 따서 마셔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과일향이 트로피컬 과일주스를 마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취하지 않는 술은 없다.

위장이 놀라 푸들거린다.

아무리 달콤해도 모든 술은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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