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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03. 2020

함부르크의 바다향기 넘치는 랍스카우스

독일 동서남북 10대 요리

독일 남부 요리 두 가지를 맛보았으니 이제 북쪽으로 가본다. 함부르크(Freie und Hansestadt Hamburg)는 독일 최대의 항구도시로 베를린 다음으로 독일 2위의 대도시이다. 도시 한가운데로 흐르는 엘베강(Elbe)은 대형 선박이 드나들 정도로 넓어서 도심까지 배가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역이 활발한 도시인만큼 일찍부터 국제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그리고 항구이다 보니 거친 선원들의 문화가 도시의 모습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함부르크 하면 사람들은 흔히 햄버거를 떠올린다. 사실 누가 최초로 햄버거를 만들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함부르크에서 미국으로 가는 여객선에서도 나온 음식인 것은 분명하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식 햄버거 이전에 함부르크 스테이크가 요리로 1884년 미국 신문에 소개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는 독일에서 이미 17세기부터 즐겨 먹던 프리카델레(Frikadelle)의 변형이다.


함부르크 시내 수로 전경


어차피 햄버거는 세계화된 것이니 비록 이름이 함부르크에서 온 것이라도 독일 고유의 음식으로 소개하기 민망하니 여기에서는 함부르크를 비롯한 독일 북부 항구도시에서 맛볼 수 있는 랍스카우스(Labskaus)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랍스카우스의 주 재료는 소금에 절인 소고기이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감자 요리와 비트를 곁들이는데 취향에 따라 계란 프라이와 롤몹스(Rollmops)를 곁들이기도 한다.


이 요리의 명칭이 어디서 왔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영어 lobscouse, 또는 독일어 Lappen에 Kaus를 합친 단어라는 말도 있다. 또한 리투아니아어로 ‘훌륭한 요리’라는 의미의 abas kaušas에서 연유한다는 말도 있다. 어느 말에서 왔든지 근세까지도 훌륭한 소고기 요리를 지칭하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북부 독일에서 즐겨 먹는 청어 샌드위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소금에 절인 소고기이다. 여기에 청어, 초절임오이, 비트, 계란 프라이 등을 곁들이면 푸짐한 요리가 된다. 청어는 롤몹스의 형태로 먹기도 하지만 곱게 갈아서 곁들이는 경우도 많다. 오랜 항해를 해야 하던 선원들에게 음식을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고기를 즐겨 먹던 게르만인들에게 염장은 중요한 저장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1300년대부터 해적에 시달리던 함부르크는 비슷한 시기에 한자동맹에 가입하여 무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15세기 이후 무역의 중심이 대서양으로 이동하면서 소멸되기는 했지만 14-15세기에는 경제적 번영으로 문화가 융성하였다.


 그런데 랍스카우스는 18세기에 들어서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니 전성기가 약간 지난 후에 사람들이 즐기게 된 요리이다. 염장은 장기 보관을 위한 기본적인 방법이다. 특히 긴 항해에 대비하여 소고기와 돼지고기와 같은 붉은 살코기의 장기 보관에는 염장만 한 것이 없었다. 또한 유럽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인 청어의 보관에는 소금과 더불어 식초를 사용하였다. 아무래도 비린내를 잡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당시 선원들은 장기간의 항해로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관계로 괴혈병에 많이 걸렸다. 지금이야 비타민 C 보충제가 워낙 많아 1년 내내 여행을 해도 괴혈병에 걸릴 일이 거의 없지만 근세까지 이는 심각한 문제였다. 그래서 근세까지 선원들은 치아가 매우 부실해서 질긴 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고기를 잘게 다지거나 아예 죽처럼 만들어 먹었다. 여기에 비타민이 풍부한 비트와 절인 오이를 곁들인 것은 선원들의 지혜에서 나온 것이다.


청어와 달걀을 곁들인 랍스카우스


물론 지금은 여기에 더해 감자나 계란 같은 다른 것도 곁들여 먹는다. 그리고 고기도 반드시 염장한 것이 아닌 신선한 소고기를 다진 것도 먹는다. 그러니 너무 짜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식당마다 다 다른 요리법으로 대접하니 고르면 된다. 청어도 꼭 롤몹스가 아니라 필레(Filet) 형태로 나오기도 한다. 감자를 섞어 버무리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한국인 입맛에는 짜지 않고 비교적 부드러워 좋을 것이다. 독일에서 살면서 음식을 먹을 때 느낀 것이 있다. 대체적으로 부드럽다. 한국처럼 단단한 갈비를 뜯는 경우는 없다. 단순히 치아가 부실한 선원들이 남긴 전통이라기보다는 단단한 음식을 먹기 힘든 이들에 대한 배려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다진 고기 요리가 독일에는 많다. 그리고 고기도 매우 얇게 저미거나 부드럽게 가공한 것이 많다. 여기에 음식 자체의 맛이 한국의 것에 비해 대체적으로 짜다. 주로 소스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함부르크에 가면 이 음식은 꼭 먹어보기 바란다. 음식 평론가들이 추천하는 식당은 상트 미켈리스 교회(St. Michaelis Kirche) 건너편에 있는 Old Commercial Room이라는 식당이다. 매우 고급스럽고 예약도 해야 되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비행기 티켓을 제외하고도 말이다. 그러니 만들어 보자.


함부르크 시내의 상트 미켈리스 교회 ©  Martina Nolte


준비할 재료는 양파 1개, 버터 약간, 감자 4개, 우유 반 컵, 다진 고기 250그램이다. 짠맛을 필요로 하면 스팸을 추가해도 된다. 여기에 달걀, 비트, 초절임 오이, 롤몹스 정도 추가하면 된다.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삶은 감자와 고기를 우유에 넣어 잘 버무려 놓는다. 그리고 양파를 비벼서 버터에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계란을 취향에 맞게 프라이한다. 재료가 다 준비되면 먼저 버무린 고기 덩어리를 접시 위에 놓고 그 위에 계란을 얹는다. 그리고 그 옆에 얇게 썬 비트와 초절임 오이 롤몹스를 예쁘게 놓는다. 그리고 먹으면 된다. bon appe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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