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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13. 2024

윤 대통령의 선택: 하야 또는 임기 단축?

나라의 앞날에 파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개혁신당의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천신만고 끝에 여의도에 입성한 이준석과 천하람이 윤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며 차기 국회 어젠다 선점에 치고 나서는 모양새다. 한 마디로 빨리 물러나라는 말이다. 차마 하야는 입에 담기 어려우니 임기 단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그 말이 그 말이다. 다만 하야는 이승만처럼 처참한 몰골로 쫓겨나는 것이고 임기 단축은 알아서 물러나는 것이니 차이가 없지는 않다. 윤 대통령이 물러나고 나서 내친김에 헌법 개정을 하여 4년 중임제 등으로 제도를 바꾸어 제7공화국을 출범하자는 말까지 한다. 조국 대표도 이미 7공화국 출범의 의지를 밝혔으니 이제 정치계는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 보인다.     


그런데 정작 총선 이후 말이 많아야 할 두 사람 곧 이재명 대표와 윤 대통령은 말이 없다. 그리고 용산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김여사의 모습은 여전히 꽁지도 안 보인다. 이런 윤 대통령 부부의 행보에 대해 <프레시안>의 박세열이 “권력에 취한 尹대통령, 이제 지독한 숙취가 찾아온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참조: https://v.daum.net/v/20240413050311756)     


이 글에서 인용한 <승자의 뇌>의 저자 이안 로버트슨 교수의 말을 재인용해 본다.    

 

“성공하면 사람이 변한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다. 권력은 매우 파워풀한 약물이다(Power is a very powerful drug). 인간의 뇌에는 '보상 네트워크'라는 것이 있다. 뇌에서 좋은 느낌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권력을 잡게 되면 이 부분이 작동한다.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호르몬을 분출시키고, 그것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출을 촉진해 보상 네트워크를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을 더 과감하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게 한다. 권력은 항우울제다. 또 도파민은 좌뇌 전두엽을 촉진해 권력을 쥔 사람을 좀 더 스마트하고, 집중력 있고, 전략적으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지나친 권력은 코카인과 같은 작용을 한다. 중독이 된다는 얘기다.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너무 많은 도파민이 분출된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터널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게 하며, 오직 목표 달성이란 열매를 향해서만 돌진하게 된다. 인간을 자기애에 빠지게 하고, 오만하게 만든다. 권력은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 권력은 코카인, 섹스, 돈과 마찬가지로 도파민이라는 공동 통화를 사용한다.”    

 

박세열은 이 말을 술에 취한 윤 대통령과 디올 백 사달을 일으킨 김 여사에게 적용하면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년간 이 두 사람이 보여준 모습은 분명히 술과 권력에 취한 것으로 보인다. 박세열의 말 대로 막스 베버가 말한 취한 정치가의 거리감 상실과 자기 객관화의 실패 증상이 윤 대통령과 김여사에게 명백히 보여왔다. 그런데 과연 이 두 사람이 박세열의 예측대로 지금 권력의 술에서 서서히 깨어나면서 숙취에 시달리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권력은 코카인보다 강력한 작용을 한다. 그것도 최고 권력을 잡고 나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그래서 세계의 모든 독재자를 보면 로버트슨의 말대로 코카인, 섹스, 돈과 마찬가지로 권력에 취해 도파민 과도 분비로 사리 분별의 능력을 상실했다. 그리고 그런 독재자의 최후는 예외 없이 비참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선배’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과 김여사도 비록 5년짜리지만 그 임기를 다 채우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 뻔하다.      


이준석과 천하람은 한때 윤 대통령과 김여사를 가까이서 ‘모신’ 자들이다. 특히 이준석은 이대남을 선동하여 윤석열 후보의 당선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자다. 그런 자들이 인제 와서 임기 단축을 운운하고 있는 속내는 무엇일까? 윤 대통령이 절대로 임기 단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이런 카드를 서둘러 내미는 이유는 간단하다. 겨우 3석을 차지한 미니 정당인 개혁신당의 존재감을 차기 국회에서 최대한 드러내어 차차기도 노려볼 셈인 것이다. 지금 가장 상처받고 처절하게 분열된 국민을 위한 마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이준석과 천하람 또한 권력에 취했다는 또 다른 증거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여든 야든 국민은 잘 안 보이는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유명하게 만든 대한민국헌법 제1조 2항을 다시 인용해 본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맞는 말이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는 진리다. 그런데 그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와서 정치가에게 위임되는 순간 그 권력은 국민을 소외시킨다. 그리고 겨우 5년짜리 4년짜리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위임받은 자들이 권력을 준 국민 위에 군림하며 심지어 합법적 독재자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런 독재를 당하고 있어도 맞설 길이 없다. 오히려 그 독재가 합법이기에 그에 맞서면 범법자가 되어 버린다. 그 현실을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똑똑히 목격해 왔다. 과연 천하람과 여러 정치가 전문가의 말대로 4년 중임제로 개헌하면 이런 폐단이 사라질까? 지금 4년 중임제를 시행하는 미국의 정치가 국민에게 더 이로운 제도로 보이나? 천만의 말씀이다. 그렇다면 의원내각제를 시행하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는 독재가 횡횡하나? 그것도 아니다.     

 

결국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그 나라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준 극명한 동서 분열이 해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정치제도를 도입해도 그 어떤 정치가가 권력을 잡아도 윤석열 정권의 질곡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먼저 알아서 패를 가르고 ‘자기편’만 뽑아대는 현실에서 독재자라는 독버섯은 저절로 자라게 되어 있다. 나라가 일본에 넘어가도 내 편만 뽑고, 빨갱이 욕을 하면서도 북한에서 내려온 진짜 빨갱이가 후보로 나와도 당선시키는 정신머리를 지닌 국민이 독재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 정치 수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윤 대통령과 김여사는 절대로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2년보다 더 나은 국정 운영을 할 가망도 없어 보인다. 이미 2년 동안 독재자와 다름없는 권력을 휘두르며 국정에 태만해 온 관성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이미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니 ‘인재’가 모여들 리도 만무하다. 침몰하는 배에 누가 승선하려고 하겠나? 그러니 국민에게 남은 3년은 지난 2년보다 더 가혹한 시절이 될 것이다. 경제는 더욱 파국으로 치닫고, 정치는 더욱 분열되고, 국제 외교는 혼란 그 자체가 될 것이다. 그 와중에 김여사는 다시 ‘내 맘대로의 삶’을 시전 할 것이고. 그러면 결국 남는 것은 도탄에 빠진 국민이다. 권력의 주인인데 그 권력을 위임한 자들에게 시달리는 모순적 상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말이다. 결국 기술적으로는 그런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을 국민이 통제할 수단이 추가로 필요하다. 예를 들면 국민소환제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윤 대통령이 시전 한 것처럼 강력한 대통령제에서는 아무리 독재를 해도 막을 길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헌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이 언제든지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지 않으면 4년 중임제나 5년 단임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나마 미국처럼 2년마다 의원 선거를 하는 방식으로 중간 평가를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제도도 강력한 지방자치가 수립되어 가능한 것이다. 한국처럼 무늬만 지방자치를 시행하는 나라에서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민의 깨어서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제도를 마련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국민이 먼저 나서서 동서로 갈라지고 남녀로 갈라지고 꼰대와 MZ로 갈라진 나라에서 그런 노력은 언감생심이다.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김여사가 보여준 지난 2년간의 권력에 취한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 아니겠나? 참으로 암담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누가 과연 이런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할 수 있을까? 그저 기도만 하고 앉아 있기가 너무 답답한 날이다. 날씨는 이리 좋은데 말이다. 그래도 차기 국회에서 Good News, 곧 복음이 들려오기만 바랄 뿐이다. 5천 년을 지켜 온 이 니라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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