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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28. 2024

예수를 안 믿어도 천국에 갈 수 있는 이유는?

기독교의 배타주의가 결국 천국의 문을 닫고 있다.

여전히 한국 길거리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팻말을 들고 서성이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아직도 이런 구호가 먹힌다는 것이 한국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다행히도 많은 사람은 그런 구호에 화를 낼 뿐 아니라 아예 무관심하다. 사실 이런 구호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예수를 믿지 않아도 천국에 갈 기회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나의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가톨릭교회가 60년 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선언한 교리다. 이 회의에서 발표한 문서 가운데 교회헌장이라는 것이 있다. 거기에 나온 문장을 인용해 본다.          

라틴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Ii tandem qui Evangelium nondum acceperunt, ad Populum Dei diversis rationibus ordinantur. In primis quidem populus ille cui data fuerunt testamenta et promissa et ex quo Christus ortus est secundum carnem (cf. Rom. 9, 4-5), populus secundum electionem carissimus propter patres: sine poenitentia enim sunt dona et vocatio Dei (cf. Rom. 11, 28-29). Sed propositum salutis et eos amplectitur, qui Creatorem agnoscunt, inter quos imprimis Musulmanos, qui fidem Abrahae se tenere profitentes, nobiscum Deum adorant unicum, misericordem, homines die novissimo iudicaturum. Neque ab aliis, qui in umbris et imaginibus Deum ignotum quaerunt, ab huiusmodi Deus ipse longe est, cum det omnibus vitam et inspirationem et omnia (cf. Act. 17, 25-28), et Salvator velit omnes homines salvos fieri (cf. 1Tim. 2, 4). Qui enim Evangelium Christi Eiusque Ecclesiam sine culpa ignorantes, Deum tamen sincero corde quaerunt, Eiusque voluntatem per conscientiae dictamen agnitam, operibus adimplere, sub gratiae influxu, conantur, aeternam salutem consequi possunt. Nec divina Providentia auxilia ad salutem necessaria denegat his qui sine culpa ad expressam agnitionem Dei nondum pervenerunt et rectam vitam non sine divina gratia assequi nituntur. Quidquid enim boni et veri apud illos invenitur, ab Ecclesia tamquam praeparatio evangelica aestimatur et ab Illo datum qui illuminat omnem hominem, ut tandem vitam habeat.”     


교황청의 공식 문헌의 권위는 라틴어본을 기본으로 한다. 나머지 번역본은 참조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한글로 간단히 번역해 본다.  

   

“마지막으로, 아직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하느님의 백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먼저 우리는 [신의] 언약과 약속을 받았으며 그리스도가 속한 이들[곧 유대인]을 기억해야 합니다. (로마 9,4~5 참조) 그 조상 덕분에 이 백성은 하느님께 가장 소중한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주신 은사와 부르심을 후회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로마 11,28~29 참조) 그리고 구원의 계획에는 창조주를 인정하는 사람들도 포함됩니다. 이 가운데 첫 번째로 아브라함의 신앙을 고백하며 최후의 날에 인류를 심판할 유일하고 자비로운 하느님을 우리와 함께 숭배하는 이슬람교도가 있습니다. 하느님은 그림자와 형상 안에서 잘 모르는 하느님을 찾는 이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주시며 (사도 17,25-28 참조) 구세주로서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1티모 2,4 참조) 자기 잘못 없이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 교회를 알지 못하지만 진실로 하느님을 찾고 은총에 힘입어 양심의 명령에 따라 알려진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려고 힘쓰는 이들도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의 섭리는 자기 잘못 없이 아직 하느님에 대한 명확한 지식에 이르지 못하지만 신의 은총으로 선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구원에 필요한 도움을 거부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선과 진리는 무엇이든 교회는 복음을 위한 준비로 간주합니다. [가톨릭] 교회는 모든 사람이 마침내 생명을 얻도록 빛을 비추시는 분께서 그것을 주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독교 교회에 안 나오는 유대교, 이슬람교 신자만이 아니라 기독교를 아예 모르는 사람도 구원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곧 예수를 몰라도 심지어 믿지 않아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가톨릭교회가 60년 전에 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개신교의 경우 예수를 믿지 않으면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하면서 자기들만 천국 가고 나머지는 다 지옥에 간다는 거짓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 정작 예수는 성경 어디에서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물론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의 근거가 되는 성경 구절은 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다.” (요한 14,6~7)     


잘 알려진 대로 요한복음은 나머지 세 복음서, 이른바 공관복음서와 동떨어진 내용이 잔뜩 들어 있다. 그리고 요한복음은 예수를 이미 신격화하여 숭배하는 공동체가 저술한 것이기에 역사성이 매우 떨어진다. 위에 인용한 문장도 예수가 직접 말을 한 것이라기보다는 요한복음을 저술한 공동체의 신앙 고백적 차원에서 쓴 것이다. 요한복음 전체가 나머지 세 복음서처럼 예수의 언행을 기록한 것이라기보다는 신학서로 읽히는 이유다. 요한복음이 쓰인 시기는 이미 기독교 교회가 수립되고 유대교 공동체와 싸움을 벌이던 떼였다. 그래서 유대인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와 적대감이 잔뜩 들어 있다. 예수가 유대인이었음에도 마치 유대인이 예수를 살해한 죄인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편견이 강한 문서로 역사적 예수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성경 해석학자들도 요한복음의 역사적 서술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요한복음에만 나오는 위의 구절을 가지고 오로지 예수만 믿어야 천당 간다는 교리 아닌 교리를 만들어 낸 기독교 교회의 속내는 너무나 뻔하다. 사람들의 관심과 정성은 물론 돈과 재물을 교회에 바치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예수를 독점해 온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예수를 팔아 치부해 온 기독교 교회 역사는 2천 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그 모순의 역사가 마침내 20세기 들어오면서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런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 바로 위에서 인용한 교회헌장이다. 예수 안 믿어도 구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리를 다름 아닌 가톨릭교회가 고백해야 할 만큼 20세기부터 기독교 교회에 매우 힘든 역사가 전개되어 왔다.     


세계사와 기독교사의 현실이 이런 데도 한국의 교회 특히 개신교는 여전히 중세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나 외치고 다니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들만 깨끗하고 자기들만 천국에 간다고 큰소리쳐 온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치부가 온라인에 날마다 드러나는 현실을 감출 수는 없는 시대가 되었다. 성직자가 돈을 빼돌리고, 간통을 저지르고, 부동산 투기에 몰두하고,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권력에 줄을 대는 모습이 그대로 유튜브에 노출되는 현실에서 거짓은 더 이상 통할 수 없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 기독교 신자는 줄어들고 있고 사회의 평가도 ‘개독교’로 내려지게 된 것이다.     


예수 안 믿어도 천국에 얼마든지 갈 수 있는 현실에서 누가 교회에 가서 아까운 돈을 헌금이나 근거도 없는 십일조로 바치겠나? 그리고 주중에 열심히 죄를 짓고는 주일에 교회에 가서 주님 주님 외친다고 천국이 보장되겠나? 일주일의 6일 동안 지은 죄가 일요일 몇 시간 동안 교회에 가서 찬송가 부르고 기도한다고 다 씻어진다고? 이런 몰상식을 신앙이라고 내세우는 자들이야말로 다음과 같은 예수의 말에 귀를 더 열심히 기울여야 하지 않는가?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그날에 많은 사람이 나에게, ‘주님, 주님! 저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하고 말할 것이다. 그때 나는 그들에게,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 하고 선언할 것이다.””(마태 7,21~23)     


신뢰가 가는 복음서인 마태복음에서 예수가 직접 이리 말했는데도 21세기의 기독교인들은 6일 동안 죄짓고 일요일에 1~2시간 '주님 주님'만 외치다 나와서는 마치 천국행 티켓을 예매한 것처럼 으스대는 꼴이 너무 우습지 않은가? 주님이 시킨 일은 단 하나도 안 하고, 그저 입으로만 주님 살려달라고 외치는 자들이야 말로 바로 예수가 말한 불법을 일삼는 자들이다. 주님이 시킨 일은 무엇인가? 그것도 이미 예수가 다음과 같이 잘 설명해 주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38~48)     


자칭 기독교인이라고 자신을 내세우고 예수를 주님으로 모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위에서 말한 예수의 명령은 단 하나도 안 지키면서 일요일에 교회에 모여 주님 주님 하는 자들을 예수는 더 역겨워하지 않을까? 그런 주제에 비기독교 신자들을 향해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큰소리치는 그 무지와 만용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천국에 가자면, 이렇게 입으로만 예수를 믿는다고 소리 지르는 자들을 오히려 멀리해야 하지 않을까? 예수의 말을 지독히 안 들을 뿐만 아니라, 예수의 허락도 안 받고는, 마치 자기가 천국 문의 문지기나 되는 듯이 자기가 만든 완장을 차고 설치면서, 헌금과 심일조를 통행세처럼 받고, 자기들 맘대로 천국에 들어갈 사람을 정하는 신성모독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자칭 기독교 성직자와 신자들을 본 예수가 '너는 누구냐?'라고 질문할 날이 곧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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