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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y 15. 2024

김여사의 세상이 되었나?

보수 진영의 인물난을 잘 보여줄 뿐이다.

요즘 조선일보가 하루가 멀다고 윤 대통령 부부 공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히 한동훈 밀기에 나서는 중이다. 뭔가 감을 잡았다는 말이다. 그런 와중에 한동훈이 서점에서 독서하는 모습, 길을 걷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어차피 윤 대통령 카드는 버리고 차기 대선에서 당선이 거의 확실한 이재명 대표의 대항마를 찾다가 결국 한동훈으로 낙점한 모양새다.     


그런 와중에 홍준표는 연일 윤 대통령 감싸기에 올인하고 있다. 스스로 순장조에 들어가기로 작심한 모양인가? 어차피 대구 시장이니 무슨 사달이 나도 다시 뽑아줄 대구 시민을 든든한 배경으로 했으니,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막대기를 아도 빨간색이면 당선되는 동네 아닌가?     


정치라는 것이 선전·선동으로 국민을 현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가 여러 번 증명했다. 특히 한국과 같이 민주주의 정치를 실행한 역사가 짧은 나라에서는 그런 선전·선동이 더 잘 먹히는 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정권이 보여주는 행태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윤석열의 국민’의 모습을 보면서 절망을 느끼는 70%의 국민을 누가 구할 수 있을 것인지 암담하기 그지없다.     


사실 조선일보야말로 윤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었다.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 가장 앞장서 나서면서 이재명 대표 부부의 ‘비리’를 침소봉대하면서 부정적 이미지 확대 재생산에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지금도 사회 전체에서 나타나 있다. 이재명 대표를 반대하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단 두 단어로 요약된다. ‘형수’와 ‘법카’다. 그 전후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혀 필요 없다. 그저 비난만 하면 되니 말이다. 그런 선전·선동의 귀재인 조선일보가 이제 윤 대통령 부부 때리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무상을 느끼는 사람은 윤 대통령 부부만이 아닐 것이다.     


물론 조선일보가 노선을 바꿀 리는 만무하다. 친일 매국노가 인수하여 독재자에 기생하며 버텨온 신문인데 그 기본 색깔이 어디 갈 것인가? 정치 바닥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지금의 지위에 오른 조선일보가 정치적 감각을 여전히 발휘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그런 조선일보가 서서히 한동훈 만들기의 군불을 때고 있는 모습이 뻔히 보인다. 그런데 과연 한동훈 말고 다른 카드는 없는 것일까? 서울시장으로 버티면서 새옹지마를 노리는 오세훈도 있는데 왜 한동훈을 밀고자 하는 것일까? 물론 지난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현재 여권에서 한동훈만한 카드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번 윤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 보았지만, 여권에서는 후보의 품질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선전·선동으로 몰아가면 북한 출신의 진짜 빨갱이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는 집단이 한국의 수구 세력이니 말이다.      


그러나 과연 한동훈을 포스트 윤으로 몰고 가는 것이 성공 확률을 떠나서 한국의 미래에 도움이 될까? 윤 대통령 부부의 사달에 질린 국민은 진보 진영만이 아니다. 수구 진영에서도 진저리를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우리 편이니 참는 중인 것이다. 그런데 또다시 검찰 출신을 그것도 한 때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오른팔이었던 한동훈을 차기 카드로 밀어본다고? 현재로서는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그럼에도 한동훈을 미는 이유는 누구나 알 수 있듯이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윤 대통령을 보수 진영의 후보로 밀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보수 진영에 대안이 없었다. 그만큼 보수 진영에는 인물이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왜 보수 진영에는 인물이 없을까? 무엇보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누가 나와도 우리 편이면 밀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자가 대한민국 국민의 30%가 넘는다. 이토 히로부미가 환생해서 수구 진영의 후보로 나와도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으로 뽑아줄 든든한 세력이다. 그러니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저 선전·선동을 하고 진보 진영에 ‘빨갱이 딱지’만 붙이면 뽑아준다. 개인적 비리, 윤리·도덕을 말아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니 무엇하러 인물이 되려고 노력할까? 편하게 있다가 진보 욕만 하면 당선되는데 말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판은 그런 콘크리트 지지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30%에 가까운 진보층도 있고 무엇보다 40%에 달하는 중도층도 있다. 이들의 문제는 단결력이 보수층만 못하다는 데 있다. 합리적 선택을 중시하는 계층이기에 이것저것을 따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체적인 대세에 민감하다. 또한 개인적인 이익을 계산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후보를 택할 때 ‘묻지 마’ 지지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지난 총선에서도 한동훈은 한 때 보수만이 아니라 중도층의 지지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정체’가 드러나자, 국민은 그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그들의 마음이 떠난 것을 확인한 한동훈이 보수 진영의 환심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그의 많은 보수 선배가 하던 식으로 갈라 치기와 마타도어 전략을 구사하면서 스스로 몰락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런 한동훈이 다시 등장한다고 과연 상품성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한국 정치판에서 정치가의 품질은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확실한 패거리 문화 안에서 콘크리트 지지층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바람몰이를 시전 하면 된다. 한동훈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것도 따질 필요는 없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이유는 오직 하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염증이었다. 한국 정치판에서는 염증, 더 정확히 말해서 르상티망이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누군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미워해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정치의식이 팽배한 한국에서는 누군가를 지독하게 증오하도록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런 증오 선전·선동의 최전선에 서 왔던 조선일보가 요즘 많이 이상하다. 당장 오늘 사설 제목만 보아도 그렇다. “국민이 믿고 맡긴 권력을 부인 보호에 쓴다는 국민 비판”이라는 사설에서 문재인 정권과 하나도 다름없는 검찰 인사 전횡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링크: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4/05/15/TGMKTCXT6VHQ3JRIR7PFWNYB5E/) 김태훈의 “비전 없는 지도자는 비겁해진다”라는 제목의 글도 형식은 전 정권 비판이지만 결론은 윤석열 정권 비판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링크: https://www.chosun.com/opinion/taepyeongro/2024/05/15/LWF5JKDMFNDUZCWUQTPGJACWGA/) 천하의 조선일보가 이 모양이니 다른 매체야 어떨지 상상이 간다.     


그러나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한까지 보여주는 윤 대통령의 행보를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00석 미만을 차지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30% 남짓의 경상도와 강남 콘크리트 지지층이 묻지 마 지지를 시전 하고 있기에 앞으로도 탄핵 정족수를 보 진영이 채우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한국의 정치 구조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윤 대통령이 마음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호사가들은 결국 윤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탄핵과 하야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매우 힘들고 설사 실행이 된다고 해도 국민과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자 삼인방이 보여준 대로 말이다. 조선일보가 연일 윤 대통령 때리기, 특히 김여사 때리기에 몰두하지만 결국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보수 진영에 확실한 차기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탄핵과 하야라는 사달이 발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야권의 명실상부한 지도자로 부상한 이재명 대표도 급할 것이 없다. 어차피 3년만 지나면, 아니 이미 윤석열 정권이 데드덕의 덫에 걸린 상황에서 굳이 모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이 오로지 김여사 지키기에 몰두할수록 보수 진영은 자승자박의 상황에 부닥칠 것이 뻔하다. 손 안 대고 코를 풀 기회가 오는 데 뭐 하러 사서 고생을 하겠는가? 민주당이 강성 대오를 갖춘 상황에서 국회의장 자리에 추미애가 오르면 이재명 대표가 2선에 물러나도 모든 일은 저절로 굴러갈 것이다.     


이런 상황을 조선일보도 이미 예측할 것이다. 그래서 급한 김에 한동훈을 소환해 보고자 하지만 이미 윤 대통령, 특히 김여사의 눈 밖에 난 한동훈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김여사 소환을 언급한 것만 가지고 수사라인에 서 있던 검사를 모조리 물갈이하는 것을 본 한동훈이 무슨 생각을 할지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오늘 석탄일을 맞이하여 김여사가 조계사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었다. 김여사의 사주가 음기를 좋아하는 팔자를 타고났기에 음기 중의 음기인 불교 행사에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러우니 말이다. 그러나 들리는 말로는 검찰 인사 후폭풍에 대해 김여사의 심기가 불편했기에 막판에 참석을 취소했다고 한다. 그 소문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현재 국정 운영은 오로지 김여사 심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 김여사를 통제할 유일한 사람인 윤 대통령이 김여사의 격노를 달래는 것을 국정 제1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훈이 재등장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인가? 한동훈이 책방에서 책이나 읽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 다다. 참으로 애처로울 정도다. 보수 진영에 인물이 이토록 없다니.   

  

과연 한동훈을 능가할 인물이 보수 진영에서 나올 수 있을까? 당분간은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말은 결국 윤석열 정권이 무사히 3년을 채우게 된다는 이다. 물론 탄핵과 하야 카드는 이재명 대표의 손에 쥐여 있으니 그 카드를 가지고 계속 꽃놀이 패를 돌릴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쓸 수 없는 카드인 것을 잘 알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행보는 충분히 예상된다. 결국 국민은 3년을 고스란히 고통 속에서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어쩌다가 이 나라 국민은 이런 질곡을 벗어나지 못하는 팔자인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천하의 조선일보마저 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는 참으로 기묘한 상황이다. 누가 나서서 이 난국을 타파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지금 보면 정부의 관료는 물론 국회의원 누구도 김여사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 조·중·동도 그저 입만 놀리면서 눈치만 보고 있고. 참으로 대단한 김건희 '여사'다.


김여사를 위해 시한 수 읊어본다.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一顧傾人城 再顧傾人國 寧不知傾城與傾國 佳人難再得


한국말로 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북방에 미녀가 세상에서 떨어져 홀로 서있네. 한 번 돌아보면 성을 위태롭게 하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를 위태롭게 하네. 어찌 성이 위태로워지고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모르겠냐만 이런 미녀는 다시 얻기 어렵구나.


경국지색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 이연년의 시다. 한 무제에게 자기 여동생을 소개하면서 불렀다는 전설이 있다. 결국 50이 넘은 황제에게 몸매와 춤 솜씨가 뛰어난 누이동생을 바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지 않나? 나라를 말아먹어도 최고 권력자를 좌지우지하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수천 년 전에 중국에서나 벌어지는 일인 줄 알았는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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