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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y 23. 2024

‘검사 위에 여사 나라’, 부끄럽다고?

국가 전체가 부패했다는 것을 잘 말해주는 것일 뿐이다.

“‘검사 위에 여사 나라’, 부끄럽다”라는 천하의 동아일보에서 칼럼니스트로 일하는 김순덕의 칼럼 제목이다.(링크: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522/125064787/1) 내용을 보니 ‘동아일보답지’ 않다. 윤석열 정권을 무조건 싸고돌던 지난날이 무색할 정도다. 결국 조·중·종이 배신의 계절을 맞이한 것인가? 논조가 자못 신랄하다.     


“비교하기 내키진 않지만 5공화국 때 나돌던 유행어가 ‘육사 위에 여사’였다. 신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를 빗대 나온 말이다. 요즘 야권에선 ‘검사 위에 여사’라고 조롱한다. 정부가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선택적 법 집행인데 이래서야 검찰이 암만 법과 원칙대로 수사한대도 공정하다고 인식될 수 없다. 사회적 정의로서의 공정성 인식이 시민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남편 잘 만나 수사도, 처벌도 안 받는 나라라니 과거 대통령 탄핵 때 외치던 “이게 나라냐” 소리가 절로 나올 판이다.”     


수구 세력이 신처럼 숭배하는 전두환의 아내 이순자까지 들먹이고 있다. 동아일보가 일반인이 모르는 정보를 이미 가지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인가? 그런데 서두는 거창했지만, 다음과 같은 결론은 참으로 미약하다.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인가 보다.    

 

“지지자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지도자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아쉬운 대로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 설치라도 서두르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전혀 담겨있지 않다. 그저 김여사 타령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김여사가 이 글을 본다면 뭐 하고 할까? 물론 최목사가 선물한 책을 대량으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수준이니 이런 글을 읽을 리는 없을 것이다. 글보다 디올 백이 더 좋은 김여사로 보이니 말이다.      


각설하고 김여사는 지금 검사 위에 여사 정도가 아니라 한반도 위에 여사의 수준에서 놀고 있어 보인다. 70% 가까운 국민이 반대해도 힘이 없다. 결정적인 이유는 국민을 대표하여 나라를 운영하는 관료와 정치가들이 무기력해서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이 약 114만 명이다. 그 가운데 13.1만 명이 경찰이고, 2,292명이 검사다. 그리고 16명의 장관도 있다. 여기에 더해 힘 좀 쓴다는 국회의원이 300명이다. 그런데 이 모든 사람이 김여사 앞에서 오금을 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153일 만에 느닷없이 세 장의 사진을 공개한 김여사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자 그대로 100만 대군의 나랏밥 먹는 자들을 우습게 보는 그 표정과 태도를 보면서 여장부다운 풍모가 넘친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이뿐 아니다. 한국의 이른바 찌라시에서 밥 빌어먹는 기레기들은 오늘도 김여사 빨아주기에 여념이 없다. 어느 신문은 설사 김여사가 기소되더라도 법적으로 걸릴 것이 거의 없다고 설레발을 친다. 그러면 김여사가 밥이라도 한 번 먹자고 할까? 참으로 기가 막힌 세상이다.     


물론 김여사 자신이 법을 어긴 이유로 기소당하거나 구속당하거나 벌을 받은 것은 없다. 그 잘난 ‘법대로’의 원칙에 따르자면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논리로는 아직 김여사는 순진무구하고 아무 죄가 없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말이다. 그러나 그 김여사 때문에 윤석열 정권의 지난 2년은 파행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김여사 조사를 시작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검찰의 수사 라인이 모조리 단칼에 잘려도 아무도 찍소리를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를 비판한답시고 이른바 좌파 언론과 민주당이 변죽을 울리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추미애를 떨어뜨린 ‘문파’가 여전히 힘자랑하면서 수박이 민주당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보이고 있다. 파벌 싸움에만 골몰하는 민주당이 180석을 몰아줘도 못한 일을 과연 175석을 뽑아준들 무슨 희망이 있을까? 민주당의 잘난 국회의원들이 지난 회기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이 그대로 재현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김여사인가? 아니다. 윤 대통령인가? 아니다.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민주당인가? 아니다. 독박을 쓸 수 있고 써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그런 자들을 선출한 대한민국 5천만 명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 뜻으로 선출한 자들이 아무도 뽑지 않았고 호감도도 매우 낮은 김여사 앞에서 오금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도대체 한국 정치계와 사회 전체에 무엇이 고장 나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사회가 르상티망, 곧 화가 난 상황에서는 누군가 하나만 잡고 패고 싶은 심정이 든다. 이른바 마녀사냥이다. 그리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민중의 분노가 커지면 위정자들은 예의 이 마녀사냥을 이용해 왔다. 유럽에서 마녀사냥에 골몰한 근본적 이유다. 권력자에게 향해야 할 분노를 애먼 사람들에게 풀도록 유도한 것이다.   

  

동아일보의 김순덕의 칼럼에서도 그런 르상티망이 짙게 묻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지금의 동아일보는 전두환이 총칼로 권력을 찬탈할 때 버티다가 무너진 그 동아일보가 아니다. 박종철 특종으로 정권을 흔들던 그 동아도 아니다. 그저 권력이 붙어서 호의호식하는 고급 글쟁이들이 모여 있을 뿐이다. 그런 동아일보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나? 국민을 맘대로 잡아가서 없는 죄도 만들 수 있다는 소문이 자자한 검사 위에 있는 여사를 누가 건드릴 수 있겠나? 김순덕이 다음과 같이 고백한 대로 말이다.     


“‘검사 위 여사’의 나라가 겁나는 것은 이 모든 일이 윤 대통령 취임 전 공개된 김 여사 녹취록대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김 여사는 인터넷 매체와의 통화에서 비판적 매체를 거론하며 “내가 권력을 잡으면 거긴 무사하지 못할 거야. 권력이라는 게 우리가 안 시켜도 검찰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래서 무서운 거지” 말한 바 있다. ‘내’가 권력을 잡는다는 인식도 위험하지만 권력의 주구라는 검찰 권력에 대한 통찰은 더욱 섬뜩하다.”  

   

녹취록은 그 유명한 7시간 전화 통화를 말한다. 유튜브에 공개된 그 대화 내용을 나도 다 들어 보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김여사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검사 위에 군림하는 김여사에 대해 김순덕이 말 한 대로 “김여사의 표정은 내 남편, 검찰공화국 대통령이 다 정리했다는 팽팽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로 윤 대통령의 아내로서 특권을 누리기 때문만인가? 아니다. 지금 정권 주변에서 내시를 자처하는 이들은 윤 대통령 부부를 진심으로 존경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출세와 영달과 권력과 돈을 위해 간신배를 자처하고 있을 뿐이다. 윤 대통령 부부에게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국민도 마찬가지로 공범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기행을 조롱하고 비난하면서도 내 아들만은 서울대 법대를 기어코 보내고 말겠다는 의지의 한국인이 넘치는 이 나라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여러 번 주장한 대로 김여사와 그 남편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현상일 뿐이다. 한국 사회가 지독히 썩었고 매우 기형적인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는 산 증인이 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김여사에 대한 마녀사냥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 특히 윤 대통령 만들기에 혁혁한 공을 들인 조·중·동이 인제 와서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가소롭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은 김여사가 아니라 바로 그런 표리부동한 조·중·동과 같은 찌라시 무리다.  자기 손으로 뽑은 윤 대통령, 그리고 그 부인을 지지했던 무리가 이제 와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더 가증스럽다. 사회 자체가 부패한 현실에서 '육사 위에 여사', '검사 위에 여사'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위에 여사'도 조만간 나올 것이 뻔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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