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이제 누구나 예상했던 윤석열 정권의 종말이 보이기 시작한다. ‘듣보잡’으로 간주되던 명태균이 명실상부한 제2의 최순실과 다름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준 덕분인가? 아니다. 명태균은 원인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부패와 무능을 보여주는 한 가지 징표에 불과하다. 상황이 종말로 치닫고 있는데도 윤석열과 그 주변의 똥파리들은 여전히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모양새다. 오늘도 앵무새처럼 ‘국민만 보고 간다’는 염불만 외우고 있다. 물론 그 국민은 20%도 안 되는 경상도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수구 꼴통’을 말한다. 흔히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대로 20%면 할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20%의 콘크리트 지지세력이면 못할 것도 없다. 그리고 최후의 카드로 신북풍 몰이도 남아 있다. 젤렌스키가 간 길을 그대로 간다면 영구 집권도 가능하다. 물론 현재 우크라이나처럼 전쟁이 지지부진으로 계속되어 소모전 양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미 한국 전쟁 때도 경험한 것이다. 지금의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당시 한국에서도 전선에서 젊은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동안 후방에서는 ‘일상’이 이어졌다. 개전 이후 첫 3개월만 전쟁 분위기가 ‘살벌’했지만 나머지 2년 9개월은 지루한 소모전이 이어졌다. 물론 그 당시에도 전쟁 당사자들은 무탈하게 살아남았다. 수백만 명이 죽고 천만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음에도 말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2년 여 지속된 전쟁으로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의 젊은이들이 많이 죽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수십만 명이 사망하였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거리에서 눈에 뜨이는 젊은이의 강제 징집에 나서고 있고 러시아는 아예 북한의 지상군 지원까지 받는 형편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푸틴은 물론 젤렌스키도 건재하다. 그런 모습을 본 윤석열이 ‘유혹’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현재 윤석역이 처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이 과연 우크라이나식의 전쟁밖에 없다면 참으로 유감이다. 결국 다치는 것은 국민, 그것도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가장 큰 희생을 당할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윤석열의 성정을 볼 때 ‘하야’는 꿈도 안 꿀 것이다. 5년을 꽉 채우고 물러나 연금도 챙길 생각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 자를 밀어내는 것은 탄핵밖에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길이 아니다. 윤석열과 그의 똥파리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대로 ‘법’으로 따져 걸고넘어지는 일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김건희가 정권을 잡은 이후 이권 개입을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그것이 윤석열의 죄를 묻는 데는 한계가 있다. 타인인 최순실은 박근혜 정권에서 실제로 국정 개입을 했지만 김건희의 경우 아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남편을 좌지우지한 것이니 정황이 다른 것이다. 물론 조국 패밀리의 경우처럼 부부가 법적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검찰총장을 거쳐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른 윤석열을 ‘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이런 판결이 나올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결국 이재명 죽이기에 나선 보수 기득권 세력의 집중 공격에 이재명 대표가 버틸 방법은 사실 없다. 이른바 ‘법대로’를 외치는 자들이 법을 주무르는 현실에서 대적할 ‘합법적’ 방법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현재 진보 진영은 김건희 윤석열 커플을 거의 패륜아로 몰고 가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 한동훈은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다. 김건희 윤석열 커플은 자기를 향한 비난의 화살을 이준석에게 돌리기 위해 벌써 희생양 작전을 시전하고 있다. 이준석도 만만하게 죽을 인물은 아니지만 이미 ‘검찰 파일’에 한 번 당한 전력이 있으니 쉬운 일은 아니다. 당대표에서 버림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정치판에서 버림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런 형국에서 이재명 대표가 쉽게 물러날 리는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재명 대표 아닌가? 최악이나 다름없는 경우의 수가 나왔지만, 그의 인생 여정이 역경으로 점철되어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크게 좌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지금 당장 김건희 윤석열 커플의 승리를 점치는 것도 애매한 일이다. 결국 정치판 아닌가? 정치가들이 죽을 듯이 서로 물어뜯지만 어차피 같은 판에서 구르고 있으니 공멸을 자초하지는 않는 법이다.
그러니 조금 성급하지만 김·윤 커플과 이재명 대표의 대타협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민심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서로를 살려주는 카드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과 같이 좌우는 물론 남녀노소와 동서가 원수처럼 갈라져 있는 사회에서 이런 일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러니 두고 볼 일이다. 결국 대타협이 이루어지든 아니든 간에 궁극적으로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 그것이 참으로 애석하다. 어쩌다 이런 정치판이 대한민국 건국 이후 지속되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것도 다 전생의 업보인가? 그러나 전쟁이 나서 나라가 초토화되는 것보다는 정치가들이 타협하고 양보해서 상생하는 것이 차선책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