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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카 Jul 10. 2018

별거 없는 일상의 시작.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회사 안에 틀어놓은 라디오에선 들어본 적 없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다급하게 속보를 전하는 라디오 DJ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한쪽 벽면에 꽉 들어차 있던 책들이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로 3.11 동북대지진이 일어나던 그날의 시부야.


창밖 전봇대들 사이사이에 이어진 케이블은 누가 일부러 잡고 흔들고 있는 것처럼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인터넷 뉴스에서는 디즈니랜드 근처에서 불이 났다, 신주쿠 루미네에 있던 사람들이 유리창이 깨져 다쳤다더라 하는 뉴스들이 끝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날 밤, 나는 4시간을 걸어 회사에서 가장 가까이 사는 친구 집에 묵었고 한참 되는 여진으로 인해 TV가 머리 위로 떨어질뻔하는 아찔한 경험을 해야 했다.





그 날 이후, 나에게는 삶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지진으로 인하여 흉기로 변해버린 집안의 물건들로 인해 물질적인 것은 물론, 또 무리하게 시간과 돈을 할애하며 유지해왔던 사람들 사이의 관계 등 '소유'와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몇 개월산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옷가지와 무의식적으로 모으던 스티커나 수첩들, 인테리어 잡화와 온갖 잡지들 그리고 혼자 살림에도 불구하고 몇 개씩 있었던 식기들을 처분하여 방은 좁지만 월세도 저렴하고 회사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여 월세와 출퇴근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사치품과 필요하지 않지만 그저 예뻐서 샀던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과소비를 하게 되어 정작 내 몸에는 나쁜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웠던 저녁식사가 아닌, 멋있고 맛있는 저녁을 소중한 사람들과 먹으며 내 몸에도 좋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또, 물건으로 가득 찬 방을 텅 빈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유대감으로 하루하루가 꽉 찬 날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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