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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니엘 Caminero Nov 12. 2017

K리그 문디알 - 말컹

Marcos Vinicius Amaral Alves (경남FC)

NBA 꿈꿨던 브라질 바스켓맨

아시아 축구가 주목하는 골잡이로 우뚝 서다

"말컹" 마르코스 비니시우스 아마라우 아우베스(경남FC)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롭다. 하물며 바다 건너 낯선 나라에 온 외인(外人)들은 조금 더 외롭지 않을까? 비단 푸른 잔디 위에서는 강인한 전사처럼 보이는 축구선수들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엇비슷한 생김새의 사람들 사이에서 어딜 가든 눈에 띄기 마련이고,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와 환경에서는 작은 안락함도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이질적이기까지 한 음식과 언어,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오는 것도, 입에서 나가는 것도 생경하기 짝이 없다.

그런 곳에서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의 매력을 사고 인정받는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일까? 꿈을 찾아 왔든, 생활을 위해 왔든, 한국의 K리그를 통해 그들과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제법 특별한 인연이다. 그들에게서 한국에서의 삶과 꿈, 그리고 그 사이에 놓여 있는 축구에 대해 들어본다. 축구장 밖에서는 분명한 외국인이지만, K리그 경기가 펼쳐지는 그라운드 위에서 국적이라는 아이덴티티는 90분간 사라진다. K리그라는 세계, 이른바, ‘K리그 문디알(Mundial)’을 이루고 있는 한 사람의 ‘K리거’일 뿐.


Q 안녕하세요? Kleague.com입니다. 2017 K리그 챌린지 최고의 플레이어 말컹 선수를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이곳 경남과 챌린지에서는 워낙 유명한 선수이지만, 내년에 클래식에서 만날 아직 말컹 선수를 잘 모르는 팬들에게 미리 인사 좀 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온 마르코스 비니시우스 아마라우 아우베스 “말컹”입니다. 브라질에서만 선수생활을 하다 올해 한국의 경남FC로 이적하면서 처음 외국에 오게 됐습니다. 좋은 감독, 코칭스태프, 동료들을 만난 덕에 K리그에 잘 적응했고, 챌린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팀 경남이 우승을 차지하며 리그 챔피언이 됐고, K리그 클래식 승격에도 성공했습니다. 22골을 넣어 득점왕에도 올랐으니 팀과 개인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만족스러운 첫 시즌을 보낸 것 같습니다.

Q 모든 것이 성공적이었던 한국에서의 첫 해, 말컹 선수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A 올해 초 동계훈련에 합류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축구 스타일이나 훈련 방식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겠다. 그런데 적응만 잘 하면 큰 문제 없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당시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득점왕에 올라 팀을 우승 시키면서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었습니다. 확실히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것들이 진짜로 다 이루어질지는 몰랐네요. 저는 한국이라는 나라도 처음이었지만, 아시아에 와본 것도 그렇고, 외국에 나가본 경험 자체가 없어서 타국의 문화의 언어, 생활 모든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음식은... 음... 지금도 딱히 잘 맞는 것 같진 않아요. 어쨌든 많은 것들을 새롭게 경험하고 배우면서 팬들의 사랑도 얻고, 팀의 우승과 승격에 기여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Q 한국 생활 어렵고,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창원에서의 삶은 어땠어요?
A 글쎄요. 많은 분들이 그런 질문을 하시는데, 저는 그다지 불편한 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동료들과 모두 친구처럼, 가족처럼 지냈고, 코칭 스태프, 프런트 직원들과도 모두 잘 지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훈련도 늘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했고, 팀메이트들과 장난도 많이 치면서 재밌게 운동했고,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여름에는 가족들이 와서 한 달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해서 크게 힘든 부분은 없었습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굳이 하나를 꼽자면 음식 정도가 되겠네요. 창원에서도 한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브라질 음식은 쉽게 먹을 수 없으니까요.

[사진=경남FC]


Q 그렇다면 한국에 오기 전 브라질에서는 어떻게 생활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농구선수를 꿈꿨다는 얘기는 이제 팬들 사이에선 제법 많이 알려진 얘기인데요.
A 어렸을 때부터 농구를 많이 했고, 좋아했어요. 청소년 시절에는 아마추어 선수로 활약했을 정도입니다. 물론 축구도 즐겨 했지만, 농구를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브라질 하면 축구를 떠올리지만, 사실 브라질은 농구도 꽤 잘하고, 인기가 많은 편이거든요. 체육 교사였던 아버지는 저를 농구 선수로 키우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브라질에서 축구선수로 최고가 되는 것보다 농구선수로 정상에 오르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울 거라고 판단하셨던 건지 모르겠어요. 저를 NBA에 보내는 것이 아버지의 가장 큰 꿈이었는데, 축구선수가 되어 아시아의 한국에 와 있네요. 브라질에선 그냥 농구도 좋아하고 축구도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특별히 얘기할 만한 건 없는 것 같네요.

Q 처음 겪어본 외국(한국)의 축구는 어땠나요? 브라질의 축구와 많이 다르던가요?
A 축구라는 것만 같고 완전히 다르죠. 브라질 축구가 기술적이고 개인적이라면, 한국 축구는 피지컬적인 요소가 많고 조직적이에요. 브라질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장점을 살리는 공격적 플레이가 많은 편이고, 한국 축구는 그야말로 팀 스포츠입니다. 많이 뛰어야 하고, 바짝 붙어 압박해야 하고, 수비적인 전술이 많죠. 어떤 축구가 더 우수한 것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공격수로서 플레이하기엔 브라질이 더 편하고 재미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Q 어렸을 때도 지금처럼 골 잘 넣는 공격수였는지 궁금해요. 주로 어떤 포지션을 맡았어요?
A 저는 언제나 공격수, 그것도 한결같이 센터포워드였습니다. 브라질은 보편적으로 한 선수, 한 선수 자기 포지션을 지키면서 하는 축구가 많거든요. 저에게 주어진 범위 내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격을 도맡았고, 직접 골로 해결하기도 했죠. 하지만 같은 공격수라도 지금보다는 좀 일차원적인 선수였던 것 같아요. 경남에 와서는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에 대해 김종부 감독님의 지도를 많이 받아서 좀 더 좋은 포워드가 된 것 같아요. 특히 공격을 전개할 때는 저와 브루노 두 사람의 플레이에 자율성을 주시는 편이어서 서로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 전술을 만들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곤 합니다.


Q 한국에서 무려 22골이나 넣었습니다. 그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득점이 있다면요?
A 모든 골이 다 의미가 있지만, 아무래도 부산을 상대로 K리그 챌린지 우승을 결정 짓는 골을 넣었던 것이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나중에 기사화가 되어 알려진 얘기이기도 한데, 사실 그날 부상을 안고 뛰었거든요. 의무팀이 테이핑을 꼭 해야 하는 상태라고 했는데, 제가 못하게 했습니다. 부산 수비수들이 부상 부위를 알아채고 더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걸어올 것 같았어요. 부상이 좀 악화되기는 했지만, 그 경기에서 넣은 두 골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22골 중 그때 넣은 두 골, 그 중에서도 후반전에 넣은 골은 진짜 중요한 골이었어요.

Q K리그의 발전을 위해 외국인 선수로서, 축구팬으로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A. 한국프로축구는 여전히 발전할 부분이 많고, 더 큰 성장 가능성을 가진 리그라고 생각합니다관중석의 열기는 사실 조금 아쉽지만, 아직은 K리그의 역사가 그렇게 긴 편은 아니니 점점 더 나아질 거라고 믿어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선수들을 대하는 심판들의 태도입니다. 물론 판정은 전적으로 주심, 부심이 하는 것이지만 K리그에서는 선수들이 심판의 판정에 대해 어떠한 얘기도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워요. 어떤 판정이 난 후 선수들이 심판에게 다가가면 모두 판정에 반발하고 항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선수로서 판정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듣고 싶을 때도 있고, 다른 생각을 나타낼 수도 있는 건데, K리그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브라질에서는 선수와 심판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기도 하고, 친구처럼 얘기할 수 있거든요. 아버지가 축구 심판으로 일하셨던 경험도 있어서 심판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잘 알고 있지만, 선수들 특히 외국인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려는 심판들의 태도는 아쉽습니다.

Q 많은 K리그 팬들이 챌린지에 이어 클래식까지 정복한 브라질 스트라이커 아드리아노와 조나탄처럼 말컹도 잘 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갖고 있어요. 내년 클래식에서의 활약 자신 있으세요?
A 당연하죠. 지금 저와 저희 동료들은 모두 자신감에 차 있어요. 올 시즌 FA컵 때 울산, 대구 등 클래식 팀들과 겨뤄봤는데 해볼 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물론 상대가 강하다고 느꼈지만, 우리에게도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레벨의 차이가 있겠지요. 하지만, 그 간격이 크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직접 한 시즌을 뛰어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도 있겠고,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자신 있습니다. 클래식에서 활약하고 있는 브라질 선수들을 보면 저 역시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요.

[사진=경남FC]


Q 2주 전쯤에 팬사인회를 했는데, 정말 많은 팬들이 왔다고 들었습니다. 기분이 어땠어요?

A 좋았죠. 정말 좋았어요. 저는 브라질에 있을 때도 팬서비스를 잘 하는 선수였거든요.(웃음) 가까이서 팬들과 얘기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전 항상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에요. 저도 어린 친구들을 좋아하고, 꼬마 팬들이 저를 좋아해주는 사실이 뿌듯하고 좋아요. 뭐랄까 어린이들에게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Q 얼마 전에 에릭 테임즈(MLB 밀워키 브루어스) 선수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관전한 것이 화제가 됐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테임즈처럼 한국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빅리그로 향하는 꿈을 갖고 있나요?
A 저는 야구를 잘 모르지만, 테임즈 선수와 함께 야구를 본 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당장은 테임즈처럼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목표나 계획 같은 것은 없어요. 특정한 리그나 클럽에 대한 동경 같은 것도 없고요. 일단은 경남이라는 팀에서, 한국의 K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내년에 클래식에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이적은 구단과 구단, 그리고 저의 에이전트가 결정할 사안이고, 저는 제가 소속된 팀을 위해 더 좋은 플레이를 보이는 것만 생각합니다.

Q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픈 커리의 광적인 팬으로 알려졌는데요. 축구선수들 중에서는 누구를 가장 좋아하나요?
A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팬들이 제 플레이를 보면서 아데바요르를 떠올린다고 들었는데, 제가 정말 좋아하고 닮고 싶은 선수는 이브라히모비치입니다. 즐라탄은 백넘버 9번에 정확히 들어맞는 완벽한 스트라이커라고 생각해요. 평소에도 그의 플레이를 눈여겨보면서 제 것으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합니다. 신체사이즈도 저와 거의 같고 노력 여하에 따라 제가 따라할 수 있는 움직임이 많이 있다고 봅니다.

Q 이제 시즌을 모두 마치고 브라질로 돌아가네요. 한국에서 보낸 1년을 정리해본다면요?
A 한국이라는 좋은 나라에 와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저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 교육, 사회 그 모든 것에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런 것들보다 더 좋았던 건 예의 바르면서도 친근하고 유쾌한 한국 사람들과의 만남이었어요. 그리고 경남이라는 팀의 역사에 제 이름을 남길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창원축구센터 바깥에 걸린 제 대형 사진처럼 이곳에 멋진 결과를 남기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정말 뿌듯합니다. 브라질에서도 내년 시즌이, 창원축구센터가, 동료들과의 재회가 많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INTERVIEW & PHOTO BY SPORTS TOURISM EDITOR DANIEL KIM FOR KLEA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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