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드라이버가 따로 있나. 매너만 지킨다면야.
퇴근길 남편에게 아내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 오늘 운전 조심해야겠어요. 올림픽대로에 역주행하는 차가 한 대 있대요.”
그러자 남편이 화를 내며 대답했다.
“제기랄. 한 대가 아니야. 수백 대는 되겠어.”
오래된 유머인데 피식 웃어 넘기기 전 잠시 생각할 여지를 준다.
운전자들이 도로에서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 되는가에 대해.
평소 멀쩡한 남자들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이상한 행동을 버젓이 하는 이유를 누군가는 ‘보장된 익명성’ 때문이라고 진단하는데 난폭 운전자의 심리도 이와 유사해 보인다.
어차피 상대방이 보는 건 내 얼굴이 아니라 내 차니까 마음 놓고 뻔뻔해진다는 거다.
도로에서 폭력적으로 변하는 운전자의 심리에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자신과 차를 동일시하는 심리. ‘내가 모는 차가 곧 나’라는 생각이다.
성능 좋고 값비싼 차를 타는 사람일수록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감히 내 차를 추월해?” 이렇게 과시하려는 마음은 곧잘 과속과 난폭운전으로 드러난다.
두 번째는 복수심.
상대방이 끼어들거나 무심코 저지른 무례에 대해 참지 못하고 응징하려는 태도다.
심지어 상대방을 앞지른 뒤 급제동하면서 분풀이를 하기도 하는데 매우 위험할뿐더러 위법한 일이기도 하다.
만일 운전 중 이런 일을 당한다면 같이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블랙박스 영상이 있다면 확실하다.
세 번째는 ‘마이 웨이’ 심리.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다.
대표적으로 1차로 정속 주행이 바로 이런 경우다.
고속도로에서 1차선을 차지하고는 제한속도 미만으로 정속 주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운전이다. 도로법상 1차로는 추월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는 운전자는 뒤차가 아무리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 세례를 퍼부어도 끄떡도 하지 않고 끝끝내 제 갈 길을 간다.
“얌전히 정속으로 가는데 나더러 뭘 어쩌라고?”
무지에서 비롯된 행동이지만 얄밉기 그지없다.
도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고 흐름은 다른 차들과 속도를 맞추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가장 문제인 건 타인을 가르치려는 습성이다.
무지몽매한 운전자를 도로에서 올바르게 계도하려는 심리인데, 나름대로 운전을 잘한다고 자부하거나 교통법규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지르는 쓸 데 없는 오지랖이다.
가끔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에는 “1차로 정속 주행차를 앞질러 막아선 다음 속도를 계속 줄여 강제로 차로 변경을 하게 만들었다”는 식의 경험담이 자랑스레 올라오기도 한다.
자기 딴에는 무슨 의로운 일을 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매우 불량하고 한심한 행동이다.
설령 상대방이 잘못된 방법으로 운전을 하더라도 나서서 참견할 필요는 없다. 자칫 감정싸움이 되거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굳이 선생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 타인의 운전에 참견이 필요한 때도 있다.
뒤에서 보기에 졸음운전을 하는 차를 발견했을 때.
느린 속도로 차선을 넘나들거나 자주 브레이크등이 들어오면 십중팔구는 졸음운전 중인 차다.
이럴 때는 경적을 몇 번 울려서 운전자의 졸음을 깨워줘야 한다.
어두워졌는데도 전조등을 켜지 않은 차에게도 참견하자.
밤인데 밝은 시내에서 전조등 켜는 걸 잊어버리는 운전자가 더러 있다.
이럴 때는 접촉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신호대기에서 창문을 내리고 일러주자.
기왕이면 다정한 목소리로 “전조등 켜세요.”
그러면 상대방은 감사의 표시로 매너를 보일 것이다.
고맙습니다. 비상등 깜박깜박.
매너가 있는 러시 아워.
비로소 아름다운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