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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장윤석 May 02. 2024

2024.5.1

잔인했던 사월이 지나가고, 그에 대해 어떤 말을 붙이지 못한 게 마음에 남아서. 세월호 10주기에 있으면서 나에게 꼭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았다. 뭔가 이것저것 했던 것 같은데 그 사부작의 시간들은 어떻게 남았을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무상한 세월의 한 자락이 되고 만걸까. 왜 마음 속에 응어리 진 한이 남은 걸까. 긴 순례길을 다 걸었을 때처럼 와 수고 많았다 하고 후련한 마음이 결코 아니고. 이 답답함과 막막함은 어떤 마음이길래 이다지도 무상할까. 내 정신이 온전치 않다고 생각한 지는 꽤 되었다. 실은 온전한 정신머리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지만, 뭔가 부자연스러운 상태, 풀떼기로 따지자면 뿌리가 뽑혀서 비좁은 화분에 낯선 흙과 함께 담겨있는 것 같은. 혹은 좁은 어항에 나름대로 꾸며놓았지만 자라날수록 이상한. 비유랍시고 입에 올리는 게 영 좋은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만, 일종의 부조화, 어떤 인지 부조화에 들어서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는 거진 10년 간의 기록을 무시해왔다. 스스로의 역사를 무시하면서 사회와 나라의 역사를 말할 수 있을까. 방에 미련과 여한이 남아 잔뜩이고 뭉쳐둔 종이뭉치들을 이제는 만나야 하지 않을까. 컴퓨터에 뒤섞여 던져놓은 파일들을 분류해야하지 않을까. 나는 왜 계속 정리를 미루고 애매한 상태로만 남겨두고 있을까. 썩을 때까지. 무언가를. 무언가는 떠나보내고, 무언가는 이어버리고, 백일 잔치던 장례식이던 끝과 시작을 적고 풀어가는 것은, 떠난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겨져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것이니. 유품 정리사가 되기도, 산파가 되기도 해야하는 것이리. 오늘은 새로운 마음을 먹고 싶다. 엄두가 나질 않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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