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3 씀
학교 열람실에서 밤을 지새고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 유난히 햇살이 따사로웠다. 아니 도서관에서 나오는데 세상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내 친구들이 우후죽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애기 느티나무 앞에 촤르르륵 앉아서 마치 병아리처럼. 아 병아리치고는 좀 늙었다. 이젠 누군가 학번을 물으면 몰라요라고 답한다는데, 같이 조그마낳게 나이들어가는 풍경이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들과 닮아있겠다. 아 단풍들어 가는 가을이 좋아라. 결국 관계다. 삶은 관계다. 그 관계가 삶을 구성한다. 우리는 그것을 믿어야 한다. 삶의 의지를 믿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 토착성의 복원이 시작될 수 있다. 새로운 토착성, 우리 시대 새로운 토착성의 발굴을 생각하고 꾸려가고 싶다. 더할 나위 없도록 기쁘게 살아가고 싶다. 반가워하는 것이란 어찌나 좋은가. 나는 그 좋음과 반가움에서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