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과 소고
2024.10.30.
그러니까 나는 다가온 나의 생일을 경건하게 맞고 싶어졌다. 오늘만큼은 깊게 돌아보고 싶어졌다. (돌아보는 중)
2024.11.5.
가을이 참 어여쁘다. 삶의 소중한 것들을 빼놓지 않고. 담아내고 싶은데 막상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일상의 호흡이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빠르기 때문에. 나는 느림과 여유를 더 갈망하게 되었다. 침잠하고 싶은 마음과 더 만나고 싶은 두 가지 마음이 이렇게 이렇게. 그리하여, 조금 괴로웠다가 말았다가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는 것 같다. 남은 두 달은 야무지게 여유를 찾아먹고 싶다. 따뜻한 유자차 한 잔 호로록 호로록.
이 이야기를 안할 수는 없겠다. 내 생일은 이태원 참사 기일의 다음 날이니까, 이제 이 비극과 나는 함께 늙어갈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작년에 생일은 이스탄불에서 혼자 섬을 걸었다. 그 섬을 가쁘게 걸었던 것이 아쉽다. 시간에 쫓기지 않기만 한다면 뭔가 많은 것이 달라질 것 같은데.
이제는 섣부르게 나의 상태를 힘들다 - 혹은 좋다 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늙어가는 게 좋은 점은 입체적으로 되어가는 점. 이것이 지혜일까. 일희일지 하지 않고 울 일이 있으면 울고 웃을 일이 있으면 웃고. 비단 나이의 문제로 환원할 수는 없겠지. 다만 내가 이 조울의 문제 기쁨과 슬픔의 문제에 적지 않은 시간을 천착해 왔다는 것은 자부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까닭에, 그런 까닭에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되는지도 모르겠다.
욕망을 (아직도 버거워 하지만) 슬기롭게 넘어가는 법을 알아가는 것다. 먹는 것, 자는 것, 야한 것, 웹툰 보는 것, 게임하는 것, 멋있는 사람이고 싶은 것, 다정한 사람이고 싶은 것, 천재이고 싶은 것, 좋은 사람이고 싶은 것. 내 마음을 100% 충족하는 욕망 그래프는 없다. 하지만 적지 않게, 부족함이 없게 살아가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모자람 없이 - 또 모자라면 어떤가 - 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또 탄탄히.
어제 오늘은 꿈들을 많니 꾸었을 것이다. 어느 뉴스 자락에서는 “이번 주는 미 대선도 있고 북의 파병도 있으며 기타 세계 정세가 주의를 표방합니다” 하고 경고음을 보냈다. 북한과의 사이가 많이 나빠졌다. 어제 본 어떤 뉴스에서는 강원도 고성에 사는 한 주민이 무릎을 꿇고 제발 문제 좀 해결해 달라고 비셨다. 그 장면이 묘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지.
돌아오자. 내가 못하는 것에 단단한 마음으로 집중할 것이고, 내가 잘하는 것이 힘을 두어볼 것이다. 무엇보다 가쁜 일상의 흐름에 소중함까지 잊지 말지! 그 마음 잘 이어가보자. 마음을 더 섬세하게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