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 보는 당신들의 손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다. 혼자 두면 길을 잃거나 가방에서 뭔가를 질질 흘리고 다닐지 모른다. 며칠 전, 어느 결혼식에선 다 풀어진 드레스의 리본을 보다 못 한 친구가 얼른 다시 고쳐매주었다. 화장도 예쁘게 하고 싶고 머리도 잘 만지고 싶은데 맘처럼 잘 안 된다.
그래서일까?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사람의 손을 응시하게 된다. 어설픈 내 손과 달리 야무지게 뭔가를 해내는 손을 볼 때면 경이롭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손을 보고 있음 리듬을 타게 된다. 어딘가에 가만히 놓여져 있는 손을 볼 때면 마음이 푹 놓이기도 하고.
뭔가를 야무지게 만지고 있는 손,
어색함을 메꾸고자 대기를 헤매는 손,
말로 다 못 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손,
무릎 위에 가만히 놓여진 손
어쩌다 마주친, 기억하고 싶은 손에 대해서 쓰고 싶다. 아마도 손의 주인과는 별 상관없는 내 이야기를 쓰게 되지 않을까? 어차피 기억은 내게 좋은대로 편집된 것일테니- 이름을 원래 잘 못 짓는터라 별 고민없이 그냥 '핸드매거진'이라 부르기로 했다. 구글서 검색해보니 '핸드매거진'은 따로 없다. 특별하지 않은, 별 것 아닌 이름이라 좋다. 어차피 별 것 아닌 것들로 채워갈거니깐-
표지 사진은 북경에 갔을 때 만난 차 도매상의 손이다. 그는 사업가이면서 예술가였다. 처음 만난 우리를 위해 선뜻 차를 우려주었고, 고쟁을 연주하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서울사람 박코리, 핸드매거진을 시작합니다.
당신들의 손이 들려준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