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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패키지여행의 판도가 바뀌었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말의 40%만 동의합니다. 여행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는 있지만 아직 판도가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오늘은 판도가 변하지 않는 60%의 개인적 생각, 여행사를 어떻게 사용해야 현명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지, 앞으로 여행사의 방향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88 올림픽 이후 비교적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여행사라는 개념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89년 모두투어’가 설립되었고, ‘93년 하나투어’가 설립되었습니다. 여행이 자유로워 지기는 했지만 정보가 많지 않았던 터라 100% 패키지여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위 두 여행사가 2008년 중반까지는 “대한민국 1등 패키지 여행사”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죠. 꽤나 치열한 싸움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사업방식도 비슷합니다. 본사를 중심으로 지점을 내어주는데 2000년도 초창기 까지는 전국 어디서든 쉽게 두 여행사의 간판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본사는 상품을 만들어 대리점에 내려 보내고, 대리점은 본사에서 상품 또는 인원수에 따른 커미션을 받습니다. 즉, 고객들이 구매하는 총상품가에 이런 커미션 비용이 녹아 있는 거죠.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때라 전국에 있는 고객들을 상대로 여행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을 겁니다. 다만, 인터넷 시대가 개막하면서 본사를 통한 인터넷 예약이 가능해 지기는 했지만 기존 사업방식의 비율이 조금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과거와 같은 사업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여행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여행사를 개업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되고, 틈새시장이 열리게 됩니다. 사업 자본금 1억 5천이면(현재는 1억) 쉽게 여행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업에 비해 사업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아 전국에 ‘직판 여행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시작했죠. 이렇게 하나/모두투어가 꽉 잡고 있던 시장에 중간단계가 없는 직판여행사가 들어오게 되면서 2005년 중반을 기점으로 소리 없는 가격전쟁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득을 보는 건 여행사를 현명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죠. 득을 보는 방법은 잠시 후 알려드리겠습니다.
일하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미션으로 운영하는 여행사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는 여행사가 9천 개는 될 테고, BSP 여행사(IATA인가 대리점)는 적어도 800곳이 넘는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상품을 파는 여행사는 대략 15곳, 이렇게 많은 여행사가 있는데 송출객이 전혀 없는 경우는 없네... 왜지? 이 손님들은 다 어디서 오는 걸까?’ 이에 대한 해답은 여행의 판도가 바뀌지 않은 이유와 같았습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설립되고 나서 패키지여행시스템에 물든 분들이 지금 50대 이상인 분들 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활동 가능 인구가 15-64세 임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총인구의 약 40%를 차지하는 분들이 여행을 갈 때면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하기에 판도가 쉽게 변할 수 없는 거죠.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믿는 경향이 강합니다. 주위 사람들 나이 분포도를 잘 생각해보면 가족, 회사 상사를 제외하고 지인들의 대부분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봐야 ±7~10살일 테니 관심사가 한 곳으로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 또한 여행사를 다니기 전 까지는 제 나이 반경 +10살 그 이상으로 관심을 가지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중국팀 패키지 분야에 오래 있다 보니 보는 관점이 변화하기 시작한 거죠.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나머지 20%를 찾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젊은 층(15세 이상 50대 미만)들이 모두 자유여행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자유여행의 비중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중에서도 약 10%는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여행을 이용합니다. 이용하는 이유는 부모님을 따라가거나 모셔가는 상황, 첫 여행, 두려움 등 다양한 니즈가 작용하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나머지 10%는 쉽게 바꿀 수 없는 시스템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여행사는 항공사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여행사가 항공사의 좌석 소진을 도와주는 겁니다. 항공사(항공사는 갑 중의 갑...) 입장에서 볼 때 패키지는 단체 개념이기 때문에 대량으로 좌석을 소진시킬 수 있고, 여행사와 좌석 소진에 대한 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빈 좌석으로 출발하는 경우의 수를 낮출 수 있게 되죠. 이렇게 해서 총 60%의 이유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여행사는 참 다양한 이유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참 즐겁고 쉬워 보이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해외여행 계획을 한 후, 직접 가본 신 분들이라면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우의 수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잘 아실 겁니다. 여행사는 그 경우의 수를 낮춰주는 역할을 해주죠. 그러니 여행을 계획하실 때는 현재 상황과 내가 여행하면서 어디까지 컨트롤 가능한지 제대로 파악한 후 패키지를 이용할지 자유여행을 할지 선택하시면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어떤 여행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가이드라인과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여행을 이용하는 팁을 알려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