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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스윙 Oct 27. 2017

폭염속의 안식처 : 영등포동 쪽방촌

슬럼매핑 테스트베드


유난히 더웠던 2017년 8월 5일 토요일 오전, 엔젤스윙이 쪽방촌 드론 매핑을 위해 영등포구 영등포동으로 향했다. 현재 엔젤스윙은 서울혁신파크 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서 ‘시민참여형 쪽방촌 매핑’을 진행하고 있다. 쪽방촌은 그 특성상 길이 좁고 구조가 복잡하여 화재 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엔젤스윙은 드론으로 쪽방촌의 정밀지도를 제작한 후, 화재 대피로와 소방차 진입로 등 필요 정보를 표시하여 주민과 지역 봉사자, 관할 소방서에 제공할 계획이다. 8월 5일에는 여러 곳의 쪽방촌 중 영등포동 쪽방촌을 촬영하기로 했다.



서울혁신파크 리빙랩 프로젝트



사실 처음에는 이날 강남구 구룡마을 판자촌,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 구로구 가리봉동 쪽방촌을 모두 촬영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드론 촬영은 그 특성상 미리 관공서에 신고하여 허락을 득해야 하고 군사 시설을 피해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다. 서울은 특히 규제가 심한 지역이다. 촬영 가능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던 전날, 군대 사정상 구룡마을과 가리봉동을 촬영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우선 영등포동만 방문하기로 했고, 수도 방어사령부에서 출장나오신 육군 군인 한 분을 대동하여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엔젤스윙 박원녕 대표

쏘카에서 빌린 차량을 타고 쪽방촌이 어디까지인지, 어느 곳을 촬영해야 할지를 둘러본 후, 동네 주차장에서 드론을 띄웠다. 신입직원인 나는 실제로 드론이 비행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드론은 미리 지정된 경로를 따라 영등포동 위를 가로지르며 왕복했고, 마을의 모습을 부지런히 렌즈에 담아냈다. 미리 경로를 기록해 두었기 때문에 비행 도중에 드론을 조종할 일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새나 건물과 부딪힐 경우를 대비하여 조종자는 계속 드론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네팔에서 촬영할 당시에 드론이 독수리의 위협을 받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영등포동 쪽방촌. (사진출처 : blog.daum.net/_blog/BlogTypeMain.do?blogid=0IiNL)

촬영을 위해 방문한 영등포동은 삼성동과는 또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시장 근처에 위치한 골목 안쪽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삼성동의 쪽방들과 달리, 영등포동 쪽방촌은 전체 규모가 훨씬 커 보였다. 내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2층, 3층의 건물에 다닥다닥 나있는 작은 창문들은 안에 위치한 방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군데군데 깨어진 채 방치된 창문들도 눈에 띄었다. 쪽방촌 바로 옆을 지나는 시끄러운 전철 소리는 마을 분위기를 한껏 더 스산하게 만들었다.



이 날 서울은 최고기온 36도로 폭염 경보가 발효되었다. 쪽방 안에서 더위를 버티기가 힘에 겨웠던 주민들은 마을 한편에 설치된 천막 밑으로 모여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주말 오전이라 다른 일정이 별로 없었던 탓인지, 꽤 넓은 천막 아래 그늘 공간이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관할 소방서에서는 주민들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살수차를 이용하여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에 물을 끼얹었다. 주민들의 마른 목을 달래줄 시원한 커피도 무료로 제공했다. 119안전캠프라는 이름의 대민봉사활동이었다. 잠깐 방문하여 인사를 드렸더니, 우리가 만드는 그런 정밀한 지도가 필요했다며 우리를 반겨주셨다. 생활 속에서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리빙랩 프로젝트에서 이렇게 관공서와 협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http://www.ybstv.net/news/article.html?no=23636



비록 사전에 계획된 지역을 모두 촬영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동네 모습과 그곳의 군상들을 직접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날씨가 유독 많이 더웠는데, 그것은 어쩌면 주말에도 프로젝트를 위해 부지런히 일하는 엔젤스윙 구성원들의 뜨거운 열정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by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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