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매핑 테스트베드
서울에는 많은 쪽방촌이 존재한다.
쪽방촌은 저소득층의 주거 밀집지역으로, 집을 여러 쪽방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불법 개조하여 여러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한 건물들이 늘어선 마을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되어있는 것은 물론, 재난이나 안전 등의 문제에 매우 취약하다. 1인당 GDP로는 세계 5위권을 자랑하는 서울이지만 삼성동, 가리봉동, 영등포동, 동자동, 돈의동 등 시내 곳곳에 쪽방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쪽방민과 노숙자의 경계 위에서 작은 공간에서 살아간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쪽방은 마지막 희망이다. 쪽방촌 방세조차 버티지 못하면 노숙자가 되기 때문이다. 노숙자가 되기까지 최후의 ‘안전망’인 셈이다(실제로 쪽방촌에는 노숙을 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함부로 재개발을 하거나 건드릴 수 없다. 그들은 정말로 갈 곳이 없다.
여전히 주거공간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쪽방촌은 불안하다. 불법적으로 개조했다는 특성 때문에 다리를 뻗기도 힘든 좁은 내부 공간을 갖고 있고, 위생 문제, 화재 문제가 잠재되어 있다. 또한, 쪽방촌은 거주민들에 대한 부족한 관심으로 생명들이 홀연히 세상을 떠나기도 하는 슬픈 공간이다.
삼성동 쪽방촌에 다녀왔다.
엔젤스윙이 위치해 있는 서울대 후문 연구공원에서 택시로 15분 내로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다. 바로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음에도 알지 못했던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수 십 명의 주민들이 좁은 골목, 골목 한편에 기대어 공동화장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고, 다른 쪽방촌, 판자촌처럼 겨울철 낙상사고와 노인 고독사 역시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http://www.hankookilbo.com/v/92f392d9944349e98b3ceaba897c424a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엔젤스윙은 2015~2016년에 서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단 '응답하라 서울대' 프로젝트를 통해 이 지역을 위한 드론 지도를 제작했었다. 하지만 아이콘이 너무 작아서 어르신들이 보기에 불편함이 많았고, 현 위치가 표시되지 않아 한번에 길을 찾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2017년 7월에 다시 이 지역을 대상으로 한 달간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개선된 지도를 만들고자 했다.
http://news1.kr/articles/?2579280
역시나 화재에 취약했다.
다른 쪽방촌, 판자촌과 같이 이 지역 역시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좁은 골목 구석구석 위치한 쪽방들은 입구가 어디인지도 예측하기 힘들었다. 내부 역시 미로와 같은 구조로, 어르신들은 주로 창문이 없는, 따듯한 방 안쪽에서 생활하시기 때문에 입구가 막힐 경우 외부로 탈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군데군데 막다른 골목이 있는 것은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다.
불 안 난 집에 가야지 뭐.
어르신들께 집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하시겠냐고 여쭈었을 때 들은 대답이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알지도, 큰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던 것이다.
화재 시 사용할 수 있는 드론 지도를 제작하기로 했다.
2016년에 배포했던 지도는 지나치게 다양한 용도를 포함하려 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결과적으로 정보가 많아졌고, 아이콘의 크기가 작아졌고, 가독성은 떨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주제를 '화재 대피'로 더욱 명확하고 좁게 잡기로 했다. 소방차는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지, 대피로는 어떻게 되는지, 현 위치는 어디인지, 소화전은 어디에 있는지 등 필요한 정보를 표시하여 지역 주민과 관할 소방서에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좋은 지도를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만으로는 화재 시 확실한 도움이 될 수 없다. 서울혁신파크와 협력을 통해 어르신 댁에 직접 방문하여 소방차가 오기 전까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대피는 어디로 해야 하는지와 같은 사항들을 교육하여, 지도가 단순한 장식품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가치를 내며 사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by Soo
http://angelswing.org/aw/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