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핵심 담는…오해의 여지 없는 타이틀
아래 기사 제목의 공통된 문제점을 찾아보시오.
2호선 열차 운행 지연에 출근길 시민 불편 "덕분에 지각했다"(아시아투데이)
지하철 2호선 또 고장? 출근길 시민들 "또 안온다. 2호선 진짜 상습범"(아주경제)
2호선 지연 운행으로 출근길 승객 불편… '2월에만 세 번째'(경인일보)
서울 지하철 2호선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열차 운행 지연 때문에 아침부터 복장이 터지는 하루를 맞이한 모양이다. 이 소식을 전하는 기사 제목들은 또 누구를 답답하게 하고 있을까.
기사를 쓸 때는 언제나 제목을 달아야 한다. 언론사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시험장에서 기사쓰기 시험이 나오면 별다른 지시가 없어도 제목을 꼭 다는게 좋다. 면접에서 어떤 기사를 쓰고 싶냐고 물어볼때에도 일단 자신이 단 제목을 먼저 말해주는게 기자들이 알아듣기 쉽다. 현직 기자들은 제목과 리드(기사의 핵심을 담고 있는 첫 문장)가 없는 기사는 기사로 치지 않는다.
제목을 다는데는 크게 두가지 원칙이 있다.
-핵심을 담되 최대한 짧을 것
-중의적 표현이나 오해의 소지를 없앨 것
우선 제목이 짧으려면 조사를 웬만하면 빼야 한다.
<2호선 지연 운행으로 출근길 승객 불편>이 아니라
<2호선 지연 운행…출근길 승객 불편>이 더 적절하다. 쉼표는 주어를 표시할때 쓴다. 이 경우는 원인과 결과니까 말줄임표를 쓴다. 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같은 단어를 반복하지 않는다.
짧은 제목 선호는 신문 인쇄할때 공간과 자원을 절약하기 위한 경제적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간명한 제목은 독자가 기사를 읽을지 말지 선택하는데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제목 길이에 제한이 없어도 될법한 인터넷 매체의 기사도 대부분 10~15자의 제목을 선호한다. 심미적인 이유도 있다. 기사리스트에서 제목들이 비슷한 길이로 끝나면 보기에도 좋다.
다음은 중의적 표현이나 오해의 소지에 관한 내용이다. 제목부터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기사는 좋은 기사일 수가 없다. 제목들의 문제점을 찾아보자.
2호선 열차 운행 지연에 출근길 시민 불편 "덕분에 지각했다" (아시아투데이)
지하철 2호선 또 고장? 출근길 시민들 "또 안온다. 2호선 진짜 상습범"(아주경제)
2호선 지연 운행으로 출근길 승객 불편… '2월에만 세 번째'(경인일보)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아주경제 기사는 2호선이라는 표현을 의미없이 반복했다. 시민들은 '시민'으로 고칠 수 있다. 한국어는 단수 복수 표현에 영어처럼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시민이라고 하면 시민들을 뜻한다. 경인일보 기사는 '2월만 세번째'로 한글자를 줄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뭘까? 현직 기자라면 당연히 알 것이고 취업준비생이라면 이정도는 가려낼 눈썰미가 있어야 한다. 힌트는 중앙중심주의다. 차별과 배제에 기민한 독자라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국제신문의 제목을 보자.
서울지하철 2호선 연착, 출근길 아우성 “역대급… 사람 많아” “또 지각이다”(국제신문)
위 기사들과의 차이점은 '서울'지하철임을 명기했단 점이다. 생각해보면 지하철 2호선은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다. 광주에서 발생한 사건을 보도할 때 경기도 광주인지 광주광역시인지를 꼭 밝혀야하듯, 제목에서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지연 운행되고 있단 사실을 밝혀야 한다.
국제신문이 바른 제목을 단 이유는 부산의 지역신문인 점도 한 몫 한다. 독자들이 부산 2호선과 헷갈리지 않기 위해 '서울'을 붙인 듯 하다.
수도인 서울에 전국민의 3분의 2 가량이 밀집해 살다보니 미디어는 서울중심주의를 여과없이 뿜어낸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서울 지하철역 이름을 대는 게임을 하는 것도, 지역을 '시골'이라 통칭하는 것도, 태풍이나 지진 소식을 전하면서 서울에 피해가 없으니 다행이다 라는 멘트를 붙이는 것도 모두 지역을 소외시키는 서울중심주의다.
예민한 독자는 알아챘겠지만 나는 '지방'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지역'을 쓴다. 지방은 서울의 아래에 있는 지역이라는 상하 관계를 내포하는 단어다. 그래서 서울보다 위도상 위에 있는 철원에서도 "서울 올라간다"고 잘못 말한다. "지방방송 끄라"는 말이 대표적으로 서울중심주의와 지역 소외를 보여준다.
아침부터 온라인 이슈 기사를 전송하느라 바빴을테지만 그게 서울중심주의의 변명이 될 순 없다. 심지어 2호선이라는 말을 두번 반복할 정도로 제목에 여유가 있었으면 '서울'이라는 두글자를 붙일 공간도 있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