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고시란 말 쓰지마세요

자의식 과잉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되찾자!

by 기자A

신문사 창립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다. 일정 요건만 채우면 누구나 신문사를 설립할 수 있다. 전국에 등록된 신문사만 수천여개. 그만큼 기자도 많고 기자입네 하는 사람도 넘친다.


기자는 연예인과 닮은 구석이 있어서 이 꿈을 꿨던 사람은 다른 길을 가게 되더라도 평생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을 품고 사는 경우가 심심찮게 보인다.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다시 신문사와 방송사 신입 공개채용을 준비하는 예도 왕왕 있다.


이 판에 발 담근 이상 모두의 소망은 빨리 붙는 것일테다.

그러기 위해 꼭 지켜야할 두 가지 수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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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건 고시가 아니다. 공부하는 것 자체에 취하지 마라.

고시는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시험 몇 가지에 국한된다. 언론사 공채는 사기업의 사원 선발 절차일 뿐이다. 고시라는 그럴싸한 별칭에 취해서, 논술이며 작문이라는 시험 과목에 우쭐대며, TV보는 것도 영화보는 것도 공부의 일환이라 자위하며 놀다가는 장수생 되기 십상이다.

토익과 KBS한국어능력시험 성적, 꼼꼼하게 검토받은 자기소개서, 필요하다면 인턴 경력을 졸업하기 전까지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공부에 들어가는 게 좋다. 독학파든 스터디파든 상관은 없지만 스터디파의 경우 흥청망청, 카더라에 휩쓸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게 중요하다. 애초에 자신이 왜 기자가 되고 싶었는지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 좋은 기자란 무엇인지가 중요하지. 스터디에서 당신이 늘어놓는 장광설에 아무도 관심없다. 하물며 면접관은 더욱 지겨워한다. 논술, 작문 실력을 어느정도 쌓았으면 고차까지 올라간 스터디원끼리 고차 면접 스터디를 꾸려 빨리 이 판을 탈출해야 한다. '합격'. 1승만 하면 되는 게임이다.

말이 쉽다. 한 번의 최종 탈락에 두세달 앓이하는 사람은 이 판이 잘 안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번의 실패는 그 회사와 나의 이번 인연이 닿지 않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른 회사 공채 결과가 여기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다시 제로베이스다.


2. 당신은 지원자다. 현직을 욕하지 마라.

장수생 중에 웬만한 현직 기자와 호형호제하며 기자계의 뒷얘기도 빠삭하고 각종 찌라시를 돌리는 소위 마당발이 꼭 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못 붙는다'는 거다. 당신이 아무리 글을 잘 쓰는 것 같아도, 아무리 스터디에서 날고 기어도 당신은 합격자가 아니고 기자가 아니다. 기자가 기자인데는 그래도 이유가 있다. 최소한 당신보다 운이 좋아서, 면접날 아는 문제가 나와서, 인상이 좋아서, 당신보다 최소 하루 이상 먼저 필드에 나갔고 혹독한 현실에서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는게 현직이다. 현직이 되어보면 알겠지만 스터디에서 두세달 익힌 것보다 현장에서 한나절 배운게 훨씬 실력 발전에 도움이 된다. 당신이 가끔 놀때 현직은 못 논다.


현직이 쓴 기사가 아무리 한심해보여도, 기사 제목이 아무리 구려도 그건 그 나름대로 사정과 이유가 있다는걸 언젠가 깨닫는 날이 온다.


위 두가지 가르침은 한겨레 문화센터 글쓰기 강좌에서 김창석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중 내가 금과옥조로 삼았던 두가지다. 나는 지금까지도 언론사 입사시험을 '언론고시'라고 부르지 않으며, 사정도 모르면서 현직 기자의 뒷담화를 하는 무신경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스터디에서 나는 다소 심심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고고한척 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스터디를 놀려고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좋은 기자가 어서 되고 싶었을 뿐이다. 물론 지금은 그 마음을 고이고이 접었지만


어쨌든 기자를 꿈꾸는 이 땅의 명민한 여성들이여, 당신들은 여남 성비 쿼터가 없었으면 이미 현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저 멍청한 현직보다 낫다'라고 생각하란 뜻이 아닌건 아시죠?

자학하지말고 자책하지말고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는 옵니다.

좁은 문이지만 그 기회 제대로 잡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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