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에라도 매달려보려는 심리
페르시아에서는 커피를 마신 뒤에 잔에 남은 커피 찌꺼기 모양으로 점을 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원하는 것을 빌면서 커피를 천천히 마신 후에 잔 바닥에 남은 찌꺼기들이 동그란 고리를 이루고 있으면 길조, 각져있으면 흉조라고 보았다.
새의 모양일때, 파충류의 모양일때도 각각 의미가 있다.
언뜻 로르샤흐 테스트가 떠오른다.
심령사진이 흔히 그렇듯
인간의 뇌는 어른어른한 형체를 인간의 얼굴이라든지 우리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커피 찌꺼기가 자유의지가 있어서 특정한 모양을 띨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인간은 음료한잔을 마시면서까지
미래를 간절히 점치고 싶은 것이다.
길거리에 사주, 타로집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신년임을 감안해도 그렇다.
신점이나 사주를 보는 사람들도 비대면으로 전화 상담이나 온라인 상담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한다.
생활이 팍팍하고 미래가 어두울수록 비이성적인걸 알면서도 그런 것에라도 매달리고 싶은게 사람 심리다.
취업 준비생 시절, 일간지의 오늘의 운세를 탐독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수있는 고작 한마디에라도
위안받고 싶었던 때다.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궁금증은 단지 호기심이 아니라
돈처럼 가치가 있는 시간자원을 아끼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대부업으로 시작해 은행업에 진출한 유대인들은 적정한 이자율을 계산하기 위해 신용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국가간의 전쟁 역시 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리스크였다.
그래서 언뜻보면 이상한 일이지만 많은 유대인 은행가들이 개인적으로 스파이를 사서 누구보다 발빠르게 전운을 감지하고 전쟁터에서 결과를 송달받았다.
오늘날 주식투자자들이 국제정세에 관심을 갖는것과 일맥상통한다.
미래를 아는 것은 이제 소소한 개인사의 향방 뿐 아니라 실제 돈의 흐름을 움직이는 열쇠가 됐다.
시간과 정보가 곧 권력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보를 솎아내고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떠올랐다.
결국 점성술 금융업 언론은 같은 목적으로 발달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권을 노린다는 사람들이 한낱 미신에 매달려있다면 확실히 한심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괴롭히는 폭력이 이뤄졌다면 더더욱 우려스럽다.
소소한 점치기는 커피 한 잔 정도로 마무리했으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