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파 풋의 '찝찝함'이라는 기준
철학자 필리파 풋은 '사람이 나쁜 일을 할 때에는 왜 나쁜지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본능적으로 어떤 찝찝함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행위의 의도를 따지거나 결과가 누구에게 얼마나 피해가 되었는지를 재본다면
필리파 풋은 '알지 알지 그 느낌적인 느낌 느낌'이라는 다소 레드벨벳 노래 가사스러운 방법으로
스스로의 행위를 돌아보라고 주문한다.
나만 해도 이 주장의 효용을 현실에서 실감한다.
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 켕기는 일을 할 때 사람들에게 이 일은 하나의 에피소드, 말할 거리가 된다.
우리는 이런 조그만 도덕적 딜레마의 상황을 친구에게 털어놓고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스스로 합리화한다.
"뭐 이게 범법도 아니고 누가 크게 피해보는것도 아니잖아. 그렇지?"
그리고 서로를 두둔하고 이내 일상으로 돌아간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 일에 켕기는게 하나도 없었다면
그 일은 말할 거리도 되지 않아야 한다.
있잖아...로 시작해서
뭐 괜찮겠지...라고 반쯤 혼잣말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행위자 자신이 그 행위에 찝찝함을 느껴서다.
알고보니 잘못된 행위였다고 해도
당시에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럴 의도도 전혀 없었다면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 얼굴만큼이나
이 일은 쉽게 잊혀진다.
그런 면에서 필리파 풋이 뭘 좀 아는 양반이라고 할 수 있겠다.